[Opinion] 잊혀진 힙합을 찾아서 : #1 Soul Company [음악]

청춘이었던 옛날 힙합
글 입력 2019.09.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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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힙합을 찾아서 : #1 Soul Company

청춘이었던 옛날 힙합


Opinion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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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Swag, Flex, 클럽, 시끄러운 사운드 아니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등등 힙합하면 각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뭔가가 있다. 내가 처음 힙합을 듣기 시작할 땐, 이런 질문을 하면 보통은 ‘그게 뭔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보통 랩은 알지만 힙합은 모르던 시대였기 때문이다(물론 나도 정확히 뭔지 몰랐다). 나에게 스스로 힙합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물으면 난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꿈, 가난, 열정, 너무 찌질해서 너무나도 솔직한 그런 음악이었다. 그때 그시절 가사를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절엔 내가 어린만큼 힙합도 어렸다.


가사는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다. 당장 2006년의 차트 1위에서 10위 곡과 2019년의 1위에서 10위 곡을 비교해봐도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시절 힙합 역시 어려웠던 그 시대를 반영했고 지금의 가사와는 조금 다르다. 음침했지만 희망을 꿈꾸던 그들은 이상적이고 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힙합의 대세 주제가 된 ‘돈’ 혹은 그밖의 다양한 것들을 선보일 수 없으니. 학생 시절 말도 안되는 꿈을 꾸고, 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할 때 가슴 뛰는 경험을 한번쯤 해보는 것처럼 그 시절 힙합은 어려웠던 힙합 시대를 반영한다.





천국에 가면 모든 게 명랑만화 속의 내용처럼 장난같은 상상만 하면돼

하지만 그 천국에도 지는 그림자 날 기다리던 꿈의 종지부는 불시착...


- 천국에도 그림자는 진다 중



가끔 요즘 힙합을 들을 때면 내가 어린 시절 쫓았던 힙합이라는 소문의 거리와 그에 던졌던 동전 한 닢이 그리워진다. 그들에게 감사하고 추억하며 그 시절의 향수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의 열전을 적어보고싶어졌다. 10년전으로 돌아가 나는 예전 노래들을 듣는다. 지금 힙합 씬을 주도하고 있는 거물 인사들이 이제 막 랩을 뱉기 시작할 무렵, 그 시절에도 수많은 래퍼들이 있었다.


그 역사책의 1권은 그때도,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이블 ‘소울 컴퍼니’다. 소울컴퍼니는 2004년에 더콰이엇, 키비, 화나, 랍티미스트, 제리케이 등 1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세운 레이블이다. 지금 들으면 조금은 거친 사운드와 뚝뚝 끊기는 라임들이지만 그마저도 매력적이다. 몇몇 래퍼들의 곡을 들으며 예전을 추억해보자.


*


지금도 시적인 가사를 선보이는 래퍼들도 많다. 하지만 그 시적인 가사는 어른이 된 자가 학생 때를 추억하는 글이거나, 나처럼 잊었던 과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서 적는 글일 뿐. 그시절을 직접 겪고 좌절했던 이들이 쓴 가사만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오래 전 그들은 꿈과 열정을 이야기했는데 자신의 성공보다는 힙합씬 전체의 성공을 꿈꿨다. ‘그날이 오면’은 힙합의 대중화와 성공을 꿈꾸는 래퍼 ‘화나’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꿈을 이룬 힙합의 모습을 보며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화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가면무도회', '시간의 돛단배' 등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날이 오면 길거리 그 어디를 거닐든

공기를 타고 퍼지는 리듬 소리를 듣게 돼

국내외 모두에게 크게 랩이 유행해

그게 내 꿈의 세상

수백 배로 증대된 시장에서

힙합앨범의 판매고는 팔백 억에 달해

곧 사회적 입지도 강해져

한해 꼬박 방에서 밤새워 판 내고

쫄딱 망해서 방 뺄 걱정 안 해도 돼


- 그날이 오면 중



한국 힙합의 중심에서 ‘한국 힙합 망해라!’를 외쳤던 복면 사나이를 기억하는가. 미디어와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해 시장에 끊임 없이 자신의 영역을 만드는 그사람은 작년 한국 힙합이 배출한 가장 거물급 신인?이다. 대략 10년 전쯤, 가장 핫했던 힙합 레이블 중 하나인 ‘소울 컴퍼니’에서도 거물급 신인이 나온다.


그와 D.C.가 내놓은 ‘새벽에 쓴 일기’는 아직도 새벽이면 내 마음을 간지럽히는, 가슴벅차게 만드는 노래다. 청춘의 마음가짐을 가사에 담기에 3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은듯, 매드클라운은 지금보다도 더 타이트하게 랩을 내뱉는다. 조금더 트렌디해진 이 둘의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이별은' 이라는 곡도 한 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지친 밤 사진은 이 시간속에 멈춘

이 청춘들을 위로하며 별은 다시 춤 춰

움추려든 가슴펴고 오늘을 (참아내)

넌 지금 그 자체로도 충분히 찬란해


- 새벽에 쓴 일기 중



한창 힘들던 고3 시절, 나는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의 자습실을 다녔다. 버스를 타고 오면 금방 도착하는 거리였지만 11시 쯤에 자습실 문을 닫고 나와서는, 문득 걷고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어폰을 꽂고 나는 자기 전에 10분간의 마지막 휴식을 취했다.


그 시간쯤 가장 듣기 좋아했던 노래는 ‘고3후기’였다. 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내가 듣고 있는 이 노래를 만든 사람들처럼 내가 가고싶은 길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주었다. 한가지 목표에의 확실함을 중얼대며 집 앞에 돌아와 누우면 내일 또 공부할 힘을 얻곤 했다.





한 가지 목표에의 확실함.

오직 그것 하나만큼은 결코 한치 앞

도 볼 수 없는내 발걸음의 나침반이 되어 

나를 지켜주어 왔지


- 고3후기 중



다시 2019년으로 돌아와, 요즘 힙합의 위치는 분명 그때와는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힙합을 듣는 사람들도 변하고 힙합도 변했다. 어린 시절을 가끔 그리워 하듯 나는 예전의 그 문화가 그립기도 하고, 변해버린 힙합 음악에 조금 아쉽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제 그런 노래를 들을 수 없다며, 성공한 레퍼들이 더이상 예전같은 노래를 내지 않는다며 비난을 일 삼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의 힙합이 좋은 사람들은 또 그런 사람들을 보고 '부심'을 부린다며 코웃음을 친다.


지금의 힙합은 변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맞다. 음악이, 게다가 진정성을 가장 큰 무기로 세운 힙합이 진정성을 잃는다면 더이상 힙합이 아닐테니.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힙합에서 Swag와 Flex는 겉모습이 아니라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쓰지 않는 태도며, 그 부분은 확실히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보는 외적인 것들은 부차적인 것일 뿐, 그 마음과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그래도 옛날이 그리운 사람들은 그냥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나도 지금의 힙합보단 옛날 힙합이 취향에 맞으니, 우리가 할 일은 비난이 아니라 과거의 그들을, 그리고 노래들을 기억하는 일이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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