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을 일상에서 사용하다, "2019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

감상에서 일상으로 건너오는 클래식 사용법
글 입력 2019.09.02 17: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3553982061_rdkgq693_2019-07-25_233B083B27.jpg


공연과 전시를 자주 다니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공연과 전시는 명시적인 제목을 사용한다. 미술 전시나 클래식 콘서트의 제목은 대부분 작가나 지휘자의 이름을 알려준다. 또는, 전시의 내용이나 작품의 이름을 전시의 제목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공연의 제목은 일종의 정보제공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공연 기획 과정에서 제목은 누가 공연을 하는지, 어떤 내용인지 두 가지 기준으로 선정된다. 그리고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직관적인 제목으로 정해진다.

예를들어, '오페라 <투란도트>'라는 공연은 내용이 오페라 <투란도트>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백건우와 쇼팽'이라는 공연의 제목에서는 공연자와 공연 내용이 동시에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러한 명시적인 제목을 통해 누구의 공연을 보러갈지, 어떤 공연을 보러갈지 선택할 수 있다.


2.JPG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의 제목은 위와 같은 기준으로 지어지지 않았다. 제목만으로 공연의 연주자가 누구인지,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알 수 없다. 공연의 제목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어있는 정보는 대상 관객이 청소년이라는 점과 콘서트의 내용이 클래식 사용법이라는 점이다.

조금 다른 기준의 제목을 지닌 이 공연의 목적은 다른 공연들과 조금 다르다. 다른 공연의 목적은 예술의 감상이지만, 이 공연의 목적은 클래식의 대중화다. 그래서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클래식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공연이 기획되었다고 생각한다.


6bc8ec9c357f6661f71799360c604274_XTDhe6dfYKbcP82f47.jpg

 
공연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현재 클래식의 대중화를 이끄는 인물들이다. 지휘자 안두현은 '클래식에 미치다'를 운영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클래식을 알리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은 유튜브에서 '클언니'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트럼페터 나웅준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쉽게 접하기 위한 콘서트를 다양하게 기획하며 콘서트 가이드로 활동을 했다. 그는 '퇴근길 클래식 수업'이라는 저서를 통해 클래식 초보들을 위한 입문서를 쓰기도 했다. 그래서 <2019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만든 공연이다.

*

이들이 클래식의 대중화의 힘쓰는 이유는 어쩌면 클래식이 대중과 멀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클래식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대중들로부터 멀어졌다. 클래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클래식의 감상은 클래식의 역사를 알고 작곡가들을 꿰고 있으며, 어떤 악기와 화성으로 곡을 썼는지 알아야 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는 클래식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음악 자체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없는 내용이 아닌,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범함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려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범함은 바로 '일상'이다. 그래서 음악을 일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공연의 2부에서는 '클래식 사용법'이라는 주제로 여섯 곡을 소개했다.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 중 '아침의 기분'은 모닝콜로 사용하기를 추천했다. 이 곡은 기분, 시간의 느낌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용법으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천둥과 번개 폴카'는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듣기를 추천했다. 천둥과 번개, 맑은 하늘의 느낌을 악기와 음악으로 풀어냈는지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일상적인 배아픔과 그 뒤 찾아오는 평화에 비유하며 사용법까지 제시한다.
 
공연이 제시한 클래식의 '사용법'은 음악의 일상적 기능을 의도한다. 한양대 음악연구소는 대체로 음악이 우리 생활의 일부이며 일상생활에 동반한다고 말하며 이에 대해 음악의 '동반적 기능'이라고 말한다. 1979년, Steinmen과 Weibel이 독일과 스위스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일상에 음악이 함께한다 진술한다.


음악사용빈도.JPG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감상을 위한 음악이었다. 공연장에서 연주자의 연주를 감상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을 듣는 방법이었다. 또한 클래식은 처음부터 다른 기능으로의 목적을 갖지 않고 창작되었다. 에두아르트 한슬리크는 '소리 내며 움직이는 형태만이 음악에서 유일한 단 하나의 내용이며 대상이다'라고 주장하며 음악의 자율적 목적을 강조했다. 그래서 하나의 화성적 주제로서 창작된 클래식은 기능적 목적으로 작곡되지 않았다.

독립적이고 순수한 예술로서 남아있던 클래식은 기술적이고 시대적인 과거에 머물러있었다. 그래서 클래식의 대중화는 일상적 사용이라는 낮은 접근성이 필요했다. 물론 이 공연이 클래식의 진지한 대중화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이 어떻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는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에는 음악이 빠지기 어렵다. 그리고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음악은 우리의 일상에 더욱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일상에서 음악은 점점 가까워지며 분리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음악 감상 시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음악을 즐긴다. 음악 감상은 우리가 어딘가 이동할 때,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대부분의 시간에 함께할 수 있다. '바로 그 음악이 클래식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내놓은 공연이 아마 <2019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사용법 콘서트>였을 것이다.


KakaoTalk_20190902_171847864_031.jpg
 

공연은 '사용법' 뿐만 아닌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또한 보여준다. 공연의 1부에서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연주한다. <동물의 사육제> 또한 음악 미학적 접근이 아닌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주제의 음악이다. 이는 미학적 관점에서 음악의 타율성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의 타율성을 지지하는 음악 미학자들은 음악의 본질은 그것이 표현하는 비음악적인 내용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음악의 화성과 관련되지 않은 주제를 통해 음악을 표현한 '동물의 사육제'는 타율성을 가진 음악이다. 이러한 타율성은 음악을 몰라도 음악의 주제에 공감하며 쉬운 감상을 끌어낼 수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이었기에 분위기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했다. 아이들은 즐겁게 박수쳤으며 중간중간 흩날리는 비눗방울이나, 연주자들의 재치 있는 퍼포먼스는 공연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아마 예술의 전당 근처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공연을 통해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음악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순수한 즐거움과 감상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딱딱함을 덜어주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이 공연에 가득 담겨있었다.

공연에서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중 '인터메쪼'를 쉬는시간의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나도 오늘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에 이 음악을 일상 속에서 사용해보았다. 이렇게 일상에 클래식이 들어와 조금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기회에 고마움을 느꼈다.





참고자료: <기능음악>, 『음악논단』 6집, 1992.12, 권오규


[김용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