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홈베이킹 이야기 [사람]

못생기고 맛은 없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글 입력 2019.08.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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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취미는 홈베이킹이다. 남들에게 당당히 말하기엔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여가의 대부분을 베이킹으로 보낼 만큼 나름 열정적인 편이다.


홈베이킹이 취미라고 말하면 간혹 어떤 이들은 ‘빵은 사 먹는 것이 훨씬 싸다’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필자 또한 이를 뼈저리게 인정하고 있다. 흔한 동네 빵집에서 2,000원이면 사 먹는 슈크림 빵을 집에서 만들 경우, 대략 10,000원의 재료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단순히 빵이 먹고 싶어서 홈베이킹을 하는 것이라면, 당장 그만뒀을 것이다.


시중에서 사 먹는 빵이 맛과 가격 면에서 우수함에도, 홈베이킹을 계속 하는 이유는 바로 ‘선물’하기 위함이다. 필자에게 홈베이킹이란 단순히 설탕, 우유, 밀가루 등의 재료를 가공하는 것이 아닌 마음을 맛있게 전달하는 과정이었다. 이처럼 맛있진 않더라도 정성이 담긴 빵들은 그 어떤 시중의 빵들보다도 단연 최고였다. 최고의 빵들을 이번 오피니언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호두 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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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머핀은 오븐을 사고 나서 가장 처음 시도한 홈베이킹이었다. 이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하나씩 선물해주고자 야심 찬 마음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홈베이킹의 결과는 사진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참담했다.

 

그때는 제과에 대한 지식이 백지였던 터라 밀가루와 우유, 달걀, 설탕 등을 한꺼번에 넣기만 하면 맛있는 빵이 저절로 탄생하는 줄 알았다. 한꺼번에 처리한 제조 과정을 거친 후 그럭저럭 먹을 만했지만 머핀이라고 하기엔 참 애매한 빵이었다.


그래도 친구들은 이 참담한 빵을 미안할 정도로 맛있게 먹어줬다. 어색한 호두 머핀에 있는 어색하고 서툴렀던 필자의 진심을 봤기 때문일까.


 

 

잼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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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쿠키는 평범한 버터 쿠키에 끓여서 졸인 블루베리를 얹은 쿠키이다. 비록 버터쿠키의 담백함과 블루베리 잼의 달콤함이 매력 포인트이다. 담백하고 달콤한 맛으로 미각을 치유해주는 이 쿠키의 주인공은, 필자의 마음을 치유해준 사람이었다.


올해 초 대인기피증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안에 있는 상담센터를 방문한 적 있다. 그곳에서 매주 한 시간씩, 상담 선생님에게 수많은 고민과 상처를 털어놓았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 안도감과 나에게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고마움은, 필자를 한층 더 성장시켰다.


이에 나의 성장을 도와준 상담 선생님에게 말로 전하기 쑥스러웠던 마음을 달콤한 쿠키로 표현했다.



 

시나몬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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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무작정 만든 빵이다. 밀가루 위에 잘게 썬 호두, 시나몬 가루를 가득 얹은 후 동그랗게 말고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해 제빵 초보자인 필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었다. 비록 맛과 생김새는 영화만큼 멋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실 이 빵은 남자친구와 크게 다툰 후 만들었다. 당장이라도 헤어질 것처럼 큰 소리로 화를 냈지만, 돌아서서 곧장 후회했다. 하지만 평소 애정 표현이 서투른 만큼 다정하게 사과하는 것도 어색한 편이라,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평소 남자친구가 먹어 보고 싶어 한 ‘카모메 식당’의 시나몬 롤을 만들었다.


물론 빵 하나로 마음을 전부 표현할 순 없었지만, 시나몬 롤은 남자친구와의 화해에 큰 도움이 됐다.


 


커피콩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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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 쿠키는 은은한 커피 향과 진한 초콜릿 맛이 느껴지는 쿠키이다. 아기자기한 크기의 쿠키를 기대했지만, 오븐에 들어간 순간 크기가 2배로 커지는 바람에 못난이 쿠키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맛은 꽤 달콤했다.


커피콩 쿠키는 스승의 날 평소 좋아하는 교수님을 위한 선물이었다. 사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좋은 스승을 만나리란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을뿐더러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는 교수들을 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지할 곳 없던 대학에 어깨를 토닥여준 교수님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런 행운에 감사하기 위해, 그리고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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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늘 ‘슈’라고 대답할 만큼, 슈는 필자에게 소위 ‘최애 빵’이었다. 그러나 먹을 땐 몰랐는데, 슈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맛있는 슈를 먹기 위해선 반죽을 타지 않게 가열한 후 반죽 표면에 적당한 수분을 만들어 구워야 했다. 이전에는 밀가루 반 크림 반인 이 과자가 한 개에 1,500원 정도인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으나, 만드는 방법을 아는 지금 그 과자 안에 참 많은 손맛이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엄청난 정성의 그 과자는 필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여느 과자들보다 많은 정성이 담긴 만큼 소중한 친구에게 주고 싶었지만, 오늘 하루 수고한 필자에게 소정의 선물을 주고 싶었다. 열심히 만든 만큼 스스로 주는 선물은 그 어떤 제과점의 빵보다도 값졌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스스로 지쳤다고 생각하는 어떤 날 다시 한번 슈를 만들어 먹고 싶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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