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크니,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환상적인 세계가 궁금하다면 [영화]

영화 <호크니> 시사회 리뷰
글 입력 2019.08.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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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니를 처음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작년 즈음이었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시원해지는 푸르른 수영장과 그 뒤로 보이는 네모반듯한 분홍빛의 집. 놀랍도록 감각적인 색감과 한여름의 풍경이 맘을 사로잡았다. 그림은 영국 출신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었다. 그의 이름은 내게 그렇게 각인되었다.




강렬했던 그와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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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igger Splash>, (1967)


그리곤 이번 7월,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DAVID HOCKNEY> 전시회를 방문했다. 전시는 기대 이상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내게 호크니는 그저 화려한 색감에 세련된 그림을 그리는 현대적인 화가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가 알던 호크니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전시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의 작품은 새롭고, 낯설고, 신선했고, 섬세하고, 과감하고, 경이로웠다. 나는 이후 호크니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이 시대가 사랑한 아티스트, 그를 영화로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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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8월 8일 개봉하는 <호크니>는 랜들 라이트 감독의 영화다. 마침 6개월간 열렸던 호크니의 전시가 지난주 성황리에 종료되었기에, 딱 좋은 시기에 개봉하는 듯하다.

영화는 호크니의 유년시절, 우정, 사랑, 작고 큰 여러 사건들, 작품, 그의 예술세계 등 그의 삶 전반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호크니가 어떻게 작품을 완성해 나갔는지의 과정부터 영국 예술 학교에서의 시간과 미국으로 떠난 이후의 시간, 갑작스레 찾아온 슬럼프, 그리고 그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였던 연인과 친구들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큐멘터리는 딱딱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부수고 영화는 마치 호크니의 작품처럼 다채롭고 풍성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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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있자니 하나의 경이로운 체험을 하는 것만 같았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감을 지닌 그의 작품들은 스크린을 가득 메웠고, 호크니의 그림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음악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눈앞을 가득 채우는 그의 작품과 삶의 모습은 너무도 생생했다.

피카소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쓰인 시에 영감을 받아 다시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거나, 절친 헨리와 여행을 떠나 헨리는 글을 쓰고 호크니는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마음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영화 속 호크니의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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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매일 2층 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곤 했죠.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가득했던 호크니. 그는 늘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곤 했다. 노트, 버스 티켓, 휴지 그 어느 곳이던 빈 공간만 있다면 그는 늘 무언가를 그렸다.


하지만 자신만의 공간 없이 좁은 방에서 가족들과 살을 부딪히며 살아가는 일은 호크니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가 느꼈던 갑갑함은 그의 초기 작품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그가 고향 브래드 포드를 떠나기로 한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젊은 시절 훌쩍 떠난 미국에서 찬란한 전성기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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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Isherwood and Don Bachardy, (1968)
젊은 시절 그가 동경했던 한 남성 커플을 그린 작품.


아버지가 그랬죠,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 그 말을 마음에 깊이 새겼어요.



호크니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는데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그는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냈고, 자신의 내면과 혼란스럽고 억압된 감정을 드러내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미국에 도착한 이후 자신의 머리색을 노랗게 물들이고, 두껍고 둥그런 검정 뿔테안경을 쓰고 과감한 색의 옷을 입었다. 자신의 개성을 작품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모습에서 보여준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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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식으로 같은 풍경을
개별의 사진으로 담아낸 뒤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저는 일기를 쓰듯이 사진을 찍어요.

사진은 표면만을 담아낼 수 있지만

우리의 눈은 더 넓은 공간을 바라보죠.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사진 찍는 일을 좋아했다. 영화 속 호크니는 사진기를 자주 들고 다니며 사람이나 자연, 일상의 풍경 등 많은 모습을 담았다. 호키니는 사진은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것에 비해 제한된 모습은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사진이 지닌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는 한 풍경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 그 사진을 모두 하나로 모았고, 컴퓨터로 각각의 사진을 하나로 합친 뒤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그려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된 걸작이 바로 이번 서울 호크니 전시회에서 전시되었던 <A Bigger Grand Canyon>, <Bigger Trees Near Warter>이다. 눈앞에 펼쳐진 작품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는 새로운 시선으로 반짝거림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던 이 시대의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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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했던 호크니.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와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업하는 그의 모습은 왜 그가 이 시대의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일 수밖에 없는지 다시 한번 생생하게 실감하게 했다.


이번 영화 덕분에 호크니와 더 친해진 기분이 든다. 전시회에서 감상했던 작품 뒤 숨겨진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영상에 담긴 모든 순간은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예술에 대한 진중한 태도와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내게 영감을 주기 충분했다. 맑게 빛나던 그의 눈동자가 기억에 선명하다.


생명력이 넘치는 그의 작품만큼 다채로운 삶을 살았던 호크니. 그가 밟아온 삶의 발자취가 궁금하다면, 손끝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운 그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호크니 HOCKNEY

Directed by Randall Wright

2019.08.08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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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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