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콜바넴'의 엘리오가 성인이 되었을 때 - 수수께끼 변주곡 [도서]

글 입력 2019.08.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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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단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때문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나를 넷플릭스의 세계로 이끌었던 영화이자, 영화를 감상할 때 색감을 중시하게 만든 계기이다. 보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통해 이 작품을 접했지만, 원작 소설인 `그 해, 여름 손님(Call me by your name)` 역시 퀴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소설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영화 개봉 이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엘리오의 시점이라면, 소설은 올리버의 시점에서 서술된다고 해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원작 작가 안드레 에치먼의 새 소설집 `수수께끼 변주곡`이 번역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건 읽어야만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소설보다 영화를 자주 보며, 같은 작가, 감독의 작품을 여러 편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같은 감독의 작품을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줄 세워 보기도 하고, 그 감독만의 특징적인 표현도 파악해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원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집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떠올랐다.


소재가 퀴어 로맨스라서 비슷하게 느껴진 것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영화의 태도와 색채와 닮아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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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변주곡`은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폴이 지난 사랑을 회상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다. `다섯 가지 색 사랑 변주곡`이라는 책 표지에 쓰인 문구 때문에 다섯 가지 단편이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조금 놀랐다.

대부분의 단편집은 말 그대로 별개의 단편 소설들을 엮은 책이고, 보통 소설 내의 장이 이어질 때는 몇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문구를 잘 사용하지 않아서 당연히 다섯 가지 이야기가 완전히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왜 `다섯 가지 변주곡`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첫 번째 단편 `첫사랑`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배경을 바꿔 약간의 반전을 추가한 듯한 느낌이 든다. 다섯 작품 중 가장 분량이 길고, 주인공의 정체성과 성장 배경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가 성인이 되어, 한적한 이탈리아의 섬마을을 다시 찾아가 어린 날의 추억을 회상한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공간과 시간의 묘사가 매우 아름답고, 반전과 복선이 다섯 단편 중 가장 정교하게 짜인 느낌이 들어 다섯 단편 중 가장 재미있게 몰입하여 읽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단편 `봄날의 열병`과 `만프레드`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첫사랑`이 무모하고 서툰 사춘기의 이야기라면, 이어지는 두 단편은 조심스럽고 미묘한 삼십 대의 사랑이다. 상대의 마음을 몰라 주저하는 태도는 비슷하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배경이나 상황보다는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묘사가 중심이 되는데,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하는 생각과 행동이 정말 `나노 단위`로 서술되어 있다. 사랑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유치하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단편 `별의 사랑`과 `애빙던 광장`은 과거의 사랑을 다시 마주하거나 새로운 사랑을 찾아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고 엇갈린다는 점에서 영화 <클로저>가 떠올랐다. 세 번째 단편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상당히 낭만적이고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이 두 작품은 확실히 도회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고, 아파트에서 여는 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이 그렇다. 요즘 주변 지인들의 연애를 보고 있으면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많이 망설이고 계산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망설임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느꼈다.

다섯 편을 모두 읽고 나니, 변주곡이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분명 같은 주인공이 겪는 사랑 이야기고, 비슷한 태도로 다가오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지만, 상대와 배경에 따라 그 전개는 달라진다. 그 변화하는 멜로디 속에서도 중심이 되는 흐름은 늘 사랑이다.

누군가는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사랑에 대한 집중적이고 강렬한 탐구가 흥미로웠다. 계절감이나 묘사, 주제가 모두 휴가철에 잘 어울리기에 8월이 가기 전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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