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때, 변홍례 [연극]

탐정 소설 같은 고녀 살인 사건
글 입력 2019.07.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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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철도 사장 사택에서 지난 삼십일 밤 열시부터 새벽 동안에 참혹한 미녀교살 사건이 잇섯다. 부산서에서는 이 급보를 듣고 서장 이하 각 부장 부원이 현장에 립장하야 엄중히 감사한바 변홍례는 엽방에서 교 살되엇고 얼굴과 기타에 타상 된 곳 잇섯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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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첫 인상을 하나의 형용사로 묘사하자면 ‘독특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듯한, 하얀 얼굴에 불그스렘한 볼터치를 하고선 검은색 정장과 모자를 쓴 분이 나오셔서 아코디언을 연주하시고 계시질 않나, 공연 시작 10분 전인데 배우 분들이 극장 밖에 있는 공간에서 분장을 하고 계시질 않나, 공연이 시작하니 노래를 부르면서 극장 안으로 들어오시질 않나.


독특함과 신선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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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변홍례



‘그때, 변홍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1931년 7월 31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탐정소설 같은 고녀(고녀: 고용된 여자)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몰입감이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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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생각보다 심플하다’였다. 옆에 용도를 모르는 마이크들과 소품들, 그리고 흰 천막이 무대 위에 놓여있었다.


이렇게 심플한 무대를 보면 신기하게도 상상력이 더 부풀어 오르게 된다. 어떻게 저 소품들을 사용할 것인지, 배우들의 역량으로 어떻게 심플한 무대를 가득 채울지 기대가 되는 동시에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난 후, 이 심플한 무대는 전혀 심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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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자세히 보니, 배우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맨발이고 소품하나 쓰지 않는데 ‘또각또각’거리는 구두소리와 ‘달그락달그락’ 찻잔소리가 들렸다. 호기심에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 세워져있던 마이크와 소품들로 다른 배우들이 직접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마치 무성영화의 기법처럼 말이다.


연극을 보기 전에 미리 조사한 문구 중 ‘소리와 빛의 활용을 통해 단순한 효과를 넘어서 배우가 적극적으로 운영한다.’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시각적인 볼거리를 넘어서 청각적인 것을 활용한다는 것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연극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벗어난 점이기에 인상 깊게 주의를 기울이며 보았던 것 같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펼쳐지는 무대를 보는 동시에 또 다른 ‘무대’에서 펼쳐지는 소리를 자연스레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뿐만 아니라 흰 천막에 빔으로 영상들을 쏘는데 가끔 글씨를 연출할 때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마치 플립북처럼(플립북: 책을 직접 넘기면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법) 배우들이 직접 글씨를 만드는 것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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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기억 한켠에 남는 점은, 배우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듯한 느낌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무대’라는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무대 밖 간이분장실, 관객석, 계단 등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서 ‘즐기는’ 것이 보였다. 어느 연극이든 살짝의 긴장감과 자신의 배역에 몰입되는 배우들은 많이 보았으나 무대 위의 연극을 ‘즐기는’ 배우는 잘 보지 못해서 그런지, 이번 연극은 더욱 눈여겨 보았던 것 같다.

 



마지막 한 마디



예상에서 벗어난 기법으로 배우들의 열정과 연출의 아이디어, 그리고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소재로 조화가 이룬 ‘그때, 변홍례’였다. 마지막 결말까지 여운을 주었기에 친구와 관람 후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야기와 결말에 대해서 여기서 다루면 스포가 되니, 말을 아끼겠다. 직접 관람하여 현장의 에너지와 열정을 느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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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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