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물웅덩이에 돌을 던졌던 날 [여행]

아주 작은 돌멩이여도 괜찮아
글 입력 2019.07.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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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이 행복하지 않은 대학생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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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종강이다!"


6월 말, 대학생에게는 축제보다도 신나는 시간. 고단했던 한 학기가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두 달도 넘는 짜릿한 여름방학 뿐.


모두가 종강의 기쁨에 취해 술잔을 부딪치고 미뤄둔 잠을 청하며 행복해할 때, 나는 가만히 멈추어 있었다.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고 후련하지 않았다. 학기 중에도 이미 종강한 사람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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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금요일>의 ‘퍼펙트 월드’ 편을 보면, 한 남자에게 괴물이 나타난다. 이 괴물은 딱 하나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 남자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모든 소원을 들어 주는 것’이 소원이라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평생 이룰 수 있는 소원이니까.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진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급스러운 음식도 먹고, 사후 세계도 경험해 보고, 달나라도 가 보며 뜬구름 같던 상상들을 모두 경험했다. 매일매일 짜릿하고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환상적인 시간들이 모여 일 년이 흘렀다. 그리고 남자는 모든 것이 시시해졌다.


물론 이 세상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경이로운 것들이 무수히 남아 있다. 그렇지만 겪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원하는 감흥, 감동, 행복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최대치를 몇번이나 갱신하며 느낀 남자는 어느 것에도 만족할 수 없고, 행복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은 먹는 행복이 없다는 것.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버는 만족이 없다는 것.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충족의 끝은, 결핍도 만족도 똑같이 무의미해지는 감정의 뇌사상태일 뿐이다.


행복은 불행의 해소이다. 만족은 불만족의 해소이다. 불행과 불만족이 사라져버린 삶에서는 모순적이게도 행복과 불행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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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따라가기 벅찼다. 그 가운데에 서서 나는 아예 손을 놔 버렸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부담감도 없었다. 불행과 고통이 없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느끼는 후련함도, 해방되었다는 행복도 없었다. 남들에게 ‘고통의 해소’였던 종강은, 고통이 없던 내게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가만히 고여 있는 물웅덩이같은 하루가 흘러갔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늪에 빠져 있을 때, 일과 공부에 지치고 피곤할 때 여행을 갈망한다. 단조로운 삶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과 새출발을 앞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예쁜 풍경과 여유로웠던 그날의 공기를 가슴 속에 꼭꼭 묻은 뒤, 막막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원동력으로 삼곤 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미약하게나마 인생의 방향을 틀 계기를 찾고 싶었다. 물웅덩이에 돌을 던져서 조그만 파동이라도 생기길, 그래서 조금이라도 퍼져나가길 바랐다. 그래서 여행을 떠났다.




조약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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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순천 그리고 여수 여행. 짧고 소박한 조약돌 같던 나날들. 아주 평범한 동기로 떠났고,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여행이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했던, 온통 새파란 여수는 참 아름다웠다. 서투른 솜씨지만 예쁜 장면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도 즐거웠다. 단조로웠던 일상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당연히 행복했고 흘려보내기 아쉬운 마음뿐이었다.


짧은 여행이 끝나고,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두 시간 남짓 잠을 자고, 일곱 시간을 덜컹거리는 기차 위에서 보낸 뒤 바로 10시간 동안 일을 했다. 피곤한 몸으로 바쁘게 뛰어다니다 짬을 내어 본 SNS에는 같이 여행한 친구가 올린 글이 있었다. 한여름밤의 꿈 같았다는 짧은 문구와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어제의 사진들. 기분이 먹먹했다. 고작 하루 전의 일인데, 지금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을 뒤적거리는 모습과 비교되면서 벌써 한 달은 된 것처럼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오래간만에 느끼는 행복에 대한 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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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복귀한다. 마치 모든 순간이 꿈이었던 것처럼 여행은 몽환적이게 남아있고, 다시 퍽퍽한 하루를 물 흐르듯이 보내게 된다. 그렇게 항상 여행을 갈망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그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고. 어쩌면 행복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이지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직후는, 지금의 하루와 그때가 비교되어 더욱 불행해지고 여행에 대한 환상만 커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하루가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그림자가 아닐까.


이제는 모두에게 너무나 평범하고 보편적인 도전인 ‘여행’이, 투명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갈망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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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후 나는 오히려 더 바쁘게 살고 있다. 하고 싶었던 공부와 활동으로 훨씬 더 빡빡한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여행과 괴리감이 점점 커지는 하루를 보내면 행복을 갈망하는 마음도 조금씩 자라난다. 그리고 모순적이지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작은 위로가 된다.


아, 나는 지금 열심히 살고 있구나. 흘러가는 중이구나.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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