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로 태어난 남자와 그를 인정한 아내의 이야기, '베르나르 뷔페 展'

글 입력 2019.07.0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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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 태어난 남자와 그를 인정한 아내의 이야기, '베르나르 뷔페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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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세련된 자신의 모습을 있는 힘껏 측은하고 고독하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 그의 그림 속 자화상은 하나같이 외롭고, 비쩍 말라 있으며, 안쓰러운 모습이다. 자신에 대한 생각을 오랜 시간 해왔던 듯한 사람, 바로 베르나르 뷔페의 이야기이다.

베르나르 뷔페는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예술가로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아티스트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만나 볼 기회가 있다면, 프랑스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왜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베르나르 뷔페 展은 한국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베르나르 뷔페 작품의 대규모 단독 회고전으로,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치고 전시되어 있다.

필자는 이미지로만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을 접해오다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베르나르의 실제 작품을 만났다. 그동안 수많은 거장의 회화와 명작들을 보아왔지만, 실물을 보기 이전 보았던 이미지의 느낌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베르나르의 작품은 반드시 실물로 만나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작품 특유의 두께감과 컬러 등의 표현이 디지털이미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디지털 이미지로만 작품을 접할 경우 감상 또한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칫 디지털이미지만으로 베르나르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단정지어 버린다면, 실제 작품을 만났을 때 느낄 차이를 미쳐 예측하지 못한 채 실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개인적으로는 베르나르 특유의 절제된 컬러 사용과 선 굵은 표현들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다. 디지털이미지로 보았을 때 시큰둥 했던 반응이 전시를 보는 과정에서 완전하게 달라졌고, 이미지로 떠도는 유명한 작품들 이외에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그의 작품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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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화가로 태어난 것 같다. 당신은 우리에게 당신의 외로움, 믿음, 사랑,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자연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물질적, 도덕적 참담함에 마주했을 때의 비탄을 이야기하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선택했다.


당신은 우리가 종교에 빠질 때처럼 그림에 빠졌다.


당신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당신의 작품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 아나벨 뷔페 (Annabel Buffet)


무엇보다 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묘미라면, 바로 베르나르의 작품 시기별로 그의 아내가 남긴 비평문들이다. 타고난 예술가인 남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의 작품세계를 한없이 궁금해했던 아내의 글은 유려하다 못해 그 자체로 시적이어서 작품을 보는 것과 별개로 글에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프랑스가 내세우는 보물,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베르나르 뷔페. 어쩌면 국내에서 그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긍정적인 평들이 난무할수록 수많은 관객이 몰리고, 결국 그것이 또 다른 국내 인기 작가 반열로 이어질 것임을 예상하는 바. 감히 한국에서의 베르나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더구나, 그가 일생 동안 느껴왔던 고독의 정서는 어딘지 모르게 한국인에게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동굴을 찾는 수많은 이들이 역설적으로 고독의 그림 앞에서 휴식하는 순간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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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 展
-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 -


일자 : 2019.06.08 ~ 2019.09.15

시간
11:00 ~20:00
(19:0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조선일보사
Fonds de Dotation Bernard Buffet
㈜한솔비비케이

후원
주한프랑스문화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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