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의 시대 속에서 역류하는 연어 [여행]

글 입력 2019.06.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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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시작되었고 장마가 다가온다. 주변에서는 여름휴가를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봄부터 짜고 있었다. 대부분이 해외여행, 상황이 마땅치 않으면 국내 여행 등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는 휴가철에 여행을 가지 않는 게 어색할 정도이다. “너는 어디 안 가?”로 방학 때 할 일을 물어보는 건 이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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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문학동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출간되자마자 읽었다. 작가가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는 지금까지 필자가 해왔던 여행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더불어 책을 보면서 여름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집 나오면 고생한다.’는 말은 고등학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타지생활을 시작한 필자에게는 비수와 같은 격언(?)이었다. 패기 넘치게 집을 나와 막상 외딴곳에 있다 보면 온갖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짧은 여행일지라도 후반부에 다다르면 체력적으로 지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왕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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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활한 하노이 바딘 광장은

사람을 녹초로 만들어버리기 좋은 곳이다.

 


책에서처럼 몸이 편했던 여행보다 고생했던 여행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특히, 하노이 여행 후반기 바딘 광장에서 지쳐 같이 사진을 찍자는 친구의 말을 거절하고 멀찍이 서서 축 쳐져 있었을 때의 느낌과 공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순조로운 편이었지만 그 순간은 제일 큰 고비였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면서 동시에 일정이 꽉꽉 차 있는 여행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몸소 깨달았던 경험이다.

 

여행은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예측불능성이 매력이다. 실제로 여행을 갈 때마다 황당했던 일이 매번 있었고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좋은 소재가 되었다. 가끔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술자리를 가질 때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주제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지 팁부터 소매치기, 길 잃기 등 듣고 있는 다른 누군가가 그에 관해 조금 안다면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처럼 여행은 이제 일상 속으로 스며든 흔하지만 흥미로운 것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여행을 간다. 가깝게는 국내 해수욕장, 멀게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유랑할 예정이다. 필자도 여행 얘기를 들으면서 막연하게 가까운 나라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유럽은 언젠가 가야 할 곳이지만, 큰 환상이 없어 꼭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고 있다. 또한, 여름 더위에 약하여 열대기후 속에서 타들어 가기가 싫었다. 그렇게 중국이냐 일본이냐를 고민하다가 여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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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의 생활 연차가 쌓일수록

집의 위대함을 체감한다.

@Brina Blim, Usplash

 


이미 비행기 예약 시기를 놓쳤으니 더운 날씨에 밖에 나가서 헉헉대지 않고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는 게 더 낫다고 합리화를 하였다. 아무리 여행이 즐거워도 더위는 당찬 포부를 도로 들어가게 하는 너무 큰 산이었다. 그런데 정작 여행에 대한 대체 활동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탠딩 콘서트이다. 더운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자신감 반 걱정 반이다.

 

확실한 건 이번 여름에 여행을 가지 않는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사람들이 휴가철마다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하더라도 집에 머무르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꿋꿋하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각자 취향에 따라 나름의 휴식 방법을 고르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저 폭염과 장마 속에서 무사히 버티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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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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