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장례식은 마지막 만남이었음을 -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를 읽고
글 입력 2019.06.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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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에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비관적으로 보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상투적인 말로 누군가에게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로 한 이유는, 단지 제목이 특이해서였다.

그리고 사실, 필자 또한 책의 제목과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아직 죽음을 고민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이지만, 최근 장례식이라는 곳에 자주 다녀온 터라 그런 고민을 했었다. 필자가 다녀왔던 장례식에서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고인과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눈물로, 또 어떤 이는 덤덤한 표정으로, 다른 이는 애써 밝은 미소로 고인의 죽음을 아파했다. 그때 느꼈던 점이 있다면, 고인은 생전 인간관계가 원만했던 사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많은 이들이 장례식에 참석해서라는 이유보다는, 고인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진정으로 슬퍼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례식에 다녀온 후 문득 ‘내가 만약 죽는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내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 줄까?’라고 생각했다. 이를 가늠하기란 어려웠다. 필자 자신이 과연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스로 좋은 인간이라고 자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마음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책에서 위로를 받다


‘더욱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더욱 오래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슬픔을 불러오는 건 아닐까’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中


필자는 아직 사랑하는 이를 멀리 떠나보낸 경험이 없다. 이에 남은 이들의 슬픔을, 단순히 고인이 죽었다는 사실에 아파하는 것이라고만 짐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죽음이란 고인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라고 말한다. 그간 장례식을 인간관계의 척도라고만 생각했던 필자에게, 작가의 말은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죽음의 슬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죽음이 그저 사라짐은 아니었다. 그래서 장례식은 고인과 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마지막 만남이다. 이들은 장례식을 통해 서로 마지막 추억을 공유한다. 장례식에는 우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담담한 표정이나 밝은 미소로 고인에게 인사하는 이들도 있다.

한때 이들이 슬픔을 애써 숨기려는 이유가 궁금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들이 지었던 표정은 고인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마음을 갖고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中


‘내가 만약 죽는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내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이들과 나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선, 늘 따뜻한 온도가 느껴지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상처받고, 상처 주는 세상에서 따뜻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냉정한 사회의 온도만큼 나조차도 어느새 꽁꽁 얼어버린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해버리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뜨거운 마음을 가지라는 저자의 말이 좋았다. 내가 가진 체온의 온도를 전부 누군가에게 줘버린다면, 언젠가 나의 온도는 괜한 보상심리나 실망으로 인해 금세 차가워진다. 그러나 내가 마음을 뜨겁게 데워 남이 따뜻할 만큼 사랑을 준다면, 내게 남겨진 체온이 있으니 남에게 괜한 기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스스로 따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렬히 전부를 바쳐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아서 좋았다. 내 전부를 소모해버린 사랑의 결말이 아팠던 일이 많았기 때문일까. 어떤 이해도 없이 모든 걸 바쳐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지침 같았던 필자에게, 저자의 말은 하나의 위로였던 것 같다. 위로를 받으니 앞으로 사람을 잘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왠지 모르게 치솟는다. 아무래도 좋다. 다들 그래서, 에세이를 읽나 보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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