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작 안나 카레니나와 뮤지컬의 황홀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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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민음사, 2009).
안나 카레니나의 첫 장을 넘기며 읽은 간결하고 명료한 첫 문장을 잊지 못한다. 『안나 카레니나』는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그녀의 삶을 책장 너머로 읽어내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톨스토이의 대작이다.
블루스퀘어홀에서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약 두 달간 진행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러시아 문학과 뮤지컬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에게는 달려 가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 역할을 좋아하던 김소현 배우가 맡으신 것도 흐뭇한 관람 포인트 중 하나였다.
장편 소설을 2시간 남짓한 뮤지컬로 압축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보였으나 조금 부족한 개연성을 감안하고서라도 칭찬하고 싶은 점은 두 가지이다.
1. 다양한 춤, 스케이팅, 발레 등의 동작들 및 특이한 무대장치와 함께 눈이 즐거운 뮤지컬이었다. 보통 뮤지컬 막이 바뀔 때마다 단체 군무나 합창으로 시작하곤 하는데, 러시아의 상징인 발레 동작도 감상 가능하였고, 배우들이 스케이트를 착용하여 러시아의 겨울을 실감나게 표현한 점은 아주 칭찬할 만하다. 무대 장치에 대해서도 러시아어가 쓰여 있는 큰 프로젝터 빔을 무대 전체에 쏘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점도 인상 깊었다.
2. MC의 활용. 극에서 현재 상황을 중개하듯 말을 하는 남자가 있다. 예를 들어 “돌아가는 기차표는 없소!” 와 같은 대사이다. 이 MC는 원작 소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MC는 주인공 안나의 내면과 이성을 대변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위의 예시에서도, 안나가 브론스키의 손을 잡고 떠나려고 하지만, 모든 걸 버리고 떠나려고 하지만, 안나의 무의식 속에서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 버렸다’라는 것을 MC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원작 소설이 치밀한 심리 묘사로 점철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MC의 활약은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데 적절하게 활용된 것이라 본다.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의 대작을 시,청각적으로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황혜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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