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이 찾은 귀한 손님, 오늘의 나 - 행복은 늘 내 곁에 있어

파랑새가 이어준 100명의 인연과 그들이 정의하는 행복
글 입력 2019.06.17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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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늘 내 곁에 있어


파랑새가 이어준 페이스북 친구 100명이

들려주는 진솔한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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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이 두 음절의 단어는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우선 단어는 소유할 수 없다. 나는 한글을 창제한 위대한 세종대왕이 아니라 한글을 소유할 티끌만큼의 자격도 없고, 나아가 모든 이들에게 허락된 단어를 내게만 옭아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소유할 수 있는가? 행복도 마찬가지, 우리는 행복을 소유할 수 없다. 행복은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갑작스레 찾아오기도 하지만, 마음에 꽉 차서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미련없이 훌쩍 어딘가로 떠나버리는 방랑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시점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무언가를 꼭 소유해야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서 스님이 그랬듯 소유욕은 또 다른 집착을 만들어내 행복과 대비되는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과 같은 행복이 비로소 내게 찾아와 문을 두드렸을 때 난 귀한 손님이 되어 온 마음을 다해 그를 맞을 수는 있다. 나를 찾아온 행복이 손님 같지만 사실 이 경우 주객이 전도되어 내가 손님이 된 꼴이라 볼 수 있다. 변덕스러운 행복이 파티의 초대장을 들고 내게 찾아왔기에. 그러곤 그는 묻는다.


"지금 이 순간 저와 파티를

즐길 준비가 돼 있으신가요?"


늘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해왔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과 그들이 행복을 정의하는 기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읽은 책, <행복은 늘 내 곁에 있어>는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의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페이스북 친구 100명이 그 길에 동행했고 행복은 늘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작은 행복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스스로 쟁취한 행복이 진짜 행복이었다.


- 임진순 작가



글과 그림을 쓰는, 글림작가인 임진순 씨는 지난해 한 출판사로부터 그녀의 그림을 담은 그림 에세이 한 권을 내보자는 제의를 받았고, 이후 공동저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는 페이스북에 행복을 주제로 하는 두 줄~A4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 다 같이 행복에 대한 책을 만들어보자는 게시글을 올렸고 이에 대한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


특히 SNS를 통해 단결된 공동 저자들이 자신의 글 옆에 들어갈 그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는 에필로그 속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자그마한 행복들이 싹트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 속의 이야기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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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고향이다를 쓴 63년생의 저자는 자신의 글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행복을 표현했다. 바다가 고향이었던 그녀는 인생의 나머지 절반을 도시에서 살았고, 도시 속 자신의 삶을 사막 한 가운데 버려지고 잊혀진 고대 유물과 같다고 말했다.



황홀한 절정의 터널을 지나온 나의 인생에 내가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은 귀향이다. 바다 한가운데를 날다 지쳐 탈진한 파랑새에게는 고래가 마지막 희망이었으리라. 내 고향 부산은 나에겐 인생의 끝이자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이생의 마지막 경유지이다.


- 바다가 고향이다 中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혹은 마음 하나 의지할 곳이 없을 때마다 고향을 떠올리며 버텨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내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이제는 어느새 멀어져버린 그리운 내 고향, 삼천포. 나도 삼천포의 남일대 해수욕장의 비릿한 바다 향기, 새해가 되면 떠오르는 붉은 해를 맞이하러 가곤 했던 삼천포 대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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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 삼천포 대교



소풍을 떠나기도 글짓기 대회를 하기도 했던 노산공원이 그립고, 아파트 단지 앞에 있던 탁 트인 공설운동장의 연갈색 모래가 그립다. 공부를 마친 후 어느새 깜깜한 어둠이 하늘을 뒤덮었을 때 달빛을 조명 삼아 친구와 걸어왔던 그 익숙한 길이 그립고, 우리 집 앞 푸른 넝쿨로 빽빽했던 정자가 그립다. 하지만 이 수많은 그리움 속에서도 내가 제일 그리운 것은 바로 그 시간 속의 나였다.


이삿짐을 차에 실을 때만 해도 먹먹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채 아파트에게 손을 흔든 내 모습이 어느덧 5년이 되어간다. 올해 다시 삼천포를 찾았을 때 아쉽게도 예전 우리 집 주위를 가보지 못했던 것이 아주 후회스럽다. 지난 시간동안 내가 좋아했던 그 장소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내가 조금 성장했듯 새로운 꽃들과 수풀이 놀이터의 메마른 흙을 어루만져 주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때 그 모습 속에서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하고 있을까.


글쓴이에게 고향이 그랬듯 내게도 고향은 행복하고도 그리운 존재이고, 가끔은 향수로 인해 나를 아프게도 했다가, 그럼에도 여전히 오늘의 내가 있게 해준 소중한 기억들이 곳곳에 잠들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존재하는 것들에겐 반드시 자신의 때가 있나 보다. 숨겨져 있어야 할 때,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야 할 때, 주인공으로 드러나고 사라져야 할 때가 있다. 보여지고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그 어떤 검불로 가리웠어도 반드시 존재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정한 그때가 있다.


- 오솔길로 걷는 가을 소풍 中



71년생의 저자는 가을로 곱게 물들어가는 뒷동산 오솔길로 소풍을 떠났을 때 행복을 느꼈다. 가벼웠던 그 소풍은 저자에게 예상치 않았던 경이한 만남을 선사해주며 그녀의 인생을 가을로 한발 더 가까이 가게 해 준 행복한 소풍이었다.


봄, 여름, 겨울 동안 보여지지 않았던 존재감들이 깨어나 마침내 고운 빛의 향연을 드러내는 가을. 4계절을 자기가 만들어내는 어떠한 소리 없이, 오직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장하는 나무에게 가끔 존경을 표하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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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아름다움은 물론 그의 수많은 팔에서 피어나는 다채로운 잎사귀에서 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앙상한 나무는 풍성한 나무보단 예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나무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 자리에서 한결같음을 유지하며 때를 알고, 스스로 성장을 일궈나가는 성숙의 매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자연의 섭리에도 정해진 때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때가 있는 반면 일상이 행복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때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속도의 위압감 때문에 행복이 상대적 개념의 그늘에 드리워질 때, 우리는 나와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그속에서 불행해지기도 위안을 찾기도 한다.


상대적인 척도가 반영된 행복은 절대 행복이라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덜 불안해지기 위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도 같은 행위이지 않을까. 사람들은 행복을 꿈꾼다. 삶의 이유이자 이상인 행복을 느끼는 주체는 누구인가. 행복은 남과의 비교를 통해 얻어지는 맛보기 코너의 기쁨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을 할 때 비로소 내게 찾아오는 귀한 손님이다.



행복하길 바라는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도 있다.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누군가 어둠이 가득한 밤 하늘의 별 하나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그 사람이 부디 행복하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하는 그 ‘기도의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


- 우리는 누군가의 행복 中



02년생의 저자가 말하듯 우리는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또한 누군가는 내게 행복이 돼주기도 한다. 비록 지금의 내가 행복하진 않아도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위대한 이유인 사람, 생각만 해도 행복한 호르몬을 마구 흘려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내게 소중한 행복이듯, 나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행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은 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그 기쁨의 순환에 의해 작동하는 물레방아다.


지금 나는 행복한가? 솔직히 말하면 요즘의 나는 행복한 것 같다. 이전의 나보다 더 큰 용기가 생겼고 매일의 새로운 일상들이 즐겁다. 새로운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된 것도 더없이 소중한 행복이다. 이 행복이 떠날까봐 걱정이 된다면 그것은 지금 내가 행복하다는 또다른 증거이지 않을까.


하지만 언젠가 행복이 나를 떠나도 그는 머지않을 가까운 미래에 다시 나를 찾아와 똑똑 문을 두드린다. 그러곤 그는 묻는다. 지금 이 순간 저와 파티를 즐길 준비가 돼 있으신가요? 당연히 YES다.


행복한 순간에 젖어들 때, 내가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있을 때, 일상 속 사소함이 빚은 자그마한 행복의 소중함을 알 때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소유할 수 없는 행복을 언제든 반갑게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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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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