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거울을 보며 쓰는 회고 [기타]

전형적인 우리 말고, 입체적인 우리가 좋다.
글 입력 2019.06.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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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안에 있는 내 모습이 닳도록 거울을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


집을 나서며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을 바라본다.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고 집을 나섰지만, 거울 속 모습이 집에서와는 다르게 보이는 건 왜일까.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휴대폰에 얼굴을 비춰본다. 검은색의 작은 화면 속, 축약된 나의 모습이 보인다.흑백의 나를 마주하는 그때, 적나라하지 않음이 나를 안심케한다.


지하철에서 내려 걷는 거리. 거리에는 온통 나를 비추는 것들로 가득하다. 고개를 들어 옆을 보면, 상가 통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걸어가는 나의 모습과 몇 번을 마주하다, 오롯이 진실되게 나를 비추는 것을 만나고야 말았을 때, 난 어떤 기분이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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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거울로 된 건물이 하나 있다. 일명 '진실의 거울'이다. 학교의 정중앙에 놓인 이 건물은, 사방에서 내리쬐는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는다. 그리고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태양빛과 함께 반사된 거울 속 나는 그야말로 적나라한 나 자신이다.


무방비로 널브러져 있었던 집에서도 마주하지 못했던 '나'를 그곳에서 만나곤 한다. 웃프지만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곳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는 적잖이 놀란다. 그렇게 거울 속 모습이 닳도록 거울을 본다.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지, 눈을 떼기가 무섭게 또 거울을 본다.


나와 그들은 대체 무엇이 보고 싶었던 걸까. 내 모습을 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보고 싶지 않아서일까. 내가 보는 내가 궁금한 걸까. 아니면 남들이 보는 내가 궁금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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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세상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어떻게 보이는가'에 목을 매며 살고 있다.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형화된 미의 기준이 비정형화된 미를 비웃는 게 어느새 당연해진 세상이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품평하는 것이 더이상 기겁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왈가왈부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마치 지문으로 화면을 열어 sns에 들어가 보는 것만큼 습관처럼 행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을 수도 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형화된 기준이 이미 존재하는 이상 '기준 미달'이라는 문제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기준에 들지 못한 다는 것이 자신의 외모를 탓하며 불평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거울을 보며 불평을 하는 사람에게,


누군가는 부정적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욕심이 많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인정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노력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 그 모습 그대로 괜찮다고 말한다.


남들의 눈에 비친 그 사람의 모습이 부정적이고, 욕심이 많고, 인정해야 할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노력하면 되는 것을 노력하지 않아서, 그리고 어떤 이에겐 그 사람의 모습이 정말 괜찮아서, 저렇게 이야기한 것일 터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남들의 눈에 비친 그 사람의 모습이 과연 외모뿐이었을까. 외모와 마음씨, 말투와 성격, 표정과 향기가 모두 어우러져 그 사람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이 바로 남들의 눈에 비친, 적나라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오롯이 진실되게 우리를 비추는 것을 만나고야 말았을 때, 그것을 통해 우리의 외모와 마음씨, 말투와 성격, 표정과 향기를 보고야 말았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과연 그때도, 우리는 외모만을 탓하며 불평할 수 있을까.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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