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핑거톤 부인이 아닌 나비부인의 노래 [공연]

오페라 나비부인
글 입력 2019.06.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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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처음이었다. 뮤지컬을 관람하기 위해 종종 방문하곤 했던 예술의 전당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갑작스레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오페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 중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 중 하나다. 가격도 가격인 데다가, 특별한 경우에나 즐기는, 혹은 문화 예술에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있는 탓인 것 같다.

나 역시 평소에 연극이나 뮤지컬을 예매하기 위해 온라인 티켓 예매창을 들락거리면서도 단 한 번도 오페라 카테고리는 선택해 본 적이 없었다. 재미로, 즐기기 위해 오페라를 본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본적이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그만큼이나 오페라에 문외한이다. 당장에 떠오르는 오페라 제목을 열거해 보자면 다섯 손가락을 간신히 꼽을 정도다. 그런데 어쩌면 다행이게도,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그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오페라로, 드물게 제목은 물론 내용까지 얼추 알고 있는 극에 속했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하였듯,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실제 있었던 프랑스 영사의 국가 기밀 누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연극 <M. Butterfly>를 관람한 덕분이었다. 몇 해 전 그 작품을 관람하고 오페라 <나비부인>의 내용을 개인적으로 찾아 본 적이 있었다.


오페라가 시작되고,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내용을 알고 있던 덕분에 혹여 자막을 놓쳐 극을 따라가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덜 되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되면서 내용보다 더 크고 주요하게 다가온 것은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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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조금 힘이 들었다. 초반부의 핑거톤의 생각과 계획, 그리고 초초상의 상황을 드러내 주는 곡 이후 계속해서 초초상의 감정이 계속해서 집요하게 이어졌다. 1막과 2막 사이의 사건들은 자막으로 빠르게 처리되고, 아이의 존재, 케이트의 존재 등도 긴 설명 없이 등장하지만, 그와 관련된 초초상의 감정들, 극의 초반부터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사랑과 불안과 믿음과 비련의 감정만은 공들여 다뤄진다.


그 지극한 감정의 표현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그 덕분에 초초상의 마음으로 극을 함께할 수 있었다. <나비부인>은 정말로 핑거톤 부인이 아닌, 나비부인 초초상의 이야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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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인 면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당초 걱정하였던 것은 극의 내용과 초초상의 캐릭터가 오리엔탈리즘으로 가득하고, 수동적이고 지고지순한 동양 여성의 낡은 이미지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초초상의 감정이 공들여 표현된 덕분에 초초상 개인에 조금 더 몰입 할 수가 있었다.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몰락한 가문의 딸로 미국인과 결혼한 뒤 일가 친척들에게서 외면당하는 초초상이 사랑과 믿음에 맹목적으로 구는 것은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며 일본 옷을 입고 일본 집에 살면서도 미국인 남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나의 조국은 아메리카라고 주장하는 초초상은 모습을 볼 때도 그런 복잡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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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과 3막을 잇는, 핑거톤을 기다리는 초초상과 흘러가는 시간을 표현하는 춤으로 표현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꼿꼿이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초초상과는 대조적으로 곧 사그라들 듯한 하늘이는 춤사위는 맹목적으로 핑거톤을 기다리면서도 불안한 그녀의 상황을 한눈에 전달한다.


스스로 죽음을 택함으로 비극적인 운명의 종지부를 찍는 초초상의 모습 또한 네모난 프레임 안에 갇힌 모습이다. 1막에서 초초상과 핑거톤이 사랑을 노래하며 언급하였던 박제된 나비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


극중에서 사람들은 초초상을 '나비부인'이라고 부르고 그럴 때마다 초초상은 자신은 '핑거톤 부인'이라고 정정해 준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나비부인으로 태어나 나비부인으로 죽는다. 별달리 진지한 생각 없이 지나쳤던 제목이 다시금 눈에 박혔다. 내 인생 첫 번째 오페라, 핑거톤 부인이 아닌 나비부인의 노래를 그린 오페라 <나비부인>이었다.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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