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순간을 그러모아 노래하는 아티스트 : 지바노프(jeebanoff)

글 입력 2019.05.3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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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banoff 지바노프 - We(OUI) (Feat.sogumm) MV 중



음악은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부르는 이와 듣는 이. 그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화자(話者)가 될 수 있다. 짝사랑하던 당신으로 인해 밤 잠 설치던 날들과, 당신과의 이별을 결심하던 순간. 비 내리던, 혹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봄바람이 불어오던 날은 물론이고, 어처구니없이 사소한 순간들도 음악과 함께라면 특별한 추억이 되곤 한다. 음악을 들을 때 과거의 순간들이 기억나곤 하는 것처럼, 음악을 향유하는 모든 이들의 감정과 추억들은 음악 속에 녹아내려 기억된다. 그렇기에 음악은 이야기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여과 없이 털어놓을 때, 그리고 그것이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 감정의 깊이는 배가 된다. 그리고 이는 음악을 만나 더욱 아름다운 방식으로 변주된다. 이를 탁월하게 보여주는 아티스트가 있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서사를 이야기하는 아티스트 지바노프(jeebanoff)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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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banoff 지바노프 - We(OUI) (Feat.sogumm) MV 중



2016년 싱글앨범 [Hide]로 데뷔한 지바노프는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앨범을 발매해왔다. 중성적인 미성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지바노프는 아직 대중적인 스타덤에는 오르진 못했으나, ‘R&B 좀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2016년 발매한 ‘삼선동 사거리’를 통해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분'에서 수상하기도 했으며, 그 해 대한민국 대표 힙합/알앤비 전문 미디어 ‘리드머’가 선정한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음악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아티스트 '지바노프'. 그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so fed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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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노프 첫 EP 앨범 [so fed up]


절대 머물지 말고 나와 함께 가줘
여기 네가 다녀간 침대방 안에서
또 니 생각을 해
종이컵에 눌린 네 이빨 자국과
네 입술이 선명해

jeebanoff [so fed up]
track.01 soft


지바노프는 첫 EP앨범 [so fed up]을 선보이며 남다른 시작을 알렸다. 타이틀곡 ‘polaroid’에서는 ‘온통 너와의 추억이 여기 곳곳에 보이는 걸까 / So polaroid 추억을 찍고 있는 나의 눈’과 같은 가사를 통해 이별 후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남는 당신과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수록곡 ‘insane’을 통해 사랑의 끝을 예감한 순간을, ‘hardcore’을 통해 격정적인 하룻밤을 노래했으며 대부분의 수록곡을 통해 자신이 겪어온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솔직한 언어로 풀어나갔다.

보컬뿐만 아니라 작사와 작곡까지 직접 작업하는 지바노프는 풀어내고자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작성한 후, 멜로디에 맞춰 그를 줄여나가며 가사를 쓴다. 그만큼 자신의 서사와 이야기가 음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 곡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에 앨범의 구성이 일관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전체적인 톤과 무드,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음악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은 [so fed up]의 또 다른 타이틀곡인 ‘삼선동 사거리’이다.


지바노프 - 삼선동 사거리

[영상 출처 - 유희열의 스케치북]



그땐 몰랐을 걸 내 사람들

펼쳐질 일들과 바라볼

꿈과 내가 함께 묵던 지하방

더 묶인 내 꿈과 시간도


jeebanoff [so fed up]

track.08 삼선동 사거리



‘삼선동 사거리’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던 시절, 삼선동 사거리 지하방에서 음악을 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과거를 다룬 곡이다. 반복되는 ‘난 믿어’라는 가사에는 그가 자신의 음악에 대해 갖고 있는 확신이 느껴진다. 확신에 대한 대답처럼 많은 사람들이 '삼선동 사거리'라는 곡과 그의 음악에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이 곡을 통해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그 믿음을 토대로 지바노프는 계속해서 자신만의 음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KA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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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노프 세 번째 EP 앨범 [KARMA]


지바노프는 첫 EP [so fed up]발매 이후 2016년 12월 두 번째 EP [For The Few.]를 발매한 뒤 약 11개월 뒤인 2017년 11월 29일 세 번째 EP [KARMA]를 발매했다. 이 앨범은 지바노프가 신생 레이블 굿투미츄(goodtomeetyou)에 영입된 후의 첫 행보이기도 하다. 남녀의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앨범은 사랑에 관한 하나의 완벽한 서사를 담아내고 있다.

앨범 속 트랙은 시간 순서대로 배치되어있다. 짝사랑하는 이의 애타는 감정을 담은 'Wish (feat.SUMIN)', 막 사랑을 시작한 이의 설렘 가득한 감정을 담아낸 'Right Here (feat. Rick Bridges)'에 이어 변해가는 마음에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 때의 '진심', 권태기에 지쳐가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Then we', 다툼과 불신이 극에 달해 이별을 결심하는 순간의 'Timid (feat. 창모)', 이별 후 무관심으로 점철되는 허탈한 감정을 담아낸 'If you'까지, 앨범은 하나의 사랑의 서사를 관통하고 있다.


[KARMA] Jeebanoff - 진심 [영상 출처 - THECUT]


내겐 진심이 없나요

그대는 어떤 가요

내 말이 거짓일까요

그대가 거짓일까요

이 말도 진실 되지 않나요

그럼 어떡하죠


jeebanoff [KARMA]

track. 03 진심



앨범 속 스토리는 3년 간 만나던 전 여자 친구와의 실제 경험담이다. 그녀와의 끝을 맞이한 그는 지나온 시간들을 그러모아 앨범을 완성시켰다. 행복했던 나날을 담은 음악을 녹음할 때에는 울음이 터져 힘겨워하기도 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아픈 법이고, 이별 뒤에 남겨지는 추억은 독이 될 뿐이니까.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만큼 지나온 감정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테다.


jeebanoff (지바노프) - Timid (feat. 창모 CHANGMO) Official M/V
[영상 출처 - GENIE MUSIC]


꽤나 소심한 사람이 돼있어

왜 난 무늬만 착한 놈이 됐어

매 순간하나 양보하고

달래준 게 난데

매 순간하나

맘에 안 든단 건 다 왜 넌데


jeebanoff [KARMA]

track. 05 Timid



퍽 솔직한 언어로 풀어나간 이야기들은 현실적인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달콤한 사랑만을 노래하는 여타 한국 가요와는 달리, 미묘한 감정 변화를 잇는 ‘권태기’를 꾸밈없는 언어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그의 음악이 갖는 특별함이라 생각된다. 현실적인 그의 사랑에 대한 서사는 곧 '언젠가 우리가 겪었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타이틀곡 'Timid(feat.창모)'의 경우 TV프로그램 '무한도전' 방영 당시 방송 후 뮤직비디오가 삽입 되었던 적이 있다. 짧은 순간 그의 음악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그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바노프 무한도전'이라는 연관 검색어를 얻기도 했다. 이는 그의 음악성에 더해 그 속에 내재된 대중성을 어느정도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마등 : 走馬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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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노프 네 번째 EP 앨범 [주마등 : 走馬燈]



다시 마주쳤을 때엔 글뿐이었다. “녀석들과 함께 그 곳에선 함께일까” 담담한 말투는 여전했고, 흔들림은 없었다.

어디 즈음 미련을 남긴 걸까, 세월은 아직 멈춰 있었다.


jeebanoff [주마등 : 走馬燈]

앨범 소개 글 中



2018년 6월 발매된 네 번째 EP [주마등 : 走馬燈]은 이때까지의 앨범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일상이나 사랑과 같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전의 음악들과는 달리, 음악 속에 타인을 등장시켜 그 속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시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쉽게 말하자면 본인이 아닌 ‘가상의 누군가’가 그의 음악 속에 주인공으로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앨범 발매 당시 지바노프는 SNS를 통해 ‘주마등은 저에게 너무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앨범입니다. 많은 분들이 앨범 속 주인공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많은 걸 바라지 않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학교’, 혼자 남겨진 기분을 담아낸 ‘Good Place’, 제목 그대로 마지막 아침을 맞이했을 때의 감정들을 풀어낸 ‘마지막 아침’,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지금의 내 모습을 이야기하는 ‘마냥’,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The Ferry’까지. 지바노프만의 몽환적이면서도 편안한 사운드를 지닌 음악들은 그 속에 담긴 진중한 메시지와 이야기들을 호소력 있게 이끌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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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그의 인스타그램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는 앨범 발매 이후 1년이 다 되어 앨범 [주마등 : 走馬燈]속에 담긴 의미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렇듯 그는 앨범 [주마등 :走馬燈]을 통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결코 가볍지 않은 방식으로 음악에 담아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지 않은 울림을 건네는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먼 훗날을 다시
또 너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면
그럼 그때는 꼭 말할 수 있기를
너를 혼자 두고 와서 미안해

jeebanoff [주마등 : 走馬燈]
track. 03 마지막 아침


모두가 그날의 차갑던 바다를
기억하긴 할까요
이곳에 세월은 빨리도 흐르죠
그대는 뭔 미련이 남아서 일까요
그날의 세월은 아직 멈춰있네요

지바노프 [주마등 : 走馬燈]
track. 05 The Ferry




2019년, 지바노프

jeebanoff (지바노프) - B.T.N (Better Than Now) Official M/V

[영상 출처 - GENIE MUSIC]



너와 지새던 수많은 밤들이

어느새부터였나

새삼 가장 길게 느껴지곤 해

난 널 놓은 것 같아

더 이상은 기대하지 마


jeebanoff – B.T.N



올해 지바노프는 두 곡의 싱글을 발매했다. 2월 1일 발매된 ‘B.T.N(Better Than Now)’은 권태기의 끝에 다다라 끝을 고하고 마는 이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몽환적인 사운드에 더해지는 ‘늦었어도 여기서 끝을 내는 게 난 맞는 것 같아’와 같은 노래 말들은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곧 그 감정에 동화되도록 만든다. 그간 경험해온 권태 속 혼란스러운 감정과 실연의 아픔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느껴진다. 이별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한 이가 이 노래를 듣는다면 눈물부터 왈칵 쏟아져버릴 것만 같다.


혼란스러우면서도 공허한, 관계의 끝에 다다른 이의 모습을 잘 표현해낸 뮤직비디오의 끝에는 행복했던 시간들을 회상하는 듯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상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야기는 4월 12일에 발매된 ‘We(OUI)’에서 이어진다.



jeebanoff(지바노프) - We (OUI) (feat. sogumm) official M/V

[영상 출처 - GENIE MUSIC]



If we 우리가 조금만

서로 선을 그었다면 좋을까

If I 그랬다면 내가 널 이렇게

좋아하진 않았을까 싶어


jeebanoff – We(OUI)



‘We(OUI)(Feat. sogumm)’은 이별을 결심한 후의 ‘B.T.N(Better Than Now)’보다 앞선, 서로의 마음에 의심을 갖기 시작하는 권태의 시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핏 급하게만 느껴졌던 '하룻밤'에 대한 후회를 드러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에서 권태의 원인을 되짚어보며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회의감과 상실감, 그리고 그에 대한 후회를 드러내고 있다.


B.T.N의 프리퀄인 만큼, 홍콩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두 뮤직비디오는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올해 그는 두 곡의 음악으로 권태와 이별이라는 또 다른 서사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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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banoff 지바노프 - B.T.N(Better Than Now) MV 중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이야기다. 자신의 순간들을 그러모아 음악에 담아낸 이유도 있지만, 현실적인 표현에 결국 우리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건넨다. 음악 속에 가득히 들어찬 서사는 단순한 멜로디와 비트를 넘어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듯한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만의 음악적 스타일을 통해 ‘말’과 ‘감정’을 퍽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그의 음악이 지니는 가치이자, 넘쳐나는 가요들 사이에서 그가 갖는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일기장과 같은 음악을 선보이는 그에게는 끝없는 이야기들이 내재되어 있을 것 같다. 여전히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그가 들려줄 수많은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이미지 출처] 지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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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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