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귀여움, 그 한없이 사랑스럽고 무서운 감정에 대하여 [문화전반]

글 입력 2019.05.0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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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냥이)를 키운다. 키운 지는 2년이 넘었다. 현재 냥이는 아빠의 침대 위에서 아빠 옆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아빠는 내가 큰 소리를 내며 방 안으로 들어오면, 보던 무협지 소설을 잠깐 덮고 혹여나 냥이가 깰까봐 조용히 하라며 눈치를 준다. 이제는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반응이지만, 가끔 새삼 어이가 없다. 아빠는 냥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 끔찍이 싫어했기 때문이다. 2년의 세월을 돌이켜봤을 때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아빠가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변화였다. 털 날리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냥이가 거실에도 못 나오게 했던 그는 점차 고양이와 같이 지내는 날들이 많아질수록 냥이를 볼 때마다 조금씩 입 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목격해버리고 말았다. 집 안에 내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아빠가 냥이에게 간식을 주며 무장해제 된 미소를 띠고 귀엽다며 우쭈쭈하는 것을... 충격적인 모습에 나는 그때 ‘귀여움’의 힘을 확실하게 느꼈다. 귀여움은 영원히 고양이를 안 좋아할 거 같았던 아빠의 마음도 어느 순간 녹여버렸다. 이제는 아빠도 다른 식구들처럼 냥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헤실헤실 웃으며 바라보고, 조금이라도 엉뚱한 행동을 하면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변해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든 의문.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귀여움’에 마음이 쉽게 약해지는 걸까? 어떻게 고양이가 숨만 쉬는 것만 봐도 즐겁고 행복한 감정이 드는 걸까? 귀여움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귀여움이란 ‘아기’다



세상에는 정말 ‘귀여운 것’이 넘쳐난다. 카카오 프렌즈, 러버덕, 보노보노, 미키마우스, 미니언즈, 그루트, 뽀로로, 헬로키티 등 캐릭터부터 고양이, 강아지, 판다, 여우 등 모든 새끼 동물들까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귀여움이란 정확하게 정의내리기란 어렵지만 귀여운 것들의 공통점은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고 통통하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귀여움은 아름다움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다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듯이 ‘조화와 균형’이므로 말이다. 귀여움은 조화와 균형과 거리가 멀다. 귀여운 것들 대부분은 머리와 눈이 몸에 비해 크다. ‘귀여움’은 ‘아름다움’과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를 매혹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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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
 


이를 두고 동물행동학자인 콘라트 로렌츠는 우리가 귀여움에 취약한 이유가 귀여움의 원천이 ‘아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기는 큰머리, 둥글둥글한 얼굴, 큰 눈, 작은 코, 작은 몸집, 통통한 팔 다리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특징을 가진 아기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보호해주고 싶은 본능을 느끼는 동시에 행복과 만족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은 아기가 아니더라도 아기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다른 대상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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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라트 로렌츠의 '아기 도식'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교수는 이러한 감정이 진화적으로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인류는 자신의 아기를 무사히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릴 수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자기 유전자의 절반이 담긴 아기를 보면 귀여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귀엽다고 하는 대상을 보면 아기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들 중에 성인의 비율을 따르는 캐릭터는 거의 없다. 대부분 2등신이나 3등신이다. 심지어 매우 단순하게 생겼음에도 아기의 특징만 제대로 짚으면 우리는 그 캐릭터가 귀엽다고 열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헬로키티’다. 헬로키티는 모든 상품에 그려지는 것을 넘어 헬로키티 테마파크, 전시전까지 생길만큼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어 일본산업의 한 획을 그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헬로키티를 보면 굉장히 단순하게 생겼다. 고양이와 같은 통통한 얼굴형에 동그란 두 눈과 코, 그리고 리본이면 끝이다. 누구나 1분 만에 그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아기의 특징을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헬로키티에 빠져들 수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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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키티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성장을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아기의 특징을 유지한다. 또한, 아기가 아닌 성인이어도 우리가 흔히 외관만 보고 귀엽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보통 동글동글한 얼굴에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다.

 

 


소비하는 귀여움 _ 귀여움의 이면



대중문화는 인류가 귀여움에 취약하다는 사실과 귀여움의 공식을 빠르게 캐치해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캐릭터 산업이다. 캐릭터 제품의 가치는 제품의 실용성보다 귀여운 캐릭터 자체에 있다. 귀여운 것은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저항하기 힘들게 한다. 또한, 귀여움이라는 감정은 인종, 민족, 젠더, 성별 등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이니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효과성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으로 ‘뽀로로’를 통해 캐릭터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뽀로로는 현재 우리나라를 넘어 유럽에서도 선풍을 불어 화폐가치가 이미 푸우를 앞섰다고 한다. 이는 캐릭터 산업이 거대사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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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이제 우리는 ‘귀여움’을 마음껏 소비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 없이 소비하는 ‘귀여움’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귀여움의 정서는 보호하고 싶은 욕구, 사랑스러움, 친밀감, 행복감이다. 그 이면에는 철저하게 우리보다 ‘약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인간은 자신보다 약하고 무력한 대상을 바라볼 때 사랑스럽고 보호하고 싶은 애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상이 자신의 보호와 관심 아래에서만 살 수 있다는 우월하고 가학적인 관음의 쾌감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귀여움의 왜곡’을 통해서 이러한 가학적인 관음의 쾌감을 더욱 자극한다. ‘귀여운 것’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대중문화는 발 빠르게 공급을 확장해나가고 자극적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대중문화는 수많은 대상을 ‘귀여운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본래 그렇지 않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작은 것으로 축소시켜버려 ‘귀여운 존재’로 변모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에게 대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권력을 쥐어준다. 대표적으로 활용이 되는 테마가 바로 ‘소녀’ ‘반려동물’ ‘캐릭터’이고, 이에 대한 예시가 ‘걸그룹’, ‘반려동물 콘텐츠’, ‘오타쿠’다.


 

1) 걸그룹


대중문화에서 ‘소녀’라는 키워드는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하고 연약하고 어린 존재로 규정된다.스타시스템은 바로 이러한 ‘소녀’이미지를 걸그룹에 적극 적용해왔다. 걸그룹은 보통 얼굴이 이쁘고 몸매가 좋은 어린 소녀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은 섹시, 큐티, 걸크러쉬, 청순 등 다양한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소녀’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된다. 노래가사, 무대의상, 행동 등을 통해 ‘소녀’처럼 순수하고 지켜줘야 하는 신비로운 대상으로 비춰지게 함으로써 일명 사람들에게 ‘귀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녀로 인식이 되는 동시에 성적 관음의 대상으로도 인식이 된다는 데에 있다. ‘소녀성’은 정신적으로는 순진하고 무성애적이지만, 대중문화는 이러한 ‘소녀성’을 노골적으로 관음증의 대상으로 활용한다. (현재는 점차 없어지고 있지만) 이는 자칫하면 어린 소녀를 보고 성적 흥분을 하는 것도 ‘귀여워서’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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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려동물


1인가구가 늘어나고 고령화가 높아질수록 반려동물의 수요도 급증했다. 다양한 동물관련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유튜브’와 ‘웹툰’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반려동물콘텐츠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콘텐츠에서 보여지는 것의 대부분이 반려동물의 ‘귀여움’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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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귀여움의 대상이기 전에 우리와 다른 하나의 생명체이다. 낯선 생명체를 집에 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털빠짐, 배변문제, 양육비, 건강. 가족들과의 트러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나와 같이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라면 평생 알레르기 약을 달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또한, 반려동물을 ‘귀여운 것’으로만 바라보게 하는 것은 인간에게 무의식적으로 대상을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권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귀여움은 대상을 한없이 연약하고 무력하면서 굉장히 쉬운 존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오는 문제가 바로 동물학대랑 동물유기문제다. 그럼에도 대중문화는 쉽게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우려될만한 상황을 ‘귀여움’으로 왜곡하고 가려버린다.



3)오타쿠


‘오타쿠’라는 용어는 현재 다양한 의미로 쓰이지만, 본래 외부와 단절된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을 뜻했다. 이들은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등장하는 2차원적인 캐릭터에 매우 깊숙이 빠져있다. 문제는 그 2차원적인 캐릭터의 대부분이 아기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모에화’된 캐릭터라는 것이다. 모에화된 캐릭터는 대부분 동글동글한 얼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큰 눈, 작은 몸집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를 통해 사랑스러움, 정서적 안정감, 친밀감, 보호욕구, 만족감 등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것은 2차원의 세계에서만 자신의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고착화시킬 위험이 있다. 동시에 어느새 현실의 사회를 부정하게 만들어버리고 유아취향에만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귀여움을 활용한 이러한 캐릭터들의 증가는 오타쿠 문화의 확산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현실 사회와 인간의 진정성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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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를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왔다. 여전히 귀여운 것은 좋다. 귀여움을 소비하는 것도 즐겁다. 다만 ‘귀여움’이라는 정서에는 이면이 존재하며 이에 따른 사회문제도 명백히 존재한다는 것. 현대사회에 만연한 ‘귀여움’이라는 해맑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자칫 귀여워해서는 안될 대상까지 '귀여운 대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 이를 염두해두고 ‘귀요미’들을 바라본다면 훨씬 더 올바르게 귀여움의 정서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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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권유리야(Kwon, Juria).(2018). 귀여움과 장애, 기형적인 것의 향유. 한국문학논총, 79(1): 35-66

"귀여움, 인간을 지배하는 힘",프리미엄조선, 2013





[김량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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