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딤 콜로덴코 & 알레나 바에바 듀오 콘서트

글 입력 2019.05.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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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3-2

프렐류즈 Op.23 No.1-5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Op.24 "봄"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Op.28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왈츠 스케르초, Op.34



내 생애 첫 클래식 공연, 바딤 콜로덴코 & 알레나 바에바 듀오 콘서트. 내가 제대로 본 첫 번째 클래식 공연이었다.


사실 클래식을 떠올리면 지루하고 공연 도중 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와 동생은 클래식 라디오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 걱정도 하며 요즘 클래식에 흠뻑 빠진 지인과 함께 롯데 콘서트홀로 향했다. 결론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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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딤 콜로덴코의 피아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은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곡이다. 나도 들으면서 익숙한 멜로디라 초반에 집중을 확실히 할 수 있었고 객석의 모든 수백명의 사람들이 피아노의 선율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무대 위 단 하나의 피아노와 연주자 바딤 콜로덴코가 온전히 이 공연장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는 것이 소름 돋았다.


내가 아주 어릴 때 피아노를 조금 배우다가 빨리 흥미를 잃는 성격에 별로 진도도 나가지 못하고 그만뒀었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치지 못해서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의 청년들 대부분 어릴 때 한 번씩은 배워봤을 피아노이기에 예술의 한 아름다운 악기로서 피아노를 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의 흔한 취미로서만 생각했었다. 이번 공연은 그런 나의 생각을 깨뜨린 공연이었고, 더 많은 사고,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VK2ⓒIraPolyarnaya.jpg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를 들을 땐 무엇인가 이야기가 그려졌다. 피아노를 통해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연주가 굉장히 저음, 고음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그려졌다.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것이다 보니 작곡가의 의도나 표현하고자 했던 대상, 연주자의 의도, 방식, 내용을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연주를 들으면서 나는 나름대로 내가 겪었던 경험들,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어느 악장에서는 한 연극에서의 주인공이 떠올랐고, 다른 악장에서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 눈시울도 붉어졌고, 한 악장에서는 소설 속 주인공이 떠올라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피아노 단 한대와 이를 연주하는 사람이 만들어 내는 감정들이 참 놀랍다.


사실 오기 전까지만 해도 피아노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의 연주가 선명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마음으로는 매우 강렬했다고 아직도 느껴진다.



 

알레나 바에바의 바이올린



알레나 바에바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명에 꼽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국제 콩쿠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녀는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1738년산 바이올린을 대여받아 연주한다. 이런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같이 간 지인에게 직접 들으니 기대가 되었다.


그녀가 등장하고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 흘러나왔다. 정말 말그대로 소름이 돋았다.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리를 들었다. 익숙한 곡의 멜로디지만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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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부터 꾸준히 관리되어온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정말 달랐다. 사람들이 바이올린의 연식, 관리방식에 따라 소리가 천지차이라고 하던데 이를 직접 느낄 수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자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은 연주자가 미스가 나거나 어떤 조그만 실수까지도 안다고 하는데 나는 이를 느끼지 못하는 초짜이기에 더 연주가 아름답게 다가왔고 기억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등장하는 그녀는 아름다웠고 바이올린을 능숙하게 다루는 그녀에게서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함께 느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왈츠 스케르초를 연주했다. 오케스트라는 익숙했지만 바이올린과 피아노 단 두 악기가 이뤄내는 연주는 들어보지 못했기에 기대가 되었다. 서로 다른 음과 멜로디를 연주하다가 함께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름다웠다.


바딤 콜로덴코와 알레나 바에바의 에너지가 딱 맞을 때,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에너지에 압도되고 나는 그 짜릿한 기분을 처음으로 느꼈다. 다른 공연예술을 봤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아무런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피아노의 선율과 바이올린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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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나에게 색다르게 다가온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다. 사람들이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이 공연날 아침 일찍 일어나 공연보기 전까지 일정이 있어 피곤해서 졸까봐 걱정했는데 시야도 너무나 좋은 좌석이라 공연에 집중해 클래식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어릴 때, 피아노도 빨리 그만두고 바이올린도 조금 배우다가 손이 아파서 계이름을 배우다가 그만 둬서 클래식 공연에 큰 감흥을 느끼거나 연주에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공연은 이런 나를 바꿔 준 공연이었다. 함께 간 지인과도 다른 클래식 콘서트를 가기로 약속할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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