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인회 경쟁과 그곳에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문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4.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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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는 지속적으로 주말마다

사인회 공지가 올라온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홈페이지



주말에 북적거리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다녀왔다. 종각역 출구 쪽에 사람들이 몰려있어 왜 그런지 봤더니 작가 팬 사인회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 줄이었다. 광화문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뒤섞여있다. 필자 역시 그랬었다. 수험생 때 좋아하는 작가가 사인회를 한다는 공지를 보고 아침부터 서울로 올라와 3~4시간을 서점 안에서 기다린 적이 있었다. 유명인을 정식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사인회일 것이다. 팬 한 명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더라도 그만큼 팬에게 가져다주는 후폭풍은 강렬하다.


 

 

극한 활동, 사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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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가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팬들은 앨범을 구매한다.

@Artificial Photography, Unsplash



팬 사인회가 가장 활발한 일어나는 곳은 아이돌 가수들의 앨범 홍보 사인회이다. 그들은 서울 혹은 수도권 곳곳을 돌아다니며 신곡이 나오면 그와 함께 사인회를 개최한다. 팬들에게는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인기가 많은 그룹일수록 팬 사인회 경쟁은 전쟁이 된다.

 

대개 사인회 인원을 뽑는 방법은 주요 구매처에서 앨범을 살 때 배부하는 추첨권을 넣어 랜덤으로 선정한다. 앨범을 많이 살수록 응모 기회도 많아져 ‘확률상으로’ 당첨될 기회가 늘어난다. 그만큼 사인회가 가고 싶어 하는 팬들은 앨범을 수십 장씩 구매하기도 한다. 모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던 친구 A는 컴백 기념 사인회에 가기 위해 가지고 있는 돈을 앨범 30장을 사는데 모두 투자했다. A가 보내준 택배 사진을 보며 필자는 경악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마음은 인정하지만, 친구가 사인회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해도 떨어지는 사람이 존재한다. 몇 장정도 구매해야 사인회에 갈 수 있다는 척도를 ‘커트라인’이라고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흔히 부르는데 이것은 아이돌의 인기를 가늠하게 한다. 굿즈 구입 등 외적 활동이 두드러지는 보이밴드 사인회가 걸그룹보다 커트라인이 더 높다. 실제로 유명 아이돌의 앨범을 200장 넘게 구매했지만 사인회 추첨에서 탈락한 사례가 존재한다.

 

기획사들은 이런 사인회 추첨을 통해 앨범 판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특전으로 랜덤 포토카드를 넣거나 각 멤버의 사진이 찍힌 CD로 앨범을 구성하는 등 팬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이 전략은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아직 마케팅을 규제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만들어가는 사인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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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회장에서도 카메라 셔터는 멈추지 않는다.

@William Bayreuther, Unsplash



아이돌 사인회가 활발해지면서 파생된 문화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인회를 하는 가수를 찍는 직찍(직접 찍은 사진) 문화. 본래 콘서트에서 많이 보였으나 좋아하는 가수의 순간을 계속 담고 싶은 팬들의 마음은 멈출 수 없다. 복합쇼핑몰 같은 개방된 장소나 추첨이 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비공개 사인회에 관계없이 직찍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포스트잇으로 하는 소통도 생겨났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가수 특성상 팬 사인회에서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봐야 1분 전후이다. 이로 인해 형식적인 인사, 대답이 오갈 수 있는 상황에서 포스트잇에 질문을 쓰고 답하는 형식은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대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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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에 빠졌을 때 그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꼭 대면하는 것보다는 대상이 제작에 참여한 상품을 소비하고 뒤에서 응원하는 것이 편해졌다. 필자가 팬 사인회를 가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차가 쌓일수록 팬으로서 남아있는 이유는 대상이 나를 기억해주기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매력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아직도 팬 사인회로 계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저 직접 마주했을 때 생긴 두근거림이 쭉 이어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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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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