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생각보다 쉽고 재밌었던 - 함익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글 입력 2019.04.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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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세종문화회관의 극장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많이 가봤지만 M씨어터는 처음이었다. 대극장은 종종 봐서 뮤지컬 같은 음악 위주의 공연도 하는 건 알았는데, 연극도 하고 있었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극장은 생각보다 더 컸는데, 2층까지 좌석이 이어질 만큼 컸다. 나는 2층에서 연극을 보게 되었는데, 1학년 때 설렜었던 연극도 국립극장 2층에서 봤던 기억이 있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진짜 설렜음)


근데 위치적 특성 때문에 예상대로 배우들의 감정 전달이 2층까지 오롯이 전해지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위에서 몰래 훔쳐보는 느낌. 얼굴 표정이 좀 더 가까이 보였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력이 좋지 않아 1층에서도 자세하게 보이지 않았을 거라고 위안하며 극이 시작하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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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던 연극



프리뷰를 쓸 때까지만 해도 지레 겁을 먹고 '아 이번 연극도 하드코어 삘이다'라고 생각했다.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딴청 피우지 말고 최대한 이해하는데 온 힘을 쓰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연극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은근 웃음 코드가 숨어있기도 하고, '마불 전쟁'을 외치는 꼬마를 생각하며 함익이 '부루마블이나 할 것이지'라고 하는 장면, 자기 혼자 분노하고 있는 연극학과 복학생? 선배, 명색이 연극학과인 학생들의 어설픈 연기 등등. 극이 어두컴컴해지고 분위기가 처질 때쯤이면 다시금 유머를 던진다. 근데 그 유머 중엔 성차별적인 발언도 있어서 (의도된 연출) 마냥 웃기지만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극이 이해가 되었다. 뚜렷하게 이 극의 주제는 OO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어렵지 않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연기 실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고 각각에게 어울리는 역할, 목소리, 억양 등이 좋았다.)


또한 무대가 굉장히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무대 가벽과 거울에 비치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도 함익의 내면을 풍부하게 보여주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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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인간 '함익'



솔직히 함익이 살아온 배경, 살아갈 배경 모두 나와는 다른 세계의 배경이라 그녀의 행동이나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공감 가진 않았다. 그냥 드라마에 나왔던 재벌가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함익도 자신의 수업을 청강하는 한 남학생에게 호감을 느끼고, 질투를 느낀다는 것(표현 방법은 아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에서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익은 굉장히 억양과 말투가 어색하다. 배우분의 특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아닌 것 같다. '왜', '어', '왜 그렇게 생각하니.' 등 진짜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어색하다. 그리고 그 말투는 자신이 그렇게 끔찍이도 싫어하는 아버지와 그렇게 닮아있다. 정말 불쌍한 함익이다.


그리고 원숭이의 역할이 좀 궁금하다. 굳이 잊힐만하면 나오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함익에게 자꾸 깔짝대다가 결국은 징그럽게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러니까 왜 나대가지고..) 그 이유도 모르겠다. 그저 아버지를 비롯한 자신을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행하지 못하고 결국엔 나약한 원숭이가 복수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이코 함익...)


또한 지도했던 연극학과 학생들에게서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긴 연극을 준비한 것을 보고 함익은 빠르게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데, 온전한 함익을 받아주는 세상은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은 지금껏 마하 재벌가 집안에서 살아남은 것뿐이고, 그렇게 '함익'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렇게 밖에 표현을 하지 못하는데, 그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텐데, 자신만의 세상과 평범한 세상은 괴리가 컸던 것이다.


마지막에 신발을 벗고 그녀의 또 다른 자아? 와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가는 모습은 사진상으로 접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분위기 있었다. 다만 이 행동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내 친구는 홀로 남겨진 신발을 보아 함익의 자살을 뜻한다고 했는데, 함익의 잘못된 사랑 표현, 인간관계 때문에 상황이 이상하게 굴러간 것은 맞지만 자살을 감행할 정도의 상황이었나 싶기도 하고, 자살밖에 방법이 없었나 싶었다. 하여튼 잘 이해가 되지 않고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느낌이었다.




04 함익으로 태어나 줄리엣을 꿈꾸는 여자.



함익으로 태어나 줄리엣을 꿈꾼다는 것이 단순하게 줄리엣 마냥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것인지, 아니면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여자가 되고 싶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평소 같았으면 연극에서 좀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봐서 여기저기 나만의 해석을 만드는데 힘을 썼겠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연극을 본 게 엄청 오랜만이어서, 그냥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관두었다. 언젠가 곱씹어 보며 함익을 이해할 날이 오겠지.


<함익>을 보면서 느꼈다. 최근 난해한 연극을 많이 보긴 했어도, 그래서 연극이 어렵다고 생각할지언정, 연극이란 것은 재밌다. 정말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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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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