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 적벽

글 입력 2019.04.06 20: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KakaoTalk_20190406_092305091_01.jpg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을 보고 내가 썼던 프리뷰를 다시 읽어봤다. 놀랍게도 <적벽>은 당시 내가 기대했던 부분을 완벽하리만큼 충족시켜주었고, 기대 이상의 감흥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사전에 공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되면 기대감이 커져서, 정작 공연을 보고 난 후 실망을 한 경험이 많았었다. 하지만 <적벽>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돋았던 온몸의 전율이 극장에서의 100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다. 현장에서 공연을 보는 동안 내적 감탄을 금치 못했고, 한동안 커튼콜 영상을 돌려보며 당시를 회상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망설임없이 추천하며 자체 홍보를 하고 다닐 정도로 좋았던 공연이었다. 같이 보러 간 지인도 정말 만족스럽고 기대 이상이었던 공연이라고 평했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지인이 보내준 감상평을 전해본다.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은 우리나라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적벽가를 판소리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다른 마당들은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는데 적벽가는 수업에서 배운 적도 없고 따로 찾아본 적도 없어서 가장 낯선 마당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자체가 마당의 전체 분위기와 이야기를 친절하게 알려주어 이해하기 어려울까 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었다.


안내 책자에 ‘안무가 그려지는 공연’이라고 되어있었는데 부채를 이용한 군무와 힘 있으면서도 절제미 있는 안무가 그 문구를 증명해주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비율의 무대에 맞게 객석의 단차가 적절해서 관람하기 편했다. 적, 흑, 백 세 가지 색으로 무대를 구성했고 무대에 높낮이가 있어 동양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 점이 인상 깊었다. 몸속 깊은 곳에 내재된 국악에 대한 애정을 끌어올려 준 공연이었다.



2018_정동극장_적벽_공연사진 (7).jpg
 


움직임, 무대 위에서 텍스트가 되다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은 판소리 적벽대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고어와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엔 마치 영어 듣기 평가를 하던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텍스트를 놓치거나 알아듣지 못해서 무대의 양옆에 있던 한글자막과 영어자막을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무대 위의 퍼포먼스를 놓치기 싫어서 노랫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무대만을 보았다. 결론적으로 거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공연장을 나왔다. 모두 춤과 부채 덕분이다.


<적벽>은 신체의 움직임으로 말한다. 인물의 성격부터 배경 상황까지 모두 움직임으로 표현해낸다. 넓은 보폭으로 걸어 다니며 한 박자 느리게 큰 동작을 하는 장비의 움직임은 그의 거침없는 성격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장비 외에도 모든 등장인물은 각자의 성격을 담은 특유의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화려한 군무와 배우 개개인의 세세한 춤들이 어우러져 바람이 되기도, 전쟁 현장이 되기도 하며 극의 배경 상황을 보여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동남풍’ 장면인데, 수많은 배우들이 검은 띠를 들고 군무를 한다. 마친 난타 공연을 연상시키는 큰 북도 무대 위에 등장해 웅장함을 더한다. 배우들의 움직임 만으로도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느낌을 주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무대 위의 다양한 움직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부채다. 부채는 때와 장소에 맞게 칼, 방패, 활 등이 되며 극중 다양한 소품으로 활용된다. 또한 부채는 ‘도원결의’ 장면에서 원 모양으로 합쳐지며 유비, 관우, 장비의 진심을 보여주는 것처럼 마음, 의지 등 추상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적벽>은 다채로운 부채의 활용을 통해 공연예술에서의 재현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인다.


 

2018_정동극장_적벽_공연사진 (1).JPG

 

에너지로 무대를 채우다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은 무대가 화려한 편은 아니다. 극의 시작에 스크린이 내려와 영상으로 배경을 만들거나, 동남풍이 불어올 때 희고 긴 띠들이 내려온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무대장치가 없다. 하지만 무대가 비어 보이거나 심심해 보인 적이 없다. 특출난 무대장치나 소품들 없이도 공연이 화려하게 보였던 이유는 20여 명의 배우들에게 있다. 맨발로 나와 부채와 신체만을 이용해 모든 것을 표현하는 배우들을 보면 감탄만 나온다.


무대 위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들은 배우들뿐만이 아니다. 타악기와 아쟁, 피리, 대금 연주자들과 고수의 에너지 또한 엄청나다. 음악의 강약 조절과 흥겨움, 긴박함 등을 조성하는 소리들로 무대 위를 꽉 채운다. 이들 덕분에 비교적 간소한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화려하고 힘 있는 공연이 완성된다.

 


[꾸미기]KakaoTalk_20190406_092305091_07.jpg
 


우리의 소리만이 줄 수 있는 울림이 있다. <적벽>은 우리의 소리가 주는 감동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해 완성되었다. 나는 아직도 판소리 합창을 들으면서 소름이 돋았던 것이 생생히 떠오른다.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적벽>은 5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아직 <적벽>의 신세계를 만나지 못했다면 한 번쯤 정동극장에서 펼쳐지는 적벽대전의 현장 속으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적벽

-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



일자 : 2019.03.22 ~ 05.12


시간

수-토 8시

일 3시

월/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8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이봄.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