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각만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기타]

나의 우울의 원인은 '사람'이었다.
글 입력 2019.04.0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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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로 퇴근길에 전화를 걸어오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랑 전화를 하면 친구 목소리보다는 지하철 덜커덩 거리는 소음을 더 들어야 한다. 또 우울한 목소리로 인생 한탄 하는 것도 30분 이상 들어주고나면, 이제 집에 다왔으니 카톡으로 하자며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카톡은 오지 않는다.


이런 패턴들, 흔히 말해서 필요할 때만 주고받는 대화들이 있다. 할 말만 하고 쏙 빠지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건 절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필요하고 안 필요하고로 나누는 것도 웃기지만, 목적이 없이 사람을 찾는 건 그 사람을 사랑(이성 간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이다) 한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는 관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때는 이성 간의 사랑을 찾아 다닌 적도 있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닌 이상은 남녀 간의 사랑으로 대신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그래서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멘탈 소모가 정말 엄청났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라는 말이 제격인 상황이었다. 자괴감 때문에 그 관계들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했는데, 남는 건 허무함뿐이었고 나는 금세 다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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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 동안 우울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잘되지 않아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근황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무서워 혼자 숨어서 지냈다. 나쁜 생각도 많이 했다. 세상에 나보다 몇 백 배 힘든 사람들도 있을 텐데 난 고작 이 정도의 무게도 버티질 못 하는구나, 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렸었다. 지금도 힘든 일이 있으면 가끔 그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뭔가 익숙한 기분,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내 우울의 근원이 어딘지를 찾아보니, 예상 밖에도 그것은 사람이었다. 사는 게 힘들다는 걸로 우울해한 다기 보단, 그 힘듦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우울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을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우는 얼굴로 나 힘들다하면 정말 나아질까?

그럼 누가 힘들까 아프다 징징대면.
모두 다 괜찮아지는 데.


-종현 <lonely> 가사중-



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힘들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나 자신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왜 나 혼자만 아픈 것 같을까? 남들은 아프다고 그렇게 징징대는데, 나는 왜 말하지 못하는 걸까?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불편해서 다시 입을 닫게 된다. 아니, 어쩌면 불편하게 만든 건 그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내가 번거로운, 그러니깐 귀찮은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으니깐. 필요없는 사람이 된 기분, 자존감을 바닥을 찍게 만드는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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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끙끙 앓다 보니 정말 병이 들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할 용기는 없었다. 여전히 입이 떼이지가 않아서 혼잣말을 일삼았다. 혼자 일기를 쓰고 스트레스를 풀만한 것들을 시도해보았다.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좀 많이 이상했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답을 계속 다른 곳에서만 찾으려고 했다. 혼자서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오만이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이 우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로 내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나를 지지하고 믿어줄 수 있는 사람들, 정확히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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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환경만 바뀌면 나도 바뀌는 줄 알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게 아니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 한 변하는 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라고 물으면 뭐, 가끔 우울해하면서 잘 살고 있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몸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긴 하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계속 찾고 있다. 우울의 자리를 메꿀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이다. 나의 우울의 근원이 사람으로부터의 결핍이라면, 그거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덕분에 지금은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하고, 학교 교환학생도 신청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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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치유받을 수 있다는 말을 이번에도 믿기로 한다. 언젠간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단번에 느낌이 오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럼 아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 힘들었던 시간도 웃으면서 함께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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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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