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자인 매거진 CA #243

글 입력 2019.03.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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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루틴하게 잘 살다가도, 누구나 한 번쯤은 색다른 일탈을 꿈꾸기 마련이다. 좋아하고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잘 모르는 미지의 것들에 둘러싸여 보고 싶은 기분은 무료하게 느껴지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처음으로 접한 디자인 매거진 CA 243호가 나에게는 그런 즐거운 일탈이었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여러 공연이나 전시 또는 도서를 즐겨봤지만 '디자인'을 주제로 한, 그것도 일반 단행본이 아닌 잡지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목  차


● SHOWCASE
6   심의 준수 바랍니다
8   모든 디자인의 중심
10   한잔 받으세요
11   일촉즉발 돼지의 운명


● WHAT’S UP
12   하지 마, 내비 둬
14   로고, 누구나 쉽게
15   당신과 나의 존귀함
16   일상마저 감각적으로
17   어서 오세요
18   나만의 공간을 꾸리는 재미


● INTERVIEW
23   빛과 어둠의 마법
28   미래에서 만나요
70   미친 작업을 꿈꾸며


● FEATURE
33   즐거운 고군분투, 독립출판
49   簡潔堂堂 디자인의 흐름

● STUDIO INSIGHT
76   플러스엑스


● PROJECT
84   변치 않는 장인 정신
90   런던의 워라밸을 책임지는 22
96   모든 디자인의 플랫폼, 스카프
102   움직이는 타입페이스, 픽스처
108   생리, 숨기지 않아도 돼요


● INDUSTRY ISSUE
114   진짜, 정말, 모두를 위한 디자인
125   스나스크 소개하기
134   CA CON 88: 이제, 디자이너인 나를 돌볼 시간


● CA SERIES
138   REBRAND: 이코노미스트 리브랜딩
140   WORKSHOP – AOI: 강 이야기를 들려 줄게


● VOICES
145   소셜 미디어를 위한 웹 디자인
147   소유의 시대에서 구독의 시대로
149   아트북 페어의 풍경


● INSPIRATION
151   EVENTS: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152   EVENTS: 잉크 빌리지
153   BOOK: 서체를 생각하는 시간
154   POSTER 100: 니일니일 3번째 전시 《그냥》
155   COVER 100: 아리랑 × ? Vol.2
156   EMBODIED: 긴 시간을 돌아, 봄
158   ICON: 빛 그리고 자연의 색
160   SEQUEL: 《이건 그릴 수 없겠지》를 만들며





디자인 매거진 243호(2019년 3, 4월)는 표지가 매우 간결했다. 표지의 상단부에는 잡지명과 호수, 해당 연월이 기재되어 있었고 하단부에는 '간결당당 디자인의 흐름'이라는, 이번 호의 주제가 아주 명료한 폰트체로 적혀 있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당황했다. 간결이라는 한자어가 명확히 표지에 나와 있긴 했지만 아니 이렇게까지 표지가 간결하다고? 거기다 표지의 바탕은 아주 오묘한 색상으로 그라데이션이 되어 있었다. 목차 부분을 펼치니, 이 색은 2019년의 색으로 꼽힌 리빙 코랄색이라고 한다. 리빙 코랄 자체의 색은 예쁜데, 여기에 그라데이션 효과를 줘버리니 뭔가 오묘하게 '옛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생소한 분야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는 감상과 함께 본격적으로 책 속을 파고 들어갔다.


*


디자인 매거진은, 잡지 이름에 충실하게 디자인 분야의 여러 단면들을 담고 있었다. 소소하게는 전시회와 디자인 소품샵을 소개하는 것에서부터 여러 전문가들의 인터뷰, 흥미로운 프로젝트들과 디자인 산업의 이슈들까지 다양한 컨텐츠가 자리잡고 있었다. 처음으로 느낀 것은 정말 생소하고 신기하다는 느낌이었다. 단 한 번도 디자인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디자인 매거진에서 담고 있는 소식들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텍스트와 함께 실려 있는 이미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거나, 단조로운 것 같은데도 뭔가 조화로워서 시선을 잡아끄는 그 이미지들을 눈에 담는 것이 굉장히 즐겁게 느껴졌다. 그 완성물을 내기까지는 기획부터 완료까지 정말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들었을 텐데 감상하는 건 이토록 간단하다는 역설을 새삼 되새기면서 말이다.


그리고 앞서 표지의 배경이었던 흰색과 리빙 코랄색의 그라데이션이 내지에서도 쭉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표지에서는 단순히 보고 넘길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모든 페이지의 하단부에 코랄색이 자리잡으니 눈에 피로감이 드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전반적으로 텍스트들이 커서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읽어내릴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


그 중에서도 여러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한 대목은 유독 디자인 매거진에서 내 시선을 오래 붙잡았던 대목이었다. 인터뷰 섹션의 첫 대상은 영상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케이트 도킨스였다. 글만 읽어도 이 사람이 나와 정말 다른 성향이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하고 싶은 게 명확한 사람이고, 그래서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쉼 없이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모든 상황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즉흥적이어서 스크린 콘텐츠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된 사람이기도 했다.


일 역시 프로젝트 단위로 돌아가게 되어 상시지속성이 기대되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순수미술처럼 작품이 완성된 후 지속되는 그런 작품활동이 아닌데도 그는 오히려 그 짧은 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에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본인의 열의와 의지로 헤쳐나가는 게 고무적이었다.


독립출판사들을 취재한 기사 역시 흥미로웠다. 예전에 아트인사이트에서 독립출판을 시도할 때 기고글을 제출했던 것을 제외하면 독립출판과 관련된 경험을 해본 적은 없다. 독립출판물들을 소비해본 적도 없었다. 독립출판물들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독립출판사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항상 궁금했다, 대형출판사들만큼 구입하는 루트가 다양하지 않은데 독립출판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수익을 내고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역시나, 수익성이 높지는 않은 것 같았다. 재정적인 문제는 여러 독립출판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수익성을 바라고 할 일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독립출판을 계속해서 지속하는 것은 그만큼 여기에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서 한다'는 게 이렇게까지 와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체가 너무도 대단해 보였고, 부러웠고 그리고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됐다.


*


간결함이 디자인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역시 디자인 매거진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북유럽 감성이 유행이 된 지 꽤 되어서 그렇게 느끼고만 있었는데, 디자인 매거진을 보니 그냥 그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 실내공간을 꾸미는 것만이 아니라 제품 패키징, 앨범 커버, 상품 디자인 더 나아가 회사 브랜드 로고까지 무엇 하나 간결함을 추구하지 않는 게 없다는 게 보였다. 심지어 오래된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의 디자인 리브랜딩을 볼 때에는 바뀌기 전이나 후나 충분히 간결한데 아주 조금 더 간결하게 바뀌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까지나 간결함을 추구하는 게 새삼 와닿았다.


내 눈에는 그렇게까지 크리티컬한 차이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고 미세하게 다를 뿐인 듯한데 그 미세함조차도 디자이너들에게는 매우 크게 와닿는다는 게 굉장히 신선했다. 가볍게 보고 지나치고 마는 수많은 것들에 그만큼 많은 노력과 고민들이 담겨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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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을 다 읽고 나니 출판사가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CA BOOKS


Since 1998. 우리의 관심은 딱 한 가지. 한 사람의 좋은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잡지와 단행본과 컨퍼런스를 퍼블리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모든 일이 창조적인 작업(Creative Artworks)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삶의 외연을 넓히는 이야기.





삶의 외연을 넓힌다는 말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힐 잡지겠지만, 디자인 매거진은 내 삶의 외연도 새롭게 넓혀주었다. 이전에 무심하게 흘낏 보고 지나쳐버렸던 수많은 것들이 내 망막에 새로운 상으로 맺히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신선하고 고무적이고 또 자극이 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좋아서 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준 디자인 매거진 243호. 간결하고 당당한 디자인의 흐름이 이제는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앞으로도 담담히 보여줄 것 같아 기대된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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