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대들을 위해 [드라마]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드라마 <눈이 부시게>
글 입력 2019.03.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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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만 해도 드라마를 보는 것은 내 일상 중 하나였다. 학교 야자가 끝난 뒤 집에 돌아오면 딱 맞는 시간, 급하게 손만 씻고 소파에 누워 드라마를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때라는 고3 시절에도, 수능 한 달 전에도 꼬박꼬박 드라마를 챙겨봤으니 내 드라마 사랑이 얼마나 큰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항상 궁금증을 유발하며 끝나는 드라마는 다음 주까지 나를 설렘으로 풍만하게 했다. 유독 남들보다 힘들게 보낸 학창시절을 무사히 마칠 수 있던 것도 생각해보면 드라마가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바쁜 시절에도 드라마를 챙겨봤지만 요즘 내겐 드라마는 사치가 되었다. 학교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11시가 되어있기도 하고 주 4일 야간 알바는 내게 드라마를 챙겨볼 시간을 주지 않는다. 최근 엄청난 열풍을 불고 온 ‘스카이캐슬’도 지하철에서 잠깐잠깐 다시보기로 볼 뿐이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사실 그렇게 보고 싶은 작품도 찾을 수 없었다. 잠자는 시간을 줄일 만큼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잠도 줄이며 3일 동안 다시보기로 첫 화부터 완결까지 본 드라마가 있다.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다.


[크기변환]눈이 부시게4.jpg


원래 한지민이라는 배우를 너무 좋아해서 시작 전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챙겨보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이 드라마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드라마의 줄거리도,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도 일절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다 인터넷에 올라온 짧은 클립 영상 하나를 보게 됐다. 그리고 한 밤 중에 나 혼자 숨죽여 울었다. ‘눈이 부시게’ 엔딩인 이 장면은 주인공 김혜자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이뤄졌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낮 꿈에 불가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크기변환]눈이 부시게 1.jpg


처음에는 단순히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인 줄 알았다. 사실 로맨스에 중점을 둔 드라마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른 드라마들처럼 남녀가 한 명씩 주인공을 맡는 대신 김혜자와 한지민이 주인공이었을 때부터 알아차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초반만 해도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한 순간에 늙어버리는, 그래서 여타 드라마들처럼 언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지를 기대하는 그런 드라마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달랐다. 한 마디로 정의 할 수 없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특히 사람들 간의 사랑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여기, 짧은 만남이지만 그 누구보다 뜨겁게 또 간절하게 사랑한 젊은 남녀와 몇 십 년이 지나도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부부와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사실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식에게 내어주는 부모와 또 자신의 시간을 포기하고 아빠를 살려내는 자식과 모습이 바뀌어도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이런 사람들, 드라마 속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이들을 한 번 떠올려보는 시간을 이 드라마를 보며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싶다.


[김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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