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비건: 당신은 연결되었나요?
나는 존엄하게 살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이 물음으로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삶, 하지만 그중 누구도 내가 원하는 걸 갖고 있지 않았다. 밝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만 내 몸에 묻은 불안은 쉽게 떨쳐낼 수 없었고, 태평하고 싶지만 욕심은 버려지질 않고,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살이 닿는 순간 숨어버리고 싶었다. 모두와 함께이고 싶지만, 같은 사람이 되긴 싫다. 그렇다고 혼자 동떨어지는 건 더 싫다.
이 모순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어떤 가치가 네겐 중요하니?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니? 확신하니?
*

어떤 문제를 자각했을 때 "최소한 나라도 저 문제에 기여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 그래서 최소한 내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공헌하는 습관만은 관두겠다고 결심한 사람들. 소중한 결심이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힘든 일은 아니다.
<아무튼, 비건> 中
Why Vegan?
돼지 살처분 현장을 떠올려보자. 깊게 파놓은 땅굴로 살아있는 돼지들이 밀어넣어진다. 구제역이 의심되는 수백만 마리의 돼지들. 그 위로 흙을 덮는다. 하지만 밤 사이 그 흙을 헤치고 올라온 돼지가 있다. 살아보겠다고 용을 써서 올라왔을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그 돼지를 잡는다. 다시 묻어 죽인다. 그 애들이 죽은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가 육식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튼, 비건]의 저자 김한민이 육식을 끊게 된 계기라고 한다. 비인간적인 공장식 축산 환경과 도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들어왔을 것이다. 당장 유튜브에만 들어가도, 다시는 고기를 입에도 못 대게 만들어줄 영상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육식을 한다.
고기를 먹어줘야 건강하다는 믿음은 한국에서 거의 종교와 같다. '흰쌀밥 위에 고기 한 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믿음이다. 유럽과 미국에선 육식이 인간의 몸에 가져오는 재앙에 대해 말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체에 필요한 단백질은 식물성 음식으로도 충분하다는 논문부터, 동물성 단백질이 암,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을 야기한다는 논문까지. (식물성은 오히려 위험을 감소시킨다.) 사실상 건강을 위해 '채식이냐 육식이냐'라는 비교 자체가 성립하질 않는 수준이다. 애초에 우리의 몸은 육식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책은 동물 보호, 건강을 넘어 기후 변화, 기아 문제 등 인간이 육식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아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한국까지 스멀스멀 바람이 닿고 있는, 채식. "왜 채식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또 채식주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아무튼 비건]은 아주 좋은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Are you connected, too?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산업과, 국가와,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단절시킨 풍부한 관계성을, 어린아이였을 때 누구나 갖고 있던 직관적 연결 고리를, 시민들이 스스로의 깨우침과 힘으로 회복하는 하나의 사회 운동이다.
<아무튼, 비건> 中

좀처럼 이 단어를 쓰지 않지만, 비건이 되어서 '행복하다'라는 말까지 할 수 있다. 그 행복은 신체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진실을 보고 깨닫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과 나의 일상이 일치되어 거슬림 없이 살 수 있다는 것, 하루 세 끼에 죄의식이나 찝찝함이 없다는 것, 최소한 의식적/ 직접적으로는 타자의 고통에 기여하고 있지 않음을 아는 것, 음식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게 된다는 것. 이것들이 주는 매일의 보람과 기쁨, 깨끗한 느낌은 결코 작지 않다.
<아무튼, 비건> 中

참으로 사람다운 삶은
그냥 존재함의 차원에 만족하는
조용한 삶이 아니다.
사람답게 사는 삶은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이다.
- 레비나스
책과 함께, 아래 영상들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