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환상과 우연, 그 뒤의 스토킹 <너의 모든 것> [영화]

글 입력 2019.02.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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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한 오픈 카톡방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원래 목적은 ‘덕질’이었지만 그날엔 사람들끼리 각자 서로의 일상을 찍어 올렸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나는 테이크 아웃 컵에 담긴 커피를 찍어 카톡방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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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님, 그 카페에 계신지 한 시간이 지났네요?’


누군가 이러한 말을 남겼다. 컵에 주문 번호와 시간이 적힌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는데 그 부분을 확대해서 봤던 것이다. 그때 정말 놀랐고 소름이 돋았다. 이렇듯 우리는 매 순간 SNS, 인터넷 등 온라인 세상에서 생각지 못한 발자취를 남긴다.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모든 것> 또한 여주인공 '벡'이 SNS에 남겼던 흔적들을 남주인공 '조'가 스토킹하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SNS 스토킹, 환상 속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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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것>은 소설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 책 서점 : 어느 사이코패스의 사랑>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희귀본과 중고 책을 파는 서점에서 일하는매니저인 ‘조’는 어느 날 서점에 들른 ‘벡’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후 그의 SNS를 통해 정보를 알아가면서 점점 스토킹한다. 그리고점점 스토킹의 강도가 심해지면서 벡에 대한 집착이 커지고 벡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는 철저히 남자 주인공인 ‘조’의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조의 내레이션이 상당수를 차지하기에 시청자는 그의 시점에 이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조가 저지르는 범죄들이 정당화되며 오히려 그것을 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일이었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돌아보면 그 모든 살인 등의 범죄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집착해서 저지른 이기적인 행동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조는 모두 벡을 사랑하기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정말 사랑하긴 했던 것일까? 후에 벡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지만 처음 조가 마주한 벡은 자기가 그려낸 환상에 가깝다. 조는 벡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만을 담은 SNS를 통해 그를 파악했다. SNS 피드와 벡이 조에게서 보여주었던 몇개의 행동들. 그저 자신의 관찰만으로 또다른 벡의 환상을 만들어 그를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SNS 스토킹, 완벽한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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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에 나오는 ‘완벽한 우연’은 없다. 그 정도의 우연이 계속 되려면 이 드라마에 나온 것처럼 거의 스토킹을 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너의 모든 것>은 스릴러지만 그 누구의 속마음을 알지 못한 채 겉으로 보여지는 이들의 상황 자체로만 본다면 로맨틱 코미디의정석에 가깝다. 책을 좋아하는 작가 지망생과 서점 직원. 서로첫눈에 반하고 우연하게 여자 주인공을 구하면서 가까워진다. 중간에 연인 간의 말다툼이 있어도 결국 극복한다. 겉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인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이 드라마에서 ‘우연’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 계산된 행동들이며 누군가에게 학습되어온 것들이다. 에피소드 중 조는 벡이 현재 있는 술집을 알아낸 후계속 스토킹하다가 지하철 선로에서 빠진 벡을 구한다. 겉으로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로맨스 장면이다. 서점에서 첫눈에 반했던 사람이 우연히 자기가 있는 지하철역에 서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스릴러 장르인 이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우연은 스토킹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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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철저한 스토킹과 계산 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임을 깨달자 드라마의 리뷰와 상관없이 마음이 홀가분했다. 가끔 기억 속 저 멀리에 있는 사람들과 우연히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종종 뇌에서 그 추억의 이미지를 틀어주면 나는 잠시 향수에 잠긴다. 그리고 추억 속 사람들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으면 좋겠다고 소망하고 남몰래 기다린다. 그러나 우연은 없다. 그 사람들은 볼 수 없으니 그만 생각하자.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르는 우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접어둘 수 있었다.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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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것>은 ‘불쾌하지만 매력적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고 그 사람을 위한답시고 살인까지 저지르고, 급기야 그 사람마저 위협한다. 벡은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을 피고 거짓말을 하는 등 연인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마치 여성을 향한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 같아 별로였다. 조는 처음에 페미니스트처럼 '보이고'(실제로 자신이 그렇다고 내레이션을 통해 말한다), 벡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고', "나는 너의 것이야."라는 말을 하면서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벡을 위해 했던 행위와 자신을 위한 행위가 불분명해지고 벡에게까지 범죄를 저지르는 것 실망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와중에 이 드라마의 몰입도는 높았으면 심지어 매력적으로까지 느껴졌다. 조를 맡은배우가 매력적이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계속 나오는 내레이션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어서일까. 여성을 스토킹하는 스릴러물이지만 기존에 보았던 영화들과는 다른 시도롤 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일까? 어쩌면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누군가의 등장으로 시즌2를 예고하며 끝나는데 그 인물이 주인공 조를 죽일 수도 있는 것처럼 보여서 기뻤던 것일 수 있다. 이렇듯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합쳐져 매력과 불쾌함을 같이 지닐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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