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윤식당에는 '다' 있었다. [예능]

글 입력 2019.02.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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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도전한다는 것. 분명 두렵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설렘과 기대감을 가져다주기엔 충분하다. <윤식당>은 그렇게 출발했다. 두 명의 여배우와 나영석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이서진이 만들어가는 길리섬의 작은 식당 <윤식당>은 우리를 두근거리게 했고 몰입하게 만들다 결국 위로했다.


넘쳐나는 ‘힐링’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금은 남달랐던 <윤식당>을, 추운 겨울 다시 한 번 꺼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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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타이쿤 속에서 깊어지는 몰입도



나영석PD는 <카모메 식당>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아무 연고가 없는 곳에서 여유롭게 음식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나영석이 원했던 그림은 윤여정에 의해 처참히 깨졌다. 윤여정은 잘 만들려 했고, 못 할까 봐 두려워했다. 손님이 몰려오면 머릿속은 백지 상태가 되어 허둥지둥했고 밀려드는 주문에 그야말로 ‘멘탈’이 나갔다.


덕분에 <카모메 식당>이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데는 확실히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손님이 몰려들면 ‘윤식당’의 일원이 된 것처럼 긴장했다. 재료가 부족한 음식은 손님이 주문하지 않기를 바랐고, 손님이 없을 때는 무심코 지나쳐 가는 사람들이 제발 ‘윤식당’에 들어왔으면 하며 두 손을 모았다. 무엇보다 더운 날씨속에서도 버너 앞을 지키며 더 많이 더 맛있게 음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윤여정의 모습에, 시청자 또한 손님의 빈그릇을 보면서 안도와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서진은 윤식당의 ‘서버’이자 ‘상무’이다. 음료 제조를 맡은 그는 ‘파인애플 바나나 주스’와 같은 믹스주스를 만들어 냈다. 메인 메뉴 개발도 빼 놓지 않았다. 쉽게 끓일 수 있는 라면, 만두를 튀긴 ‘팝만두’, 치킨까지 윤식당의 신 메뉴들이 탄생했다. 어떤 미션도 포맷도 아니었다. 출연자가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면서 자연스레 시청자들 또한 달라지는 윤식당의 메뉴에 몰입했다. 특히 바다를 앞에 둔 <윤식당>에서 물놀이를 마친 후 먹는 라면, 맥주와 함께 곁들이는 ‘치킨’을 먹는 손님들의 모습은 알 수 없는 성취감을 주었다. 제작진도, 출연자도, 시청자도 한 마음이 되어 윤식당의 일원이 되어갔다.




<윤식당>의 배경과 손님



밥을 한끼 먹으러 온 ‘손님’이지만 그들이 가진 이야기는 단연 이 프로그램의 소중한 소재이다. 가족끼리 여행을 온 프랑스 가족들, 단체로 수학여행을 온 중국 학생들, 일본 부부, 중년의 커플까지.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행복을 공유한다. 그리고 분명 그들은 모두 ‘여유’롭다. 흔쾌히 다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미친듯이 사랑을 속삭이기도 한다. 여행지에 온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는 것만큼 여행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사실 윤식당의 배경인 길리섬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다. 아시아인은 흔히 찾아볼 수 없고, 지역 특성상 오랜 기간을 잡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 서있는 여행자들이 많다. 그들에게서 보이고 느껴지는 여유로움은 그간 타 여행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있었던 대리만족과는 차원이 달랐다.




판타지 속의 일상



2주라는 짧은 시간의 장사이다. 더구나 한국인이 거의 찾지 않는 휴양지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포맷은 매우 판타지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일상이 존재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유미와 이서진은 재료준비와 손질을 마친다. 이후 윤여정이 출근하고 손님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장사를 한다. <윤식당>에서 특별한 일은 장사를 마치고 근처 식당으로 외식을 간다거나 퇴근 후에 즐기는 짧은 물놀이가 전부이다.


예능 프로그램이고 고작 2주지만,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그 속에서 전해지는 가치는 깊은 울림을 준다. 장사의 막바지에서 인생이 모두 그러하 듯 끝이 항상 후련할 수만은 없다고 말하는 윤여정과 ‘오늘’에 집중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정유미의 이야기가 깊이 와 닿는 까닭이다.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통해 선사하는 대리만족을 넘어서서, 우리처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일상 자체’를 여행하는 데서 오는 감동과 교훈이 <윤식당>이 만든 새로운 위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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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도 같은 길리섬에서, 발 한 번 딛은 적 없지만 마치 내가 2주 동안 일했던 것 같은 추억이 가득한 <윤식당>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 여행자들의 ‘여유’를 고스란히 담아 전달하고 일상을 여행하면서 오늘에 집중하는 것의 가치를 알려준 윤식당에 고맙다. 재미, 감동, 몰입, 교훈도 '다' 있는 윤식당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또 한 번 새로운 시즌이 탄생하기를 바라본다.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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