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만 하는 학교가 있다면? [공연예술]

2018 음악극학교 초등부, 4개월 간 함께한 뮤지컬 '우리의 여행'
글 입력 2019.02.07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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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무슨 시간이
제일 좋은지 물어보니 체육시간이라고 한다.



맨날 체육만 하는 학교라도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그 학교는 참 행복하겠단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여학생이 자기는 체육은 싫고 미술이 좋으니 미술만 하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이 물었다. 그러면 선생님은 어떤 학교에 가고 싶으냐고. “선생님은 뮤지컬 하면서 노는 학교” 어떤 초등학교도 어느 하나만 할 수 있는 학교는 없다. 다양한 과목을 공부해야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말했던 ‘뮤지컬 하면서 노는 학교’는 만날 수 없는 이상형처럼 단지 나의 꿈일 뿐이다.




음악극학교의 시작



그런데 올해, 초등학생 아이들과 오로지 뮤지컬만 하면 되는 학교에 선생님으로 초청 받았다. 바로 의정부 음악극학교다. 음악극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은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이루어진다.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음악극학교 프로그램은 작년까지 중·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올해 처음으로 초등부반이 개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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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습
 

음악극학교 초등부를 맡아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나는 이곳을 뮤지컬로 수업시간이 가득 찬 초등학교로 생각하기로 했다. 3개월 간 일주일에 딱 한 번 2시간씩 만나 아이들과 신나게 뮤지컬만 생각하면서 노는 거다. 그 과정 속에서 흔히 교육뮤지컬에 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며 작품 창작부터 연습, 홍보, 소극장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뮤지컬 창작팀, 홍보팀, 배우팀의 활동을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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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작품 어린왕자에 빠져
'어린왕자 백과사전'까지 구입한 학생도 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초등학생 아이들과 뮤지컬을 창작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모티브 작품을 하나 정하여 모티브작의 세부 사건을 변경하여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도 좋다.



이번 음악극학교에서는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삼고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갔다. 소중한 존재 장미를 만난 어린왕자, 장미와 갈등을 겪고 여행을 떠나 다양한 행성의 인물을 만나고 마지막 행성인 지구에 도착해 장미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이야기로 정리하고 아이들과 함께 두 가지 주제로 깊이 이야기 나누었다. 첫째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는 무엇인가?’, 둘째는 ‘부끄러운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다양한 속 이야기를 꺼내어 극으로 표현해 보면서 함께 다듬어갔다.


3주간의 대화 시간을 마치고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배경을 정하고 사건과 인물을 만들었다. 책임을 미루는 청소당번 이야기, 아이를 원하는 대로 통제하는 어른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반려견의 이야기 등 아이들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극으로 정리하고 대본을 만들었다. 물론 장면에 적당한 노래를 골라 가사를 만들고, 안무선생님과 함께 몸짓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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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




고민의 시작, 함께 산을 넘다.




여기까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이 작품을 실제로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보통 학교에서 운영되는 ‘교육뮤지컬’은 ‘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음악극학교에서는 ‘뮤지컬’이 더 강조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볍게 생각했던 요소들이 굉장히 무겁게 다가왔다. 또한 뮤지컬을 깊이 있게 해보고 싶어서 지원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완성도 있는 공연을 해볼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보조 선생님 한 명, 20명의 아이들과 함께 화음, 연기, 안무, 조명디자인, 소품, 의상, 분장, 레코딩, 무대영상 등이 조화를 이루는 공연용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소품작가, 영상감독, 노래 선생님과 함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셔서 다행히 하나씩 하나씩 작품을 완성해갔다.


공연은 점점 다가오고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음악극학교를 이끌어가야 하는가?’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래야 위기를 잘 넘기고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첫째, 나도 한때는 어린이였다. 둘째, 아이들에게 답이 있다. 아이들을 믿자. 셋째, 아이들이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 위의 생각들을 마음 깊이 세우자 조금씩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의 다양한 갈등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아이들을 믿고 의상을 준비하도록 했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안무와 소품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반팔을 입고 처음 만났던 음악극학교 가족은 패딩을 입고 공연장에 섰다. 분명 부족한 것이 많은 공연이지만 400여명 관객에게 그동안 준비한 것을 자신 있게 펼친 우리는 행복하게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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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우리의 여행' 프리셋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의 여행'



이번 프로그램에는 의정부 지역 10여 개 학교, 기타 지역 5개 학교의 20명 학생이 참여했다. 그 중심에는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역할을 하는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있었고, 교육과 예술의 만남을 실현하기 위한 초등교사(필자), 뮤지컬배우, 음악극학교 기획팀장, 미술작가, 영상감독, 성악가, 무대감독, 음향감독, 조명감독의 뜻깊은 협력의 시간이 있었다.


음악극학교 수료식날 공연을 무사히 마친 아이들이 가족들과 예당 로비에 모여 활짝 웃으며 식사를 하던 모습이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다. 오랜만에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또 뮤지컬만 생각하면 되는 학교에 초청 받는다면 아이들과 예술가들과 함께 치열하게, 그렇지만 행복하게 뮤지컬에 푹 빠져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조금씩 내게 다가와,

날 위해 시간 내줄래.

우린 서로 특별해질 거야♪’



[원치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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