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겐 너무 어려운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

~ 03.31 / 한가람미술관
글 입력 2019.02.0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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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을 좋아한다. 서양미술사 강의를 듣기도 하고, 관련 서적도 읽으며, 가끔 전시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취향이 확고한 편이라서, 특히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미술사조의 흐름과 대략적 특징은 알아도 자세히는 잘 모르거나 금방 까먹는다.


그럴 때면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전시를 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전시를 보고 나서 그전까지 관심이 없던 화가를 좋아하게 된 경우도 많다. 에곤 실레가 그랬고, 에드바르 뭉크가 그랬다. 전시로 그들의 생애를 알고 동시에 그림을 감상하니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게 공부한 그림들은 몇 년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한 인물에 관한 전시를 감상하고 나면, 그 인물의 생애와 그림뿐만 아니라, 그가 함께 어울렸던 화가들, 활동했던 지역, 그 시대의 예술사적 흐름 등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서양미술을 공부해왔고, 이번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도 피카소를 중심으로 큐비즘을 이해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면서 감상했다.


전시를 감상하기 전에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이미 큐비즘을 공부했고, 전체적인 사조를 다시 한번 훑었으며, 전시의 구성까지 파악했었다.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서서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모든 그림과 텍스트를 천천히 감상했다. 그런데 왜 지금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초대형 작품 스케일에 대한 놀라움뿐일까?



피카소2.jpg
 


내가 전시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좀 더 천천히 보고, 생각하고, 이해했어야 했는데, 사실 그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변명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그 주관적인 이유를 생각해봤다.


첫째, 제목은 ‘피카소와 큐비즘’이지만, 내용은 그저 ‘큐비즘’, 즉 입체주의에 관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익숙하고 유명한 피카소라는 인물을 알게 되리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본 전시에서 피카소의 존재감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태피스트리 작품인 <무용>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마지막 초대형 작품들에 묻혀버린다. 피카소의 대표작이자 입체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이 이번 전시에서 제외된 것도 아쉬웠다.


결국 나는 피카소를 중심으로 큐비즘을 알고 싶었지만, 큐비즘 속에 피카소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에 그쳤어야 했다. 제목의 ‘피카소’는 그저 큐비즘에 생소한 대중에게 흥미를 불어넣으려는 장치였을 뿐이었다.


둘째, 큐비즘 자체의 특성상, 애초에 내가 평소 그림을 공부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로 접근해야 했다. 나는 화가나 작품을 먼저 공부하고 그 시대의 전체적인 예술 사조를 파악하는 게 익숙하다. 그러려면 화가의 생애를 알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읽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런데 큐비즘 작품들은 의미를 담는 것보다 기존 형식을 파괴하고 실험하는 게 우선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정물화나 색채 율동 등으로 대두되는 특징을 먼저 알고 각 작품을 보는 게 이해하기 더 쉬웠을 텐데 개별 작품을 먼저 이해하려고 애를 쓰다가 지치고 말았다. 모든 작품을 기억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입체파의 특징은 이해했지만, 작품들이 비슷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는 게 아쉬움이 크다.


셋째, 입체주의 자체가 원래 이해하기 어렵다.(다시 말하지만, 매우 주관적인 이유다) 전시 중간 즈음 입체주의 연보를 총정리한 벽면이 있었다. 잘됐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읽히지 않았다. 장소나 인물과 관계없이 그저 일어난 사건들이 모두 시간 순서에 따라 나열되어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910년 1월 A에서 a가 일어남

1910년 3월 B에서 b가 일어남

1910년 8월 C에서 c가 일어남

1911년 2월 A에서 d가 일어남



장소도, 화가도, 작품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오히려 헷갈리기만 했다.


두 시간 안에 큐비즘을 모두 이해하기란, 나한테는 쉽지 않았다. 다음번에 ‘피카소’ 전시, 혹은 ‘브라크’ 전시를 보게 된다면 큐비즘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아쉬움은 가득하지만 어쨌거나 마지막 초대형 작품만은 정말 놀랍고 멋있었다.





김지은.jpg


[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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