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진이 들려주는 이야기

AP 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리뷰
글 입력 2019.01.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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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사진전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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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러 여러 번 왔는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을 해 보니 하루에 두 번 도슨트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표를 찾고 조금 기다렸고, 4시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천천히 또박또박 설명해주셔서 혼자 사진만 보고 나왔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의미 있는 관람이 되었다.


총 6개의 챕터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리뷰를 쓰고 있지만, 이 리뷰를 읽는 것보다 직접 가서 보는 것이 훨씬 더 좋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의 하루로 흘러가



내부 분위기가 아담하고 따뜻해 입장할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가이드가 없었다면 사진의 이름, 작가, 그리고 사진이 찍힌 시기 이외에 알 수 있는 정보가 적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진들 아래에 사진이 어떤 상황에서 찍힌 것인지 배경 설명이 좀 더 있었다면 훨씬 더 접근성이 좋고 재미있는 전시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주 조금 아쉬웠다. 사진들 중에는 아주 오래전에 찍힌 사진도 있고, 아주 최근에 찍힌 사진도 있었다.


아주 멀리 있는 나라들에서 찍은 사진들도 있었고, 심지어 이촌역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다. 프리뷰를 쓰면서 아주 먼 나라들에서 찍은 사진들만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한국 지사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괜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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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사진에 담긴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관람객인 나의 눈에도 보였다는 것이다. 큰 사건들 속의 개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결국에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내게 남긴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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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도 사용된 색채 축제 홀리 중 미망인의 발을 찍은 사진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인도에서는 미망인들이 불운을 몰고 온다는 이유로 추방되기도 한다. 색채 축제의 현장이지만, 보라색이 가지는 중의적인 의미를 잘 담아낸 사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사진 자체는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그 발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었다.


1951년 1월 27일, 총살된 시체가 눈에 덮인 채 발견되었다.


AP 통신 아카이브에는 한국 전쟁 당시 촬영된 사진이 많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큰 사건이었던 만큼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본 사진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흰 눈에 검은 구멍 두 개. 최소로 최대를 보여주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살된 시체를 딱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눈밭에 난 구멍 두 개라는 부분만으로 사진을 찍은 의도와 그 감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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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는 복도에 걸려있던 사진이 보였다. 길 잃은 북극곰 사진이었는데, 한 마리의 캐나다 북극곰이 밀려가는 얼음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인간과 접촉하게 되고, 그 야생성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기후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 한마디 없이 강렬하게 각인시켜 줄 수 있는 사진이었다. 얼핏 보면 ‘아, 북극곰 귀엽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치 패턴처럼 배경에 수놓인 얼음을 보고 마음이 저절로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부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 마디의 말로 기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고, 그것이 인간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하는 것보다 사진 하나가 가지는 영향력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네가 들려준 소리들



사진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진들. 특히 브루노 마스 하프타임 영상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영상이라 자주 돌려보았는데, 마치 그린 것처럼 찍힌 사진을 보니 재미있었다. 분명히 조용한 전시관인데, 사진을 보면 영상을 보는 것처럼 어떤 소리가 날지 다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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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AP



이 부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셀럽들의 사진.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면서 화제에 오른 락 밴드 ‘퀸’의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에티오피아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는 행사에서의 공연 사진들이었는데, 단순히 상업적인 행사가 아니라 의미 있는 행사에서 찍힌 사진이라 더 관심이 갔다.


히피가 존재했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사진을 보면서 ‘히피들이 진짜 있었구나?’라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머릿속에서는 히피를 마치 신화 속의 사이렌처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히피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의견이 대립된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인가, 아니면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세력인가! 히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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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미를 장식한 사진은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해 만들어진 거대한 버섯구름 사진이었다. 그저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말로 AP 통신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찰나를 수집하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전



AP 통신은 2010년부터 AP 통신 아시아지부를 두고 북한에 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해왔다. 수영장 사진과 지하철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갈 수 없어 정말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예상하지 못한 사진들이 많아 아주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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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전



도슨트 분이 말씀하시길, 기자전은 마치 ‘명예의 전당’ 같은 곳이라고.


개인적으로는 난민을 담아낸 사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AP 통신의 기자들이 아니었다면 갈 수 없고, 사진들이 없었다면 영영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난민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생각들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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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의 마지막에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AP: Where story begins (AP: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영상이었는데, AP 통신이 추구하는 저널리즘, 뉴스, 사진은 무엇인지 잘 정리해주고 있었다.


ACCURATE UNBIASED TRUSTWORTHY



[박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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