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 곰; 운명의 탈을 쓴 선택이 그려낸 ‘현실 우화’ [도서]

글 입력 2019.01.0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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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리가 나를 부르는 걸까?’



작은 곰의 시작은 첫 페이지부터 안타깝다.


세상 무엇보다 강한 줄로만 알았던 어미 곰의 죽음, 작은 곰은 밀렵꾼을 피해 처음으로 혼자가 되어 울창하고 넓은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항상 따뜻하고 안전했던 어미 곰의 품을 떠나 맞이한 운명,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작은곰_카드뉴스_07.jpg
 


‘운명?’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작은 곰의 마음은 꽤 단단하다. 어미를 잃었다는 사실에 혼자 주저앉아 우는 대신 나아가기를 택하며, 원숭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되돌아가지 않는다.

 


“며칠이 걸려도 좋아요. 수십 밤을 지새워도 좋아요. 바다에 닿을 수만 있다면⋯⋯.”


- p.32


 

낯선 숲 속에서 적응하던 작은 곰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 바로 바다에 닿는 것. 불가능하다는 주변의 말에도 작은 곰은 굴하지 않고 일어난다. ‘바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벅차오르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른 작은 곰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를 택했다.



   

“다시 떠날 거죠?”


 

작은 곰은 비록 아직은 ‘작은’ 곰이지만 엄연한 숲의 최상위자이다. 하지만 작은 곰은 그런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고, 초식동물들을 존중한다. 그런 작은 곰에게 흰공작은 약자의 삶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어차피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힐 운명이라면 쾌락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삶을.

 


“금방 돌아올 거죠?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 다음에는요?”

“네?”

“다시 떠날 거죠?”


- p.47


 

흰공작은 작은 곰에게 더없이 친절하지만 약한 자신과 강한 작은 곰과의 거리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순수한 작은 곰에게 잔인한 장면을 보여준 이유는, 작은 곰 같은 포식자들을 증오하지만 어린 작은 곰에게 연민을 느끼는 애증(愛憎)이었을지도.



 

‘지금껏 나는 무엇을 한 걸까⋯⋯.’


 

애석하게도 작은 곰의 눈으로 본 숲은 악(惡)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작은 곰은 어느새 정의의 사도(?)에 빙의된 것 마냥 악을 처단한다는 스스로의 심판 아래 힘을 이용하여 살육을 저지른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 p.78


 

자신이 죽인 새끼 쿠거들의 어미를 만난 작은 곰은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이 정의였음을 말한다. 작은 곰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 대목이다. 작은 곰은 자신 또한 어미를 잃어봤기에 소중한 존재를 잃은 슬픔을 안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당당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싸움은 결국 작은 곰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이후 작은 곰이 번뇌와 악몽에 시달린 것은 당연한 이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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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은 곰은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호랑이를 만난 이후, 호랑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가야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이끌었던 것일까. 그것은 운명일수도, 스스로의 의지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작은 곰의 ‘선택’이 이루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어미 곰을 잃은 이후 주저앉는 대신 나아가기를 택한 것처럼, 숲을 벗어난 작은 곰의 운명 또한 한치 앞도 알 수 없지만 결국 선택이 이루어낼 것이다.


작은 곰의 ‘잔혹 우화’는 이렇게 끝을 맺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어떠한 운명에 처하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기를.

 


“다녀올게요.”


- p.93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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