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즐겁게 낭비한 시간은 낭비한 시간이 아니란다

<존 레논 - Imagine> 전시회 리뷰
글 입력 2019.01.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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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레논 전시회에서 직접 찍은 사진


존 레논의 한 문장이 나를 얼빠지게 만들었다. 그가 비틀즈와 살아온 시간, 요코 오노와 걸어온 시간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 마침내 그 문장 앞에 섰을 때,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 진심으로 고심했다.


 


세계적 아티스트의 생애를 고찰할 수 있었던 1시간 30분



존 레논의 생애를 네 글자로 표현하자면 ‘다사다난’일 것이다. 주머니 속 삐죽 튀어나온 못처럼, 성인이 되기 전부터 유난히 예술적 재능을 보였던 존 레논은 비틀즈와 함께 그 빛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러나 존 레논의 인생은 비틀즈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었다. 그는 평화를 말하고자 했던 예술가였고, 오코 요노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한 로맨티스트였으며, 전쟁에 강경히 반대하고자 했던 사회운동가였다.

 

그의 솔로곡 ‘이매진(Imagine)’을 부제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존 레논> 전시회는 존 레논이 살아온 인생 자체를 조명한다. 그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순간에서 시작된 <존 레논>의 전시 섹션은 마침내 ‘Imagine’을 부르며 평화를 빌었던 존 레논의 목소리에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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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레논 전시회에서 직접 찍은 사진


대중문화의 양상은 비틀즈 전후로 나뉜다던데, 전시회를 보기 전의 나는 비틀즈도 존 레논도, 심지어 그 유명한 노래 <Hey, Jude>도 잘 몰랐다. 그러니 전시공간에 대한 기획 의도부터 존 레논이라는 사람의 일대기까지 물 흐르듯 설명해주시는 전시해설가님이 신기할 수밖에! (전시해설 시간에 맞춰 방문하지 못한다면 오디오 해설을 들어보자. 밴드 ‘혁오’의 보컬 오혁이 오디오 해설자로 등장한다!)



 

문득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즈에서 재능을 증명한 존 레논은, 비록 멤버들과 다른 길로 갈라서긴 했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존 레논답게 살았던 사람이다. 음악을 넘어 전위예술로, 사회적 운동가로, 전쟁 대신 평화를 외쳤던 아티스트로, 세계인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족적을 남겼다. 그는 그의 삶에서 결정적인 선택을 여러 번 해왔는데, 나는 존 레논의 재능이나 유명세보다도 그런 그의 용기가 무척이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비틀즈를 나와 요코 오노와 예술을 하기로 결심한 것,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사회를 향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던 것, 전쟁에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하기 위해 훈장을 거부한 것, 그리고 수많은 인터뷰에서 ‘사랑과 평화’에 관한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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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레논 전시회에서 직접 찍은 사진


세계가 주목하던 사람이었기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었을 순간이었고 선택이었을 거다. 그럼에도 존 레논은 선택의 고통을 이겨냈고, 평화를 바라던 이들에게 그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결정이 어려워지는 나는 그의 용기가 마냥 부럽다.


 


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더 유명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더 돈을 많이 벌 수도 있었을 텐데, 더 잘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존 레논의 삶에는 언제나 이런 평가가 뒤따랐을 것이다. 그의 행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건 존 레논이 더욱 완벽한 뮤지션이 되기를 바랐던 마음에서 비롯된 안타까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인지, 아니면 그 스스로의 위안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존 레논은 ‘즐겁게 낭비한 시간은 낭비한 시간이 아니다’라는 놀라운 문장을 내놓는다.


즐겁게 낭비한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즐겁다는 것이 단순한 유흥과는 다른 의미의 단어일까? 또, 시간을 낭비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를 터인데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 낭비가 낭비가 아니게 되는 순간은 어떤 순간일까?

 

철학적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붙는다. 존 레논이야 한국의 대학생이 그렇게까지 자신의 문장을 고민할지 몰랐겠지만, 전시회를 죽 돌아보면서 존 레논이 부러워진 나로서는 삶에 대한 그의 자세를 끝없이 고찰하고 싶었다. (철학이란 것에 정답은 없지만, 고민을 할 때마다 이 시기의 내가 이 시기의 고민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은 옳은 학문이다.) 그러니 오늘도 <Hey, Jude>를 들으며 새벽을 마무리해야겠다. 어쨌든 더 나아질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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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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