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마냥 순수했을까? <우리들> [영화]

글 입력 2018.12.2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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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이후로 ‘초4병’ 또한 그 심각성에 대해 대두되고 있다. 2016년,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 폭력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학생들 중 68%는 초등학생이었다. 그 중 피해를 경험한 초등학생들은 4학년이 제일 많았다. 학교 폭력을 경험한 4학년생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초4병’ 또한 유의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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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초4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드디어 대두되는 문제구나 싶었다. 사실 초4병은 지금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초4병’은 십여 년전내가 초등학생일 때도, 2, 30년 전에도 존재했다. 다만 성인이 된 우리가 그때를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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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괴로웠다. 그리고 현재의 초등학생 또한 10년 전의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것에 씁쓸하기도 했다.

 

영화 <우리들>에서 알 수 있듯, 따돌림은 아이들이 사회의 서열에서 살아남으려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이 하는 선택들이 어른과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관계의 방식으로 성장하였고 그렇게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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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처음 시작은 피구다. 주인공 ‘선’은 반 친구들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친구다. 직접적인 신체 폭력은 없지만 모두들 그를 대놓고 무시한다. 피구를 할 때 팀을 만들기 위해 가위바위보로 편을 가른다. 선은 친구들이 자신을 뽑길 바라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사실 그 표정에는 일말의 기대심이 담겨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고 결국 마지막에 뽑힌다. 반 친구들은“이선 못하잖아~ 너가 잘하는 애들 모두 가져갔으니 데리고가라”고 말하면서 선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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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 찾아왔다. 그리고 선은 전학생 지아와 친해진다. 둘의 여름방학은 행복하게 지나가는듯이 보였지만 서로의 불편한 점이 쌓이기도 했다. 그래도 관계는 틀어질 것 같으면서도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지아가 영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선을가장 주도적으로 따돌리는 보라가 지아와 학원에서 친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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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을 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지아가 선의 반으로 전학을 왔다. 선은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작게 손짓으로 인사하지만 지아는 무시한다. 그런데 보라가 인사하자 지아는 반갑게 웃는다. 지아는 보라의 무리에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어울리기 위해서 같이 선을 따돌린다. 선은 지아와 다시 잘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지아는 전의 학교에서 따돌림을 심하게 당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선과 어울리려고하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관계는 점점 더 깨진다. 또한 서로 믿었기에 털어놨던 비밀은 이제 서로를 겨누는 무기가 되었다.

 

그리고 따돌림의 타겟이 바뀌었다. 선에서 지아로. 이제 보라 무리는지아를 따돌리고 다른 반 친구들은 그저 방관한다. 그리고 지아를 따돌리면서 선은 보라와 꽤 친하게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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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체육 시간의 피구 활동. 피구를 잘하는 지아는 언제나 앞에서 친구들이 데리고 갔던 에이스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가장 마지막에 호명되는 사람은 선이 아니라 지아다. 지아는 선을 밟지 않았는데 계속 밟았다고 주변에서 타박한다. 그런 지아를 보면서 선은 "지아 안 밟았어. 내가 봤어"라며 옹호한다. 친구들은 이내 수그러들지만 바로 직후에 지아를 공으로 쳐서 나가게 한다. 그렇게 마지막 엔딩에서 지아와 선은 나란히 서있다.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영화에서는 굳이 암시하지는 않는다. 둘 사이의 관계는 진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둘이 무엇을 하든 학급 친구들이 바라볼 시선은 냉담하고 마치 게임을 보는 듯 방관할 모습으로 생각이 되어서 괴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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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지아, 보라. 등장인물이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했던 방법들은 현실적이었다. 선은 그 친구를 위해 청소를 바꿔주기도 한다. 지아는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주도하는 무리랑 친해지려고 한다. 보라는 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따돌림을 주도한다. 보라가 영화에서 보면 절대적인 '악'으로 보일 순 있다. 선을 따돌린 것은 절대 옳은 일은 아니다. 그리고 왜 보라가 선을 싫어하게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세명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친구들과 잘 지내고 사회 생활을 제대로 했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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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90년대를회상하는 추억의 영상이나 글이 올라올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꼭 달리는 댓글들이 있다.


‘요즘 애들과 달리 옛날에는 모두 순수했어.’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사실 조금 웃기다. 정말 그 시절에 모두 행복하고 순수했을까? 과거의 기억은 미화된다고 하지만 저런 댓글을 볼 때마다 정말 그랬는지 다시 묻고 싶다. 또한 초등학생 때 힘든 것은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할 때에도 의구심이 든다. 그당시에도 지금처럼 관계 속에서 힘들어했다. 물론 틀어지는 계기가 지금 봤을 때는 굉장히 사소해 보일순 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게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그 사소한 싸움에서 어떻게 관계를 헤쳐나가야 할지 배우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모두가 마냥 눈치 없이 순수하진 않았을 것이다. 드라마 등 많은 매체 속에서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이 싸울 때에 눈치 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 어렸다고 주변어른들의 말이 안 들렸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들려서 괴로웠다. 말을 하지 않고 눈치를 봤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눈치보고 고군분투한다.

 

슬퍼 보이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을 총해 우리가성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들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렇지만잘 생각해보면 절대 그때가 최고로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곳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냥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순수함에 대한 동경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지금보다는 순수했겠지만 마냥 순진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잔인했던 것도 기억해야 한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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