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은 결국 '타이밍!'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고
글 입력 2018.12.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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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 첫사랑이었으니까!"

- 건축학개론 中 -

 
첫사랑은 흔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단어 그대로 처음 사랑을 하는 경험이고, 그렇기 때문에 미숙한 점들이 아직은 많아서 그런 것일 테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첫사랑은 조금 엉뚱하면서도,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건축학개론>은 이러한 첫사랑 에피소드를 보편적인 시각으로 담아내었고, 첫사랑의 애틋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보는 내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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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첫사랑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데에는, 사랑하며 다투었던 순간들을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살면서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틀어진 기억을 두고, "그때, 이러지 않았더라면..."이나 "차라리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과 같은 되뇜을 한 번쯤은 떠올렸다면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았던 기억만큼 애틋한 추억들은 동시에 생각나며 더 아련하게 남기도 한다.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은 사랑으로 그만큼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니 말이다.

그렇다면 '첫사랑'이 지금 다시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아마 조금 다른 문제일 것이다. 서로에게 일말의 감정이 남아있는 상황에는 오히려 사랑했던 두 사람의 재회는 불편할 수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두 주인공을 보더라도 마지막 하이라이트 씬을 재회하고는 대체로 터울 없는 친구 같은 모습을 보이는 점에서 이러한 모습은 잘 나타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서로가 함께 했던 예전과 어렴풋이 닮아있다. 사람은 자기가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만큼, 만나면 만날수록 두 사람이 느끼는 묘한 감정은 서로의 관계를 한 번쯤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에서 나타난 많은 대화 끝에 이루어진 두 사람의 고백은 깔끔하고 담백하다. 사소한 오해로 틀어졌던 승민과 서연은 15년 만의 진실한 대화를 통해 서로가 첫사랑이었고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사이가 더욱 각별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 약혼까지 한 승민에게 느닷없이 등장한 서연의 존재는 현재의 사랑마저도 언뜻언뜻 불안하게 만든다. 다만, 두 사람은 과거에 서로를 사랑했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다시 각자의 인생을 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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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승민이 약혼을 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예전의 바람대로 애인이 되었을까? 가정인 만큼 다양한 생각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유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호감을 느꼈던 순간, 함께 공유한 기억들이 모두 '과거'에 존재한다는 데에 있다. 문득 첫사랑을 떠올리고 서연이 승민을 찾아가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어도, 35살의 두 사람이 좋아하던 상대방은 20살이라는 과거에 멈추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새롭게 연애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15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얼마나 잘 줄여나갈 수 있을지는 조금은 미심쩍다. 게다가 두 사람은 서로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첫사랑은 기억에 머물 때는 절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실로 마주하면서 생각과는 다른 괴리를 자아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마치 깨끗한 4절지에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만, 이미 그려진 종이에 원하는 그림을 고쳐 그리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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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첫사랑의 설렘은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서 나오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시기와 타이밍이 있듯이, 사랑도 타이밍을 놓치면 이루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마치 우리가 꾸준히 성장하고 변해가듯, 사랑도 이유를 막론하고 상황과 시간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과거는 과거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빛난다. 이전의 복잡했던 감정들을 마음에 담고 다음에 찾아올 사랑에 집중하자. 최대한 원하는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게 첫사랑과 나,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 갈 사랑에게도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영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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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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