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누구에게나 영감을 선사할 지중해 여행_장 그르니에, 『지중해의 영감』

여름의 지중해는 뜨거웠고, 많이 건조했고, 더웠습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글 입력 2018.11.2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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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지중해를 다녀왔습니다. 2달 간의 유럽여행 중 이탈리아, 프랑스, 크로아티아, 그리스, 이집트 정도가 제가 다녀온 지중해 연안 국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의 한 달을 넘게 지중해 연안에서 보낸 셈입니다. 여름의 지중해는 뜨거웠고, 많이 건조했고, 더웠습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오감의 영감



장 그르니에는 『지중해의 영감』 서문에서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미리 정해진 어떤 장소들이, 어떤 풍경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밝힙니다. 그에게는 그 장소와 풍경이 바로 지중해였죠. 여름의 지중해는 저에게 있어서도 오감의 영감이 넘쳤던 장소였습니다.

 


1.

블랙 샌드 비치의 사파이어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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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유럽 여행을 하면서 봤던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어떤 바다냐고 물어본다면, 망설임 없이 산토리니 블랙 샌드 비치에서 본 바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사진으로 절대 담을 수 없는 새파란, 혹은 남색의 바다는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색이었습니다. 그 파란 물결을 보며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과 허망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바다에 차마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물에 담그고 있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푸르름이 느껴졌습니다.

 


2.

지중해는 토마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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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를 여행하며 음식에 대해 느낀 점 한 가지는 ‘이 나라 사람들 토마토 진짜 좋아하네’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하면 피자, 파스타니까’라는 생각에 하루에 두 끼는 피자, 파스타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만한 파스타에는 모두 토마토가 들어갔고, 다른 음식에도 대부분 토마토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갈릭 파스타 with cherry tomato’를 주문했는데 ‘토마토 파스타 with garlic flavour’가 나왔습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던 마늘에 웨이트리스까지 불러 물었더니, 그리스 스타일 갈릭 파스타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입에 맞지 않냐고 걱정스럽게 물어오던 그녀에게 너무 맛있어서 물어봤다고 답하고는 접시를 비웠습니다. 기대한 맛은 아니었지만 정말 맛은 괜찮았습니다.

 


3.

이집트의 모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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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의 시작이었던 이집트는 한국 뺨치게 더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더울 줄은 몰라서 몸이 적응하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더운 나라여서인지 음식도 상상을 초월하게 짰습니다. 워낙 짜게 먹는 편이었는데 이집트 음식에 적응하는 데 또 며칠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고생하고 몸이 적응할 때쯤 되니 떠나야 했던 이집트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피라미드와 낙타 체험입니다. 엄청난 위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여기저기 뻥 뚫려 있는 도로와 그 중앙에 혼자 동떨어지게 놓여있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보니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상업화의 현실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 낙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등에 태운 채 일어나는 낙타의 어마어마한 신장을 보면서 피라미드에서 느꼈어야 할 위압감을 느꼈습니다. 뜨거운 열기와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우뚝 선 낙타,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모래 냄새는 이집트를 떠난 후에도 한동안 머리에서 맴돌았습니다.

 


4.

끊이지 않았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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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산토리니,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파리, 니스, 플리트비체, 두브로브니크 어디를 가도 끝없이 들려오던 소리가 있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 청명한 하프 소리, 쾌활한 바이올린 소리 등이 여행하는 내내 들려왔습니다. 팁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중해 풍경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연주에 그 정도 팁은 오히려 적어 보였습니다.


산토리니 이아 마을에서 보는 선셋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준 기타 소리, 파리 밤거리를 더욱 뜨겁게 만들어준 바이올린 소리, 특히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풍경을 더욱 청명하게 만들어준 유리컵 연주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5.

지중해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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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국가는 너무 더웠습니다. 프랑스는 밤에 기온이 갑자기 낮아져 시원했지만,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이집트, 그리스 등은 밤의 서늘함이 낮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더운 여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EDM 페스티벌 ‘Ultra Music Festival’에 3일권을 끊고 참가했습니다. 중간에 핸드폰을 잃어버려 멘탈이 터지는 바람에 하루 반 정도만 즐길 수 있었지만, 지중해의 열기 속에서 더한 열기를 찾아 들어갔던 그 이틀 간의 밤은 저를 한동안 EDM 뽕에 취하게 만들었습니다.

 


 

스승을 가르친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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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 장 그르니에였다고 합니다. 알베르 카뮈는그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삶의 부조리에 대한 철학으로 유명합니다. 스승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카뮈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르니에의 철학과 닮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는 해 지는 저녁 시디부사이드의 망루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태평스러운 무심함을 관조하는 사람(『지중해의 영감』,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별장」)”과 “처음으로 저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을 향하여 스스로의 마음을 열어 보이는 사형수 뫼르소(『이방인』)”와 같은 표현입니다. 위대한 작가 알베르 카뮈를 제자로 둔 스승, 그리고 그 스승에게 영감을 준 『지중해의 영감』 속 지중해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조금 철학적인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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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즘 여행 에세이와 확연히 다를 겁니다. 가볍고 직설적이면서 쾌활한 편인 요즘 여행 에세이보다, 시적이고 명상적인 그르니에 특유의 감성과 사유가 드러난 에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장 그르니에가 젊은 시절 여행했던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여러 지역, 나라, 도시들과 그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풍경 뿐 아니라 도시 내면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끼고 싶다면, 겉핥기식 관광 여행에 질렸다면, 여행을 통해 깊은 고찰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히 『지중해의 영감』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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