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플 땐 의사보다 퇴사: 미미시스터즈 <우리 자연사하자> [음악]

글 입력 2018.11.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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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발랄한 멜로디가 중독성이 있어 계속 가사를 흥얼거린다. 그런데 잠시만, 자연사하자니? 지금 당장 죽으라는 소리인가? 처음에 자연사라는 단어에 대해 의아할 수 있다. 다 같이 죽자는걸로 들릴 수 있는 이 가사는 사실 더욱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말고 자연적으로 생을 마감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우리 자연사하자.JPG



지난 10월 말, 미미 시스터즈는 <우리 자연사하자>라는 곡을 발매했다. 그들은 웰다잉은 곧 웰리빙이라고 말한다. 즉,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말은 곧 긍정적으로 살아내자는 의미인 것이다. 죽음은 무섭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사실 <우리 자연사하자>는 마냥 긍정적인 노래가 아니다.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엄청난 희망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마냥 다 가졌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걱정하지도 기대하지도 말라고 한다. 미미 시스터즈는 미래에 막연히 무언가 행복한 게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덤덤하게 삶을 살아가자고 말한다.

 

어떤 인터뷰에서 미미 시스터즈는 말했다. 꼭 멋진 인생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으며 그냥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가사에 나와 있듯 5분 뒤에, 그리고 5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다.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새로운 일을 만날수 있다.


                      




'죽어가는 것'에 대하여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고등학교 때 윤동주 시에 대해 배울 때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인생은 한 방향이며 그 끝은 죽음이라는 말을 들었다. <서시>의 한 구절처럼 우리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이다. 당시에 그 말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라니! 사실 맞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점점 죽음에 가까워진다.


죽음이라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산다’라는말에는 정말 열심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든다. 특정 목표를 위해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 할것 같다. 막상 지금도 뚜렷한 목표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지금, 모든 것이 끝인 것처럼 느껴져 괴로웠다. 반면 ‘죽어간다’고 생각하니 인생을 정리하고 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해졌다. ‘살아야지!’ 할수록 숨이 막혀오지만 ‘죽어간다’ 생각하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자연사하자.jpg



끝이 너무 무서워서절대 오지 않길 빌지만, 막상 그때가 오면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유치한 이야기지만내가 중학생 때 숙제를 안했을 때가 떠오른다. 항상 숙제를 안 해가면 손이 덜덜 떨리고 미칠 것 같았다. 수업 시간이 절대 오지 않기를 빌었다. 굉장히 두려운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괴로웠다. 사실 숙제를 끝내든 그렇지 않든 결국 그 시간은 지나갔다. 그리고 막상 그 시간이 지나가면 별 생각이 없어진다.오히려 그 시간을 어쨌든 버티고 지나갔음에 나 스스로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의 ‘끝’도 아니었다. 그렇기때문에 ‘죽어간다’는 것이 꼭 거대하고 엄청난 일은 아닌것 같기도 하다.

 

미미 시스터즈의 말처럼 모두 스스로 목숨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죽을 용기가 있는 만큼 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그 용기가 났을 만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아플 땐 의사보다 퇴사'라는 가사처럼, 그 일만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놓아버리면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아서 꼭 붙잡는다. 오히려 그 꼭 붙잡음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퇴사, 즉 그걸 놓아줌으로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 ‘내 삶’이 아니라 ‘그것’을 놓을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무서우면 무섭다, 힘들면 힘들다. 말해도 괜찮아.'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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