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향한 애정의 결실, FILO [도서]

글 입력 2018.11.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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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면 꼭 하는 일이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혹시 못 본 장면이 없는지 전반적인 줄거리를 읽고 사람들의 평가를 찾아본다. 제일 많이 찾는 곳은 네이버 영화 리뷰이다. 대체로 관람평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세히 적은 글은 갓 영화를 보고 나온 여운이 다른 누군가의 견해로 물들여지는 것 같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한 영화를 심층 분석한 글을 찾기 어려워 아쉬울 때도 있다. 분명 괜찮게 본 영화였는데 혼자서는 명확히 알 수 없는 찜찜함이 남는 경우가 그렇다. 언어로 표현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능력의 한계가 있어 대개 실패했다.

 



마니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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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FILO>(No. 4, 9·10/2018)에는 이전에 본 몇 개의 영화에 관한 평론이 기재되어 있었다. 평론을 읽고 나니 그동안 끙끙 앓고 있었던 응어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평론가들의 장면 묘사 방식 또한 이미 머릿속에서 잊힌 장면을 영화관에서 실시간으로 보듯이 떠올리게 해주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FILO>는 'film(영화)'과 'philo-(어떤 것을 좋아하는)'를 결합한 말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평론으로 나타내는 격월간 잡지다.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5명의 영화평론가가 국내 고정 필진으로 참여하고, 매호 다양한 해외, 초대 필진이 함께한다.

 

목차 바로 뒤에 있는 ‘편집의 글’을 읽을 때부터 이 잡지가 범상치 않다고 느꼈다. 대개 보통의 잡지는 잡지사 소속 직원들이 직접 뛰어다니며 자체적으로 잡지를 완성하는 데 반해, <FILO>는 인연을 맺은 평론가, 감독, 배우들에게 요청해 글을 받고 국적 또한 다양하다. 위대한 대자연과 고독한 스크린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안을 받는다는 공동편집장의 말처럼 이 잡지에 실린 글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따뜻함이 있다.

 

특히 더 집중해서 읽은 평론이 있다. 허문영 평론가의 <더 스퀘어>와 이후경 평론가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다. 두 글은 공통으로 공간, 정확히는 연출을 통해 스크린과 객석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스크린과 객석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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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무대공연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영화가 스크린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IMAX 4D로 객석을 향해 화면에서 총을 연사하고 전복된 차가 튕겨 나와도 객석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들은 관객들과 함께 한 같은 공간에서 실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평론가는 객석과 스크린 사이에는 명확히 경계가 있는 상태가 더 편하거나 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영화는 영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IMAX를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좀 의아한 의견이었다. 튀어나올 듯한 스크린이 관객이 더 몰입할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했으나, 글을 모두 읽은 후 위의 결론을 도출해내면서 그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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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평론가는 도입부에서 스크린-나 공간의 공간은 고정적이고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무대와는 다르게 스크린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없으며 일시적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왜 여가로 극장을 자주 가는지 알 수 있었다.


스크린은 관객에게 편안함을 준다. 공연을 보면 커튼콜이 끝나고 기진맥진 상태로 집에 오는 경우가 많다. 무대 위 배우들은 물리적으로 관객과 함께 있어 실시간으로 극을 보여 주고 소통하기에 체력 소모가 크다. 반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영상을 일시 정지할 수 있으니 보는 사람이 더 우위에 있다. 마니아의 힘은 대단하다. 평론가의 글만으로도 그들의 영화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꽤 재밌었는데 왜 아쉬운 걸까?“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시사회를 본 뒤 몇 개월 동안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최초 시사회였기 때문에 엠바고가 풀릴 때까지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잊고 있었다가 평론으로 해결했다. 너무 강한 이단 헌트였다. 글에서는 영화가 액션 영화의 객관성을 잘 경계한 수작이라는 평을 했지만, 종횡무진을 한 이단 헌트로 인해 동료와 악당 캐릭터가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윤리를 지킨 수작이라 더 아쉬움이 남았다. 평론을 통해 오래된 응어리를 해소했으니 이것으로 만족한다.

 

<FILO>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글을 읽고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잡지다.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었다는 책 정보처럼 그 취지에 충실하다. 짧은 역사임에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필로 FILO 2018.9/10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


저자: 필로 편집부


출판사: 매거진필로


발간일: 2018.09.07


페이지; 160


ISBN: 9791196378226



[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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