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재다능한 마케터의 시대가 찾아왔어 [도서]

김규림, <뉴욕규림일기>
글 입력 2018.11.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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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성 작가의 책 <마케터의 일>을 읽은 후, 내용 외에도 선명히 기억 속에 남은 것들이 있다. 바로 올망졸망한 삽화들이었다. 그림인 듯 낙서인 듯 애매한 경계를 넘나들며 시선을 잡아끄는 이 삽화들, 함께 일하는 동료인 김규림 마케터가 그린 것이라 한다. 당장 그분의 SNS 계정을 팔로우 했다. (김규림 작가 인스타그램 @kyurimkim) 남몰래 흥미롭게 수줍게(?) 피드를 지켜보던 중 <뉴욕규림일기>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한다. 궁금했다. SNS 피드만큼이나 독특하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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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규림일기> 이전에 독립출판물로 발행된 <도쿄규림일기>도 있다. 김규림 작가가 여행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김규림 작가는 여행을 한 후 사진첩을 열어보았다가 회의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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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셔터를 눌렀으나 기억에는 남지 않은 기록들, 그런 기록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때부터 다른 기록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보다 더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록을 해나가기로 했다고. 지난 도쿄 여행 기록에 이어, 이번에는 2주 동안의 뉴욕 여행 기록을 엮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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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김규림의 본업은 마케터다. 스스로를 문구인이라 칭하는 문구 덕후의 내공이 드러나는 걸까, <뉴욕규림일기>에 꼭꼭 붙어있는 영수증에는 문구류 구매 내역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배민의 마케터답게 딱 봐도 ‘어 배민이네’하게 되는 마스킹테이프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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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에 알록달록 옹기종기 붙어있는 스티커들을 보다 보면 나 또한 ‘귀여워!’하며 호들갑을 떨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여행의 설렘, 새롭고 낯선 것을 발견한 기쁨에 전염되는 기분을 덩달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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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곳곳에는 자신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상을 유심히 관찰한 흔적이 드러났다. 예전에 마케팅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는 쓸 데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본인들은) 본질에, 근본적인 것들에 굉장히 집중을 한다고. 이전까지는 마케팅이란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많이 팔고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아주 가볍게만 생각했더랬다. 장인성 마케터의 책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고, 실제로 함께 일하는 김규림 작가의 생각들 또한 ‘마케터의 일’에서 본 것처럼 굉장히 본질로 향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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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 이런 식으로 남들이 추천해준 리스트를 따라가는 여행 방식이 아닌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며 나만의 여행한다. 즉, 남의 여행이 아니라 나의 여행을 한다.


나만의 여행, 나만의 취향 등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규림 작가의 개성 넘치는 일기장. 뉴욕공립도서관(NYPL)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또다시 방문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나도 ‘오, 그렇게 좋단 말이야? 꼭 가봐야겠다!’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광고 홍보의 목적으로 화려하게 전하는 말보다, 일상에서 만난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말이 더 믿음직스러운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지.


뉴욕에서 작성한 일기들을 책으로 엮어냈을 뿐이지만, 개인적인 생각들을 풀어냈을 뿐이지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언젠가 뉴욕에 방문하게 될 나를 상상하게 되었고, 작가의 고민이 녹아있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하게 됐다. 삽화들과 짧은 글들. 이토록 개인적이면서도 진지한 책과 침묵 속에 유쾌한 대화 나누기, 언제나 마음 설레는 일이다. 책을 덮으니 잔잔한 에너지가 내 안에서 넘치는 것만 같다.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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