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 뮤지컬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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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위인을 꼽아보세요. 한국인에게 이렇게 질문하면 필시 다섯 명 중 한 명은 ‘세종대왕’이라 답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은 한국 역사상 ‘먼 치킨’급의 성군으로 꼽힐뿐더러 한국인 언어의 뿌리 격이니 떠올리지 않는 게 더 어렵겠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그의 업적에 빚지고 있는 셈 아닌가) 그래서 오늘날 대학교, 대로, 시(市), 해군 함선의 이름까지 모두 그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심지어 지갑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도 초록빛 얼굴(?)의 세종이고 1년에 한 번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례도 세종의 탄신일에 행한다. 말 그대로 이 모든 게 '오마주 투 세종'인 거다.
2018년은 세종대왕이 즉위한 지 600년이 되는 해다. 이에 발맞춰 세종을 내세운 뮤지컬 <1446>이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세종대왕 영릉을 모시고 있는 여주시와 실존 인물을 뮤지컬 무대에 자주 내세워온 HJ컬쳐가 함께 제작한 작품인데, 자본과 ‘짬’이 만났기 때문인지 밟아온 과정이 꽤나 튼실하다. 2017년 트라이아웃으로 시동을 걸고, 2월 영국 웨스트엔드 워크숍을 거쳐 2018년 10월 본 공연으로 올라왔다.
김건모의 전성기였던 1995년 초연으로 나섰던 게 뮤지컬 <명성황후>고, 소녀시대가 'Gee' 열풍을 이끌었던 2009년에 첫선을 보였던 게 뮤지컬 <영웅>이라는 걸 떠올려 볼 때 (같은 에이콤인터내셔널 극은 아니지만) 2018년, 다시 한 사람의 역사 영웅을 내세운 <1446>이 창작 뮤지컬의 발전을 증명해낼지 기대해봄 직하다.
연출을 맡은 김은영은 <1446>은 “세종이 무엇(What)을 어떻게(How) 했는지가 아니라 왜(Why)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렇담 ‘무엇’과 ‘어떻게’를 먼저 살펴보며, 작품이 구현할 '왜'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What : 훈민정음
기술서적 편찬, 과학기술의 발전, 4군 6진 개척, 애민 정책 등 많은 업적을 남긴 세종이지만, 그 중 단 한 가지만 꼽자면 역시나 ‘훈민정음 창제’일 것이다.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을 언어 공동체로 묶고 있는 한글은 세종이 남긴 최고의 유산이라 일컬어진다. 특히 한글은 만든 사람과 만든 시기가 기록되어 있는 유일한 문자인데, 뮤지컬 <1446>이 제목으로 내세운 1446년도는 정음이 반포된 년도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바른 소리’로, 1443년 창제해 1446년 반포한 문자다. 훈민정음을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세종 25년 음력 12월 『세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훈민정음'은 문자 이름과 해설서의 이름으로 혼용되지만, 이 글에서는 주로 문자로서 '훈민정음'을 사용하고자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된 훈민정음 해례본 ㅣ 위키피디아
이 달에 임금께서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만드셨으니, 그 글자는 고전(古篆)을 본떴고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누어지며 합친 뒤에야 글자가 이루어진다. 무릇 한자와 우리말을 모두 적을 수 있으며 글자는 비록 간요(簡要)하지만 전환이 무궁하니 이것을 일컬어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한다. - <세종실록 권 102:42, 계해 12월 30일>
이 간단하면서도 무궁한 글자는 알다시피 ‘애민(愛民)정신’에 뿌리를 둔다. 훈민정음 서문을 빌리자면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를 ‘불쌍히 여긴’ 세종이 만든 것이 바로 훈민정음이다.
당시 언어 기득권자였던 양반들은 소리를 반밖에 내지 못한다며 ‘반절’, 여자들이나 쓰는 글이라며 ‘암클’이라고 업신여기기 일쑤였다. 실제로 훈민정음은 식자층의 반발에 거세게 부딪혔었는데, 반면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쁜 백성들은 세종의 바람대로 정음을 통해 제 뜻을 능히 펼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세종은 정음 반포 후 여러 보급 정책을 통해 백성들에게 새 글자를 가르치려 노력했고, 마침내 창제된 지 반 세기 만에 낮은 신분의 도공에게까지 전파될 수 있었단다.
How : 어떻게
훈민정음을 누가 창제하였는가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는 창제는 세종 혼자, 이를 해설한 책은 세종과 관료들이 함께 집필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옛날 교과서나 통상적인 서술에서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힘을 모아 창제했다고 명시해두었지만, 많은 국어학자들은 이 주장이 문자를 혼자서 창제할 수 없다는 회의와 영웅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에 힘입어 제기된 것이라고 밝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문자와 운용 체계를 분리해서 판단해 세종의 단독 창제설에 합리성을 더한다.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창제의 원리' 동영상 캡처. ㅣ 국립한글박물관 유튜브
문자는 세종이 고안했지만 문자의 운용 체계를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와 『동국정운』과 같은 운서는 집현전 학사들이 편찬했다고 한다면 세종이 한글의 창제자라는 사실을 건드리지 않고 집현전 학사들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최경봉·시정곤·박영준,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책과함께. 2008.
훈민정음의 자음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 따 만들고 모음은 하늘, 땅, 사람을 본 따 만들었다. 혀의 뿌리[舌根]가 목구멍 막는 모양,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옆 모양, 입[口]의 모양, 뾰족한 이[齒], 목구멍 모양을 본뜬 ㄱ, ㄴ, ㅁ, ㅅ, ㅇ라는 기본자를 바탕으로 ‘ㄱ, ㅋ, ㆁ’, ‘ㄷ, ㅌ, ㄴ’, ‘ㅂ, ㅍ, ㅁ’, ‘ㅈ, ㅊ, ㅅ’, ‘ㆆ, ㅎ, ㅇ’, ‘ㄹ’, ‘ㅿ’ 라는 17자의 자음을 만들어냈다. 한편 ‘ㆍ, ㅡ, ㅣ’는 하늘, 땅, 사람을 본뜬 것으로, 이것들이 어울려 ‘ㆍ, ㅡ, ㅣ,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라는 11개의 모음을 이룬다.
초성에는 자음 17자가 모두 올 수 있었고, 중성에는 모음 11자, 종성은 별도로 만들지 않고 초성을 다시 쓴다는 종성부용초성의 원리를 따랐다. 게다가 이 문자는 동일 언어 공동체 안에서 지역적 차이를 능가하여 서로 의사소통하기 쉽도록 고안되었는데, (쉽게 말해 방언적 특성도 고려했는데) 일부는 실제의 언어 사용과 정책을 반영해 변화를 맞았다. 하지만 정음이 가진 유기성과 효율성, 체계성은 현재에도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Why : 왜
그렇다면 여기서부터가 뮤지컬 <1446>의 몫이겠다. 왜? 가히 '문자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업적, 이것의 동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간단히 '애민정신', '민본주의'라 대답할 수야 있겠다. 하지만 이건 교과서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것을 기억할 때 적합한 답은 아니다. 교육용 비디오가 아니고 국위 선양 용 콘텐츠가 아닌 이상에야.
세종, 인간 이도가 바랐던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는지, 왜(Why)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는 실록에서 밑줄을 긋는 게 아니라 무대 위 이야기로서 펼쳐져야 하리니. 그리고 이게 결국 작품의 주제 의식이자 존재의 이유로 갈무리되는 건 당연하니 말이다.
뮤지컬 <1446>이 안내할 15세기 조선의 궁궐, 그곳에서 세종, 아니 인간 이도를 만나보자.
훈민정음 서문을 따서 만든 뮤지컬 <1446>의 넘버 ㅣ HJ컬쳐
공연정보
INTRODUCTION
공연명 뮤지컬 <1446>
공연장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공연기간 2018년 10월 5일 (금) ~ 2018년 12월 2일 (일)
공연시간 평일(화수목금) 8시, 토 3시 7시, 일/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러닝타임 165분 (인터미션 : 15분)
관람등급 만 7세 이상
출연배우 정상윤, 박유덕, 남경주, 고영빈, 박소연, 김보경, 박한근, 이준혁,
김경수, 최성욱, 박정원, 황민수(얼터네이트), 김주왕, 이지석 외
주최 여주시, (재)국립박물관문화재단, KBS한국방송
주관 (재)여주세종문화재단, ㈜KBS미디어
제작 에이치제이컬쳐㈜
후원 한국관광공사
문의 HJ컬쳐 02)588-7708
CREATIVE STAFFS
프로듀서 한승원 · 김종석
극 본 김선미
작 곡/ 연 출 김은영
작 곡/ 음악감독 임세영
안 무 채현원
무술감독 김은정
무대 디자인 김대한
소품 디자인 김정란
조명 디자인 김준범
음향 디자인 김주한
의상 디자인 이호준
분장 디자인 김숙희
프로덕션 무대감독 김유신
무대감독 진정민
[김나윤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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