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품 vs 환경, 오감으로 느끼는 카타르시스 [문화 공간]

글 입력 2018.09.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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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10시, 도심의 영화관에서 <라라랜드>를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관객은 10명쯤 있고 모두가 양옆 팔걸이에 모두 팔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극장은 개인 대관한 수준으로 조용하고 쾌적하다. 말소리와 여기저기서 팝콘을 씹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잔잔한 영화일수록 이런 상황에서 몰입은 더욱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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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영화관은 때로 힐링이 된다.

@Karen Zhao, Unsplash

  



같은 극장, 다른 환경



공연을 자주 보러 가면서 영화관에 가면 객석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때로는 몇 줄 떨어져 있는 관객의 팝콘 먹는 소리도 매우 거슬린다. 영화관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와작와작 먹는 소리가 집중을 깨뜨리면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대개 영화관은 주말과 저녁 이후 시간을 피하는 게 좋다. 다른 관객에 의해 내 여가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공연장도 같은 극장이지만 성격이 약간 다르다. 오히려 객석에 관객이 꽉 차 있을 때 몰입이 잘된다. 심한 관크가 없다면 말이다. 공연을 보는 중에 소위 무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은 적이 몇 번 있다. 그 순간에는 팔이 저린 것도 잊어버린 채 오페라글라스를 들어 망부석처럼 움직이지 않고, 좌석이 불편에 뒤척이던 사람들도 행동을 잠시 멈추고 무대를 바라본다. 그때는 극장 공기마저 순환을 멈춘 듯 무거워진다. 심하게 집중하다 보면 극장에서 나올 때 기운이 빨려 지치는 상태가 되지만 극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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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인의 눈물처럼
관객의 마음 속 응어리도 몰입을 통해 해소된다.

Roy Lichtenstein, 행복한 눈물, 1964




영화관 그 자체의 마력



영화관 관크가 비교적 빈번하지만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이유에는 푹신한 좌석과 넓은 화면에도 있다. 집에서 노트북으로 보는 영화는 답답하다. 15인치 남진한 화면에 온 시선을 2시간 동안 집중시키는 것은 눈에 피로를 준다. 또, 딱딱한 의자나 바닥은 영화관 의자와 비교가 불가하다. 1만 원 남짓한 가격에 시각과 청각, 촉각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대다수가 영화관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본다.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한편으로는 몇몇 시설 좋은 극장을 가본 결과 극장 환경(좌석, 무대, 스크린, 부대시설 등)이 작품과 시너지를 일으켜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확실한 건 관객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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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e Hills,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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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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