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별 [공연]

글 입력 2018.09.2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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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특이한 연극 BEST 3 순위 안에 드는 연극이다. 진짜 독특하고, 기이하고, 빠져든다. 생소하면서도 친숙했다. 인상 깊었다. 정말. 너무나 좋았다.

시작은 센스있게 문방구에서 팔던 아폴로를 나눠주었다. 왜 나눠주는지, 맛난거 챙겨주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극이 끝나고 알았다. 이 또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바로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찍은 사람. 암스트롱을 태운 로켓 '아폴로'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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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조명 뿐이다. 양 끝에 의자가 있다. 별 같은 조형물에 조명이 다양하게 쏜다. 가운데 원을 만든 조명이 다른 공간으로 인식되며, 좌우 뒷공간 또한 무대이다. 가운데에서 지구의 가족들, 은하계 행성들이 생활을 하고, 옆집 달도 있다. 뒷편에는 이를 관찰하는 스승과 남제자가 있다.

지구네 가족 엄마, 아빠, 할머니, 언니, 지구와 옆집 친구 달님이 있다. 가족이라는 익숙한 형태를 빌어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해서, 나 어릴 때를 보는 느낌이었다. 동생 얄미운거 하며.. 생일마다 선물 받고 싶다고 계속 찡찡대고, TV 고치는 이야기나, 옆집의 할아버지 이야기 등이 계속 반복된다. 시간이 흘러도 같은 형태지만 그 속에서 야금야금 바뀌는 단어들 찾는게 재미있다. 

옆집 친구 달과 지구는 ‘소꿉장난’이라는 이름하에 평생을 보여주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우리 인생도 저렇게 흘러갈까. 미래에는 달과 지구도 점점 멀어지고, 태양이 점점 커져서 모든 행성들이 뜨거워서 소멸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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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는 건 지구가 도는 것. 막내 지구는 열심히 돈다. 이를 관찰하는 스승과 남제자. 번갈아가면서 역할이 바뀌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나는 너의 미래이며 과거다'라는 걸 암시하는 모습이 너무 흥미로웠다. 지금 보는 별은 사실 과거의 빛이다. 과거에서 출발했기에, 지금은 존재하는지 조차 미지수이다.

지구네 가족들에게 가기로 결심한 남제자. 그들이 불타기 직전인지 중간인지에 겨우 도착하는데, 가는 장면도 신기했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대화를 한다. 과거와 미래가 혼재되어 있다. 탄생'과 '소멸'에 조금씩 다가간다. 모든 배우들이 하나의 역할을 나눠서 한다. 순발력있는 장면도 자연스러웠다. 예상대로 결말은 달과도 멀어지고 가족이 다 같이 소멸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말이 있다. Happy Birth Day To Me , Happy Death Day To Me. 소멸과 탄생은 동의어이다.  이별, 사별은 어떤 것일까. 주위 사람들이 훌쩍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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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도. 기법도. 내용도. 형식도. 연극 자체가 너무 생소하고 신기해서 보느라 정신없었다. 처음엔 뭐지 싶었는데 오오.. 완전 신세계야. 배경음처럼 깔리는 비트는 볼륨 조절을 하면서 대사가 랩으로 나오다 말다 한다. 잠깐은 뮤지컬같기도 하고. 리듬에 맞춰 말하는 언어유희가 재미있다. 인물들이 원을 돌며 노래 아닌 노래, 랩같은 대사들을 돌아가면서 외친다. 연결고리가 있는 단어들의 나열- 음식,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지명,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탄생과 생일, 소멸과 죽음 등.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외쳐도, 목소리의 합이라고 할까 조화로웠다. 목소리 톤도 적절히 분배해서 강조할 때는 동시에 외치고.

'별'이라는 익숙하고도 환성적인 소재로 우리 일상을 풀어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지구별이지만, 너무 익숙하기에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또 떼어놓고 보면 정말 신비롭다. 그래서 우주 관련 다큐나 영상을 보는 게 그렇게 즐가운가 보다. 우리가 지각하고 보는 것들은 전부 과거이다. 지금 시간도 흘러가고 있으며 과거를 우리는 보고 그리워하는 걸까. 그리고 미래는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나는 '끝'이 정말 어렵다. 뭐든지 끝맺음이 너무나 힘들다. 그리고 반가우면서도 반갑지가 않다. 완전한 종말을 의미하기에. 어떤식으로든 끝을 향해 달려가거나, 혹은 도망치기만 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언제쯤 '끝'을 온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거지로 닥쳐오기만 했다. 하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이 되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당장 닥칠 두려움이 겁이 날 뿐이지. 탄생 축하해 = 죽음 축하해. 소멸과 동시에 탄생을 하며, 탄생과 동시에 소멸한다. 모든 것을 태우는 태양을 반기는 별들처럼, 나도 끝을 반기고 싶다. 초연하게.


홀린듯이 봤다.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렵다. 섬세하다. 치밀하게 잘 짜여진 단어들의 복선을 발견하는 재미. 탄생과 죽음의 동의어. 철학적인 내용을 이토록 친숙하고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다니. 어려운 대사와 내용이 아니라 친숙하고 친근하게 진행되면서 스스로 느낄 수 있게, 스며들어 좋았다. 얼마 없는 것 같은데 사실은 담고 있는 내용이 너무나 많았다는 걸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엄청 흡입력있었고, 왜 짧은 기간 밖에 하지 않는 건지 너무 아쉬웠다. 너무나 좋았다. 다음에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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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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