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삶의 아픔을 나누는 무대 - 연극 그 개

글 입력 2018.09.2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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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 지극히 단순하게 개를 지칭하는 제목은 단 두 글자의 짧은 단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제목을 곱씹는 순간 수많은 상상이 스쳐지나간다. 그 개라니, 그 개는 어떤 개일 것이며 누구의 개일 것이며 무슨 사건이 일어난 것일지. 목 안으로 턱턱 걸리는 발음은 왠지 모르게 그 사건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하게 만든다.

임팩트 있는 울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연극은 우리 삶에 생채기처럼 자리한 여러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기견을 가족으로 맞아들인 주인공 해일의 시선을 중심으로 각박한 현실을 견뎌가는 가족의 이야기와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주변 인물의 일상, 가족에게 외면당해 외로움을 지닌 돈 많은 권력자 등 다채로운 캐릭터를 풀어낸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이들이 과연 어떤 아픔을 간직하고 있을지 얼핏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세상에 즐겁고 기쁜 이야기만 넘치면 좋겠는데 그러기 참 어렵다. 삶의 각박함과 버거움을 그려낸 이야기가 참 많다. 이는 우리 일상의 풍경이 그리 유하고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일 테다. 힘든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버겁다면 듣지 않으면 될텐데, 늘 그렇듯 무대를 바라보며 공감하고 아파하며, 함께 웃고 운다. 모든 힘듦을 짊어지고 홀로 남은 듯 외로운 마음을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사람들이기에, 우리는 더욱 아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사람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각기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지만 오직 아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사람뿐이기에.

그래서 연극이 그려낼 이들의 삶의 풍경에 관심이 간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애달픈 감정 하나씩 안고 살아간다. 이 얼기설기 엮인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풀어질지, 혹은 풀리지 않을지. 가만히 지켜보며 내 일상의 상처를 고스란히 덧대어 본다. 아무리 따갑고 쓰라리더라도 이를 직시해야 나을 수 있으니까. 사실 치유의 과정은 늘 고통이다. 설사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의 반복일지라도, 상처는 언젠가 아무리라 하는 마음을 안고 세상과 삶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힘겨운 몸짓이 담긴 연극을 들여다보려 한다.





연극 정보

공연명 : 창작극 <그 개>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일시 : 2018년 10월 5일 (금) ~ 10월 21일 (일)
월수목금 8시 / 토 3시, 7시 / 일 3시
입장권 : R석 5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관람연령 : 만 13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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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괜찮아,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

저택의 운전기사인 아빠와
둘이 살아가던 중학생 해일.
해일은 우연히 유기견 무스탕을 만나 우정을 키우고,
분홍 돌고래 핀핀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리며
비밀스런 속내를 도화지 위에 펼쳐나간다.

그 무렵 위층에 이사 온 선영 가족을 만나게 되고,
난데없이 욕을 뱉는 틱 증상에도
애정과 위로를 보여주는 선영의 믿음에
해일은 웹툰 작가의 꿈을 점점 키우게 된다.

그러다 해일은 아빠를 대신해
장강의 반려견 보쓰를 산책시키러 저택에 드나들게 된다.
장강과 아빠가 없는 빈 저택의 정원에 영수와 별이,
해일과 무스탕이 드론을 날리러 가는 중,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작가와 연출가의 말



자주 가는 북악산 등산로에서

덩치 큰 흰 개를 만났다.

아직 눈이 맑고 털이 고왔다.

버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유기견으로 보였다.


한참동안 따라오던 개는 오지 말라며

인상을 쓰던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저택 정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높은 벽 너머로 뛰노는 아이들의 머리가 살짝살짝 보였다.

집 안에 트램펄린이 있는 거야?


좁은 문틈 사이로 다가가 엿보려는 순간

사납게 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물러섰다.

그 날, 개 두 마리를 접한 경험에서 이 작품은 시작됐다.


- <작가노트> 중



김은성 작가


"세상의 변화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는

아주 작은 것에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성북동)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새롬 연출


"세상의 아픔과 고통은 제일 약한 존재인

해일과 무스탕에게 영향을 미친다.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세상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고통의 은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할지

생각을 나누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세종] 서울시극단_그개_장면시연 1_하해일(이지혜) 외.jpg

[세종] 서울시극단_그개_장면시연 3_이선영(신정원) 별이(장석환) 김영수(김훈만).jpg


서울시극단


2017년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서울시극단은 대중성, 예술성, 공공성에 기반을 둔 작품을 개발하며, 참신한 연극적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 <다윈의 거북이>, <봉선화>가 있다. <다윈의 거북이>는 '2009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었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제16회 BESETO 연극제에 참가하는 등 연극계 안팎으로 주목받았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작품 <봉선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일으켜 LA와 시카고, 뉴욕 초청공연 등을 성공리에 마치고 현지 언론매체에 50여회 기사화된 바 있다.


서울시극단은 고전극에서부터 창작극,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또 연극 저변 확대를 위한 '시민연극교실' 운영과 소외계층 문화 향유를 위한 '나눔 예술', 한국 연극의 미래인 신진예술가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 '창작플랫폼' 등을 운영하며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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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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