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말 행복할까요?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글 입력 2018.08.28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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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행복할까요?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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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은 제목처럼이나 꽤나 직설적이다. 인물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친절한 작가는 각각의 단편에 마지막까지 힘을 주어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꼈다.

왜 단편 속의 주인공들이 분노했는지. 또 어떻게 그들의 삶을 쥐고 흔들었는지. 단편은 굵고 강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정희에게 남성은 어떤 존재인지.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속 남자가 카센타 주인이 되는 것과 아내를 죽이는 꿈을 꾼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미옥의 인생 속에서 미옥이 주인공이 된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석영에게 강요되고 주입된 연민의 감정은 끝없이 무엇을 만들어냈는지. 묘화를 악한 거짓말쟁이로 판단할 것인지. 소영이가 이제 나와야할 곳은 어디인지.

이렇게 짧게, 어쩌면 다소 부족한 질문을 던져본다. 본 책의 주인공들은 더 복합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억압받는 대상은 개인과 개인을 넘어 사회라는 것을 인식함이 본 책을 읽음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

본 책에서 가장 크게 던지고 있는 질문은 가족이라는 부조리에서 만들어지는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 속에서 가족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며, 또 어떻게 다시 이어지고 있는가. 페미니즘이란 새로운 시대흐름을 접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한국이란 나라 속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만들어지는 모순이었다. ‘이상적인’ 가족을 이루고 구성하는 것에 집착하며 구성원 중 누군가는 그 형태의 유지를 위해 착취당하고 또 짓밟힌다. 그렇다고 그 구성원이 반발하는가? 아니다. 오히려 가족을 위해 ‘내’가 이만큼 헌신하고 있음에 기뻐하고 감사하며, 또 어떤 이는 이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착취를 인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모순은 끝없이 재생산되고 반복되어 현재의 ‘가족’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강요함에 이른다. 결국 우리나라 사회 속에서 가족은 구성원들의 죄책감을 동력으로 착취를 통해 굴러가는 바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바퀴는 불안정하며 위태롭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방향이 옳은지도, 바퀴의 부품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전혀 무관심하다.





SNS, 미디어, 일상 속에서 우리는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자로 태어나면 행복하지.”


이 말을 쉽게 내뱉는 이는 사실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남아선호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가부장적 사회의 온상으로 여아가 태어나기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을. 할머니의 노동은, 어머니에게로, 어머니의 노동은 딸에게로, 또 며느리에게로 계속 되어간다는 것을. 육아와 집안일이 오로지 여성의 것이라 이야기하는 사회를. 길거리, 공중화장실 그리고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까지 불법촬영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외모에 대한 품평에 평생토록 시달리는 것을. 취업시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2순위로 밀린다는 것을. 생후 4개월부터 7,80세 할머니까지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사실 읽기 두려웠다. 소설책과 현실의 차이가 없는 현재. 소설책의 고통은 내 이웃 누군가의 고통일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매일 매순간 여성은 살해당하거나 범죄의 대상이 되어 소식을 전한다. 보금자리가 되어야했을 따뜻해야할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억압으로 자리잡았다. 지금 글을 쓰는 현재에도 지방의 한 남성 가장이 빚더미라는 이유로 친족살인을 벌이고, 10대 남학생은 대학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하다가 발각되고, 초등생 자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극악무도한 아버지란 남성의 재판이 뉴스메인을 장식한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정말로 ‘여자’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새로이 정의 내려야할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지


[김정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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