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글 입력 2018.08.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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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기획 시리즈
로맨틱 코메디 3D오페라
'사랑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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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처음으로 오페라를 보게 되었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며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되는 작품이라고 해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다.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이 되었는데, 이 장소 역시 처음이라 조금 서둘렀더니 공연보다 꽤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거의 없어서 빠르게 티켓을 받고, 남는 시간 동안 프로그램북을 구매해서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그 넓었던 공간이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들뜬 마음으로 대극장 안으로 입장하여 찬찬히 안을 둘러보았다. '대극장'이라는 말처럼 굉장히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공연장을 보니 더욱 기대감이 커져갔다. 마침내 시작 시간인 8시가 되면서 어둠이 깔리고 막이 올랐다.



#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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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시작하면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건 역시 무대였다. ‘Projection Mapping’ 기법을 사용하여 오페라 전 막을 영상 이미지로 구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해서 보기 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무대를 가득 채우는 장치와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상 이미지를 구현하는 모습은 꽤 아름다운 느낌을 들게 했다. 특히 둘카마라가 처음 등장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홀릴 때 사용했던 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마술을 사용하는 것처럼 동작을 취할 때 뒤에 영상 이미지도 함께 구현이 되었는데, 그 모습이 둘카마라의 캐릭터를 잘 표현함과 동시에 ‘Projection Mapping’ 기법이 묻어나지 않았나 싶다.

사실 공연을 계속 집중해서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출연진들에게만 시선이 집중되어 무대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중간중간 영상 구현을 통해 생동감을 더할 때 외에는 크게 기억이 나는 무대 효과는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나는 무대장치는 스토리 전개를 위한 부가적 요소라고 생각을 하는 편이다. 때문에 공연에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극에 생동감을 적절하게 불어넣었다고 생각한다.



# STORY & CHARA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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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캐릭터들은 아디나, 네모리노, 벨꼬레, 둘카마라, 잔넷타가 있다. 대략적인줄거리는 이렇다.


이타일리아의 한 시골 마을의 농장주 딸 아디나는 순진한 농부 ‘네모리노’와 장교 ‘벨꼬레’에게 동시에 청혼을 받는다. 어느 날 약장수 ‘둘카마라’가 나타나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속여서 판매하는데, ‘네모리노’는 그에 넘어가 묘약을 구매한다. 사랑의 묘약으로 ‘아디나’가 내일이면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착각하며 행동하자 자존심이 상한 '아디나'는 홧김에 '벨꼬레'와 결혼을 약속한다.

급해진 '네모리노'는 빠른 효과를 위해 '둘카마라'에게 묘약을 더 구입하려 하지만 돈이 부족하여 '벨꼬레' 부하로 입대를 서약하고 받은 입대 상여금을 이용해 한 병을 더 구매한다. 그때 '네모리노'의 숙부가 돌아가시며 거액의 유산을 남겨놓았다는 소문이 돌며 마을의 처자들이 '네모리노'에게 접근하자, 묘약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본 '아디나'는 '네모리노'를 잃었다고 생각하며 슬퍼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묘약을 샀다는 것을 듣고 '네모리노'와 결혼을 결심한다. 입대 신분증을 '벨꼬레'에게 다시 사 왔고, 결국 둘은 서로 사랑을 확인하며 이어진다.


내가 봤던 8월 9일의 공연은 주연 배우들이 한 분만 제외하고 모두 이탈리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을 보면서 정말 놀랐던 것은 배우들의 목소리와 성량이었다. 오페라이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남자 배우들의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벨꼬레 역의 ‘박경준’님은 바리톤으로 출연진들 중에서 가장 낮고 무거운 목소리를 가지고 계셨는데, 그 목소리가 장교 역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다. 

벨꼬레도 참 좋았지만 극 중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캐릭터는 ‘네모리노’였다. 테너를 담당하는 ‘네모리노’는 잔망스러운 연기력이 돋보였다. 사실 사전에 시놉시스를 보고 상상했던 ‘네모리노’는 지고지순하며 순진한 농부로, 수줍고 진지한 면이 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보니 순수해서 약간은 바보스러운 느낌이 묻어나는 캐릭터였다. 예상과는 달라서 놀라기는 했지만 배우가 잘 표현하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대표적 아리아인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역시는 역시였다. 전반적으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구슬픈 노래를 부르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니 진심이 보다 더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개연성에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극 중에서 아디나가 네모리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네모리노를 놀려주기 위해 홧김에 벨꼬레와 결혼을 약속하고, 결혼식에 오지 않았다는 것으로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나에게는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세세하게 감정선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부분이 조금만 더 보완이 되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한다.



#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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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실제로 보기 전에는 정적인 공연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주로 몇몇 배우들만 나와서 자리에 서서 큰 이동 없이 표정 연기와 노래를 통해 극을 이끌어나가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막상 본 오페라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생각보다 동적인 공연이었다. 뮤지컬의 정적인 버전 같은 느낌이었다. 합창단, 발레단, 연기자 등 많은 사람들도 무대에 함께 등장하여 극을 꾸며내니 훨씬 풍성하다고 느껴졌다.

공연을 보기 전 제일 걱정이 많았던 것이 ‘내용 이해’였다. 우리나라 언어로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 이탈리아 언어로 공연을 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를 때 전혀 이해를 못 하게 될 것이 걱정됐었다. 그저 배우들의 연기와 무대장치, 분위기를 통해 내용을 파악해야 하나 했었는데,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자리마다 설치되어 있는 화면에 자막이 등장했다. 참 다행이다 싶었던 순간이었다.

이번 ‘사랑의 묘약’공연은 8월 8일, 9일. 이틀만 진행했는데, 다음번에 공연을 다시 올리는 기회가 온다면 보다 길게 했으면 좋을 것 같다. 뛰어난 퀄리티의 공연이 짧게 하고 끝나니 괜한 아쉬움이 흘렀다. 다시 공연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오페라를 접하게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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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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