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제주도 [여행]

사소하지만 특별한 여행지
글 입력 2018.08.16 17:5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제주도
사소하지만 특별한 여행지

Opinion 민현



어디든 떠나고싶은 날씨에 어디도 떠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스러워서 '여행'을 주제로 글이라도 써서 여행을 떠나고싶었다. ‘여행’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모두가 분주하고 들떠있는 공항의 풍경, 낯선 사람들만 있는 해안가, 배낭을 메고 흐르는 땀을 닦는 내 모습 같은 것들. 익숙한 내 모습을 벗어던지고 주변을 벗어나 내 안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찾아 길을 떠난다.

가끔 일상의 거울을 마주할 필요가 있지
난 그럼 배낭을 둘러메고 떠나 삶을 잊지
그렇게 떠날거야 나도 저 비행기타고 가
어딘지 알려줄 수 없지만, 내 기분따라

하지만 그런 긴 여행에 난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직 한국에서 하고싶고 해야할 일이 많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강하게 들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난 저멀리 타국으로 떠나는 대신 여행을 다녀오고 싶을 때면 제주도로 떠났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마 한 10번은 다녀왔을 것이다. 제주도를 좋아하는 날 잘 아는 사람들은 몇번이고 다녀왔던 제주도를 다시 가느냐며 타박한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난 오늘도 그곳을 그리워하며 특가 항공권을 노린다. 그래서 제주도가서 뭘 그렇게 하느냐고 물어보면, 사실 마땅히 대답할 뭔가가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익숙한듯 새로운, 일상인듯 여행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제주도의 매력에 나는 늘 제주도를 1순위 여행지로 꼽는다.

늘 오던 곳이지만 새로운 그곳으로
언제나 날 반기는 그 풍경으로
언제든 마음 내키면 떠날 이유 같은 건
찾지마 생각보다 너와 난 가까워


13.jpg
 

어떤 분위기일까? 음, 늘 보던 편의점, 프랜차이즈 음식점,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야자수와 함께 있는 그림을 그려보면 될까. 낯선 사람들만 있는 해안가가 어딘가 우리 집앞처럼 익숙하고, 키가 작은 돌담이 만든 모퉁이를 돌면 반가운 동네 할머니들이 맞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두 내가 제주도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내가 가고싶은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제주도를 가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그런 '사소함'과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싶다.


14.jpg
 

곳곳에 보이는 오름과 한라산이 만들어낸 풍경들은 또다시 여행객들을 사로잡는다. 추운 겨울날 새벽 아무도 모르는 오름을 오른 적이 있다. 오들오들 떨면서 오른 오름에서 쳐다본 햇빛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다시 제주도의 매력에 나를 흠뻑 적셨다. ‘오름’이라는 깜찍한 이름을 갖고 있는 그 매력적인 동산에 오르면 어딘가 만족스러운 기분이 든다.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용눈이 오름'에는 특별한 기억이 있다. 유명한 오름이라 자주 와본 곳이지만 그 오름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한 아저씨 때문이다. 트럭을 몰고 다니며 잡화를 파는 아저씨는 오름 길가에서 고요하게 색소폰을 불고 계셨다. 그날의 바람과 그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색소폰 소리를 아직 잊지 못해 나는 용눈이 오름을 찾는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내 버킷리스트에는 “오름에서 버스킹하기”라는 목표가 추가되었다.

그곳에 오르면 보이는 하늘과 바다
나 너와 사랑에 빠졌는지도 몰라
벅찬 가슴을 안고 바다 바람을 맞고
빛나는 나를 찾아떠나요, Island


15.jpg
 
 
난 제주도와 사랑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자마자 처음 가본 여행지, 처음엔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몰라서 하루에 10km씩 걸어다녔던 기억, 스쿠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자 갑자기 펼쳐진 넓은 바다와 송악산 풍경, 비행기 시간에 늦었어도 아침밥은 꼭 먹고 가라던 따뜻한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을 포함한 제주도의 모든 것들과 나는 사랑에 빠졌다. 여행 수기를 쓰는 느낌이라 더 좋은 것들을 좋은 말로 전달하고싶지만 정작 쓰고싶은 추억은 이런 것들이다. 너무도 사소하지만 특별한 기억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하던 수많은 생각을 다시 제주도에서 하게 된다. 늘 나를 따라다녔던 걱정과 고민들은 푸른 바다 앞에서 별거 아닌 일이 되어버리고 이 섬은 나에게 바다와 구름, 바람같은 것들로 위로를 전달한다. 그제서야 난 이 빛나는 섬을 떠나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준 건 그곳에 버린 고민을 떠안아주고 위로를 해주는 섬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누구나 이런 생각 한번쯤은 하잖아
시작하기 두려울 뿐이야 넌 그냥
이런 생각에 잠길 때 쯤에 난
툭, 걱정은 버려두고 갈래 다

언젠가 오름에 기타 하나 메고 올라가 노래를 부르게 되는 날이 오면 난 제주도에 살고 있을 것 같다.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처럼 서울과 제주도에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그리고 또 언젠가 저멀리 여행을 떠나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는 제주도에 살고싶다. 쭉 그곳에 살지 모르겠지만 '제주도 한달살기'처럼 여행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서 제주도를 느껴보고싶다. 그날까지 제주도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여행

가끔 일상의 거울을 마주할 필요가 있지
난 그럼 배낭을 둘러메고 떠나 삶을 잊지
그렇게 떠날거야 나도 저 비행기타고 가
어딘지 알려줄 수 없지만, 내 기분따라  

늘 오던 곳이지만 새로운 그곳으로
언제나 날 반기는 그 풍경으로
언제든 마음 내키면 떠날 이유 같은 건 
찾지마 생각보다 너와 난 가까워

*
그곳에 오르면 보이는 하늘과 바다
나 너와 사랑에 빠졌는지도 몰라
벅찬 가슴을 안고 바다 바람을 맞고
빛나는 나를 찾아떠나가, Island

-

누구나 이런 생각 한번쯤은 하잖아
시작하기 두려울 뿐이야 넌 그냥
이런 생각에 잠길 때 쯤에 난
툭, 걱정은 버려두고 갈래 다

조금씩 밝아오는 햇빛에 눈을 뜨고
빛나는 섬은 오늘도 빛나겠지만
내일은 어제와 조금 달라질 거야
내일은 어제보다 더 나아질 거야

*
그곳에 오르면 보이는 하늘과 바다
나 너와 사랑에 빠졌는지도 몰라
벅찬 가슴을 안고 바다 바람을 맞고
빛나는 나를 찾아떠나가, Island

**
그곳에 오르면 보이는 오늘과 내일
나 널 어떻게 해야할 지는 몰라
벅찬 가슴을 안고 바람을 뒤로한 채
이제야 널 떠나가볼까, Island

작사 민현



손민현.jpg


[손민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