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피티의 흐름에 순종하라 [전시]

위대한 낙서展 : OBEY THE MOVEMENT
글 입력 2018.07.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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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낙서展: OBEY THE MOVEMENT’는 2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위대한 낙서展(2016.12.09.~2017.02.26.)’의 연장선에 있는 전시다. 장소가 바뀌고, 기존 그래피티 작가와 작품 중 몇몇 추가되거나 빠지는 등의 변화는 있으나 기본적인 구성은 비슷하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는 팝(pop)한 분위기의 K현대미술관이 예술의전당보다 이 전시에 더 걸맞다는 생각이 든다. 2년 전 전시를 보았을 당시에는 자유롭고 힙한 그래피티라는 장르의 특성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전시장이 너무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는데, 이번 전시는 장소도, 전시 디자인도 훨씬 자연스러웠다. 전시장 안은 ‘인생샷’을 남기려는 20대 관중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전시 후기 - 위대한 낙서展: 위대함과 낙서 사이의 간극에서 – 아트인사이트 2016.12.17. (링크)

지난번 전시와 같은 작가도 있고, 새롭게 추가된 작가도 있었다. 그 당시에도 좋았던 JonOne의 작품은 다시 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 특유의 패턴이 화면 속에 리듬을 만들어내고, 각기 다른 색상으로 변주되면서 서로 다른, 그러나 일관성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개봉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영화를 통해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된 JR의 작품도 인상 깊었다. 인간의 얼굴로 건물 한 면을 가득 채우거나, 기찻길이나 고풍스러운 건물에 인간의 모습을 유쾌하게 배치하여 아우라를 뿜어내는 그의 기법이 좋다. 대형 이미지만으로 보는 이에게 경외감이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줄 아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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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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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이번 전시의 메인인 듯한 ‘OBEY GIANT(Shepard Fairey)’의 작품 또한 흥미로웠다. 그는 포스터와 같은 형식을 통해 다른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에 비해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그의 언어와 이미지는 즉각적이고, 때로는 냉소적인 풍자로 가득해서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쉽게 납득이 된다.
 

“OBEY GIANT는 가장 최고의 예술이란 예술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덜 두렵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게 하고 모두에게 이로운 대화가 일어난다는 점이 바로 예술이 가진 잠재력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말처럼 OBEY GIANT는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가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는 게 드러나서 인상적이었다. 2년 전 전시를 관람할 때에는 그의 작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나 직접적으로 다가와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오히려 그 솔직함이 그가 말한 ‘소통’과 ‘이로운 대화’의 장을 열었다는 것에 수긍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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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EY THE GIANT
 

OBEY GIANT와 비슷하게 M.Chat 역시 그래피티보다 의류나 잡화 브랜드에서 먼저 접하게 된 잡화다. 매우 익숙한 짖궂은 고양이 이미지가 사실 그래피티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고 그래피티의 파급력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ZEVS는 지난 전시에서는 주로 브랜드 로고와 관련한 작품이 많았던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재해석한 작품이 소개되었다. 하나의 수련을 확대하여 화면 가득 채운 뒤 모던한 그래픽 같은 이미지로 재구성한 뒤 그것을 액자로 씌워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그의 붓터치는 굉장히 깔끔해서 벽에 빠른 속도로 그려내는 그래피티라기보다 전시장에 걸려 있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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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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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VS
 

이 전시의 최환승 기획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22년 금융생활을 접고 돌연 아트계에 뛰어들었고. ‘그래피티 그룹전’이라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흔치않은 기획을 준비하여 그 신선함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시의 구성이나 전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으나,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가면서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전시를 이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한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대중에게 생소한 그래피티라는 장르를 스스로 개척해내었다는 사실도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2년 전 전시에 이어 이번에도 전시장을 찾았듯, 앞으로도 이 전시의 행보를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참고자료
‘좋아서 하는 일’ 찾아 전시기획자된 22년 금융맨
– 여성신문, 2017.09.27. 강푸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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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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