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집시의 여행에 초대되다. 공연 '집시의 테이블'

집시의 여행에 초대되다.
글 입력 2018.04.0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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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집시의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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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고 싶다.’

요 근래 내가 제일 많이 하고 다녔던 말을 떠올려보면 아마 저 말일 것이다. 학원을 다니다가도, 숙제를 하다가도, 심지어 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무의식적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이 툭 튀어나온다. 아마 그만큼 내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끼는 순간을 갈망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나에게 이번 공연은 나의 갈망을 조금 해소시킬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공연을 보기 전, 내가 예상했던 공연은 ‘다른 나라의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여 음악을 소개해주는 것’이었다. 그냥 단순히 다른 나라의 음악은 어떤 느낌인지 알아가는 기회가 되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이 오르고 노래가 시작되면서, 내가 생각했던 공연과는 느낌이 조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 연어의 노래



어디로 가야 하나
왜 떠나야만 하나

모르던 나의 시작을
이제야 난 이해해

맨 처음 만난 바다는
날 꿈을 꾸게 하였고
돌아와 만난 강물은
날 편히 쉬게 하네

아름다운 그 별들과
두려웠던 폭풍의 밤
내가 떠나온 바다를
이제야 난 추억해

끝도 없이 나 꿈을 꾼 건
바다를 본 그 이후

이제야 난 돌아와
그대와 고향에 있네

하림 - 연어의 노래 中


공연은 하림의 ‘연어의 노래’와 함께 막이 오른다. 공연 초반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단순히 ‘이런 노래가 있구나.’라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니 왜 이 노래를 처음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연어는 하천에서 출생하여 바다에서 자라고, 산란을 위해 다시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이 모습이 ‘집시의 테이블’ 공연의 흐름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하여 그리스, 아일랜드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이야기. 이 이야기를 연어의 습성에 비유해서 노래로 표현했고, 노래가 줄거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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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임의 재발견


나에게 마임이란 ‘찰리 채플린’이 다였다. 물론 코미디언들이 웃음의 요소로서 간혹 사용하기도 했지만, 나에겐 별 감흥이 없었다. 찰리 채플린의 마임 역시 ‘모던 타임즈’를 보며 ‘말없이 동작과 표정으로만 표현하는 게 대단하다.’라고만 생각했지 사실 크게 흥미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공연에서 ‘마임’이 등장하고 직접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연어의 노래’에 맞춰 마임을 하는 모습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 이후로도 공연을 할 때 마임 하시는 분이 리듬을 타는 모습, 중간중간 관객과 호흡하는 모습 등이 계속 나의 눈길을 끌었었다. 마임 덕분에 극의 흐름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극이 더 풍부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마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극에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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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의 활용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조명’이었다. 여행지의 분위기를 나타내거나, 노래의 분위기나 리듬에 맞춰서 조명을 잘 사용했던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조명의 활용법은 ‘그리스’를 표현했던 것이었다.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과 거기서 오는 정열적인 느낌. 그 느낌을 붉은 조명을 사용하여 잘 표현했던 것 같다. 공연 중에 하림이 ‘이렇게 밖에 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는데. 그 순간에 나는 그리스 같다는 느낌이 확 와 닿았었기 때문에 만족했었다.



# 풍부한 볼거리


스윙댄스, 아일랜드 댄스, 마임, 호란의 노래와 의상 등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퍼포먼스들이 준비가 되어있었다. 중간중간 퍼포먼스가 등장하여,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호응과 흥을 돋을 수 있었다. 스윙댄스, 아일랜드 댄스는 중간에 스텝을 배워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물론 앉아서 발만 따라 했을 뿐이었지만, 충분히 관객과 호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앞에 앉아계셨던 한 명의 관객분이 스윙댄스가 끝나자 환호를 하던 모습을 보며 관객의 호응을 잘 이끌어낸 공연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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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시들의 여행


프랑스에서 출발해 그리스, 아일랜드를 지나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집시의 이야기. 집시와 여정을 같이하는 우리들. 2시간이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충분히 집시와 여행을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집시의 여정에 초대받아 노래에 함께 호응하고, 춤도 배워보며 잠시나마 진짜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함께 갔던 엄마도 즐거워했다는 것이었다. 공연장엔 거의 가보지 않았던 엄마여서 잘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다. 역시나 걱정했던 것처럼 초반에는 박수를 치고, 호응을 하는 것을 어색해 했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공연이 점점 무르익자 엄마도 조금씩 더 편해하셨고,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싶은 사람들.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여건상 힘든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공연을 하게 되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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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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