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힙합, 몸을 들썩일 만큼 신나는 멜로디에 숨겨진 슬픔 [음악]

글 입력 2018.03.2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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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힙합의 사전적 의미와 발전과정


 힙합의 사전적인 의미는 hip: 엉덩이, 만세/ hop: 엉덩이의 들썩거림 즉,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면서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신나는 의미와 달리 힙합의 출현은 미국의 사회 경제적인 문화와 깊이 결부되어 있는데 흔히 South Bronx와 Ghetto지역이 힙합이 처음 시작된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되었던 흑인들이 자신들의 분노, 좌절, 저항이 뒤섞인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고 이것이 힙합으로 발전했다. 때문에 힙합은 해방의식, 자유에 대한 흑인들의 갈망이 녹아있으며 미국 흑인의 역사를 포괄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02. 힙합의 종류: DJ, MC, 비보이, 그래피티

 
 힙합문화는 보통 턴테이블에 레코드를 각각 올려놓고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을 섞어서 계속 반복 재생하는 믹싱이라는 기술을 사용하는 DJ, 비보이들의 춤에 흥을 돋우고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한 두 마디의 추임새를 넣으며 살을 붙이는 역할을 하는 MC, DJ를 보조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비보이, 힙합 문화 속에서 발전되어 벽에 그림을 그리는 거리예술인 그래피티로 구분된다.



03. 지역별 힙합의 특징


 힙합은 발생국인 미국을 기준으로 지역에 따라 힙합의 시작인 동부, 90년대 동부와 함께 힙합을 양분한 서부, 새로운 시대의 중심인 남부로 구분 할 수 있다.

 먼저 동부힙합의 특징은 베이스가 무겁고 샘플링한 루프를 큰 변화 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비트가 단조롭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은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악기 소리를 찾기 위해 희귀한 샘플링을 구하려고 했다. 비트는 기본적으로 드럼소리를 말로 표현한 붐뱁(Boom Bap)을 바탕으로 하며 샘플링을 통해 추출한 드럼 소리를 이용해 노래에 자신들만의 다양성과 개성을 나타냈다.
 
 서부힙합의 특징은 동부에 비해 비트가 다소 빠르고 멜로디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대표하는 것이 닥터드레의 G-Funk(Gangsta Funk)인데 이 장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약물이나 섹스, 폭력배의 삶을 가사로 표현했으며 강한 리듬감과 빠르지 않은 템포로 나른하고 중독적인 힙합음악을 만들어냈다.

 남부힙합은 흔히 dirty South로 불리며 2000년대 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힙합은 클럽을 겨냥하기 시작하는데 노래 가사도 자시의 부를 과시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등의 내용을 담게 된다. 가사에 중요한 의미를 담기보다는 사치와 향락에 대한 내용을 많이 넣었고 이 때문에 남부힙합은 지나치게 쾌락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음악적인 특징으로는 신디 사이저를 과도할 정도로 이용하고 비트를 매우 잘게 쪼갠다는 점인데 특히 비트를 잘게 쪼개기 때문에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느린 박자를 매우 빠르게 느끼게 된다.

*

 21세기인 현재는 힙합이 매우 대중화 되어있기 때문에 동쪽, 서쪽, 남쪽의 힙합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실제로 가수들도 지역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선호에 따라 음악적인 특징을 그들의 노래에 담아내고 있다. 지역적인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힙합이 스포츠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힙합의 스포츠적인 요소에는 battle. disclaim, locality가 있는데 나는 특히 힙합의 locality(지역성)가 매우 재미있게 느껴졌다. 한국 사람들이 야구 경기를 볼 때 연고지를 기준으로 대구는 삼성 라이언즈, 광주는 기아타이거즈처럼 각 지역의 야구팀을 응원하듯이 힙합도 지역별로 나뉘어서 자신의 지역의 힙합을 더 좋아하고 자주 듣는다는 것이다.

 

04.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The Message


 이번 글에서는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와 N.W.A의 노래를 소개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유명인들이 아닌 이 두 그룹의 노래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들이 비교적 힙합이라는 장르의 발생 초기에 활동했던 그룹이며 그렇기 때문에 초기 힙합의 목적인 힘든 환경에 저항하는 흑인들의 삶이 이들의 노래에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먼저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The Message는 힙합에서 최초로 인종차별 문제를 맹렬하게 비판하는 사회 고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노랫말은 미국 New York, South Bronx에 위치한 철거 직전의 아파트를 묘사하고 있는데 가사를 보면 이곳은 정글 같다, 사람들이 아무데나 볼일을 보고 복도에는 약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나는 노력한다와 같은 말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는 이러한 가사를 통해 그 당시 흑인들이 살던 열악하고 황폐한 공간과 공간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신까지도 황폐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좋지 않은 상황들은 특정 흑인들에게만 해당되었던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흑인들이 겪는 것이었고 The Message는 흑인들이 처한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고자 했다. 이처럼 초기 힙합은 흑인의 현실을 매우 직설적이고 직접적으로 노래에 드러냈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 현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05. N.W.A-Straight Outta Compton, F*** Tha Police


 또 다른 흑인 밀집 지역인 미국 California, compton에는 N.W.A(Niggers With Attitude)라는 힙합그룹이 있었다.

 이들의 노래를 소개하기에 앞서 그룹 명을 먼저 소개하고 싶은데 일반적으로 nigger라는 단어는 흑인비하용어로 사회적,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백인이 흑인에게 nigger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흑인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지칭하는 것은 기존의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 또 거만함을 의미하는 attitude라는 단어는 흑인을 억압하는 사회의 규범, 차별에 순응하지 않고 그것들에 attitude(거만함)을 가지고 대하겠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N.W.A는 그룹 명에서부터 이미 사회저항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노래 제목과 가사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당시 흑인 영어(Black English)는 열등하다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N.W.A의 음반인 Straight outta compton에서는 out off를 outta로 표기하는 등 흑인영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자긍심,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들의 노래 중 F*** Tha Police라는 노래는 폭력적인 경찰에 대한 흑인들의 저항을 담은 곡으로 매우 직설적이고 통쾌하게 억압적인 현실에 저항한다. 제목에도 나타나지만 가사에서도 백인 경찰을 비판하는 수위가 매우 높아 정부에서 금지곡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당시 흑인들이 겪던 불합리한 차별은 Straight Outta Compton을 영화화한 작품에 매우 잘 나타나 있다. 영화에서 백인 프로듀서와 스튜디오 녹음 작업을 하던 흑인들이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무리를 지어 집 앞에 모여 있자 바로 경찰이 출동하는 부분이 있다. 경찰들은 그들의 설명을 들을 생각도 없이 바로 처벌 혹은 응징을 하는데 여기서 우리는 백인들이 흑인을 열등하고 사회의 해악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실 나는 힙합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이었다. 힙합은 그저 시끄럽고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이 가득한 음악 정도로만 생각했고 힙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유행한 힙합 프로그램인 Show Me the Money, Unpretty Rapstar, 고등래퍼와 같은 방송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힙합, 게토의 삶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듣게 되면서 힙합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힘들게 탄생했는지 알게 되었고 그 힘든 상황 속에서 main stream 장르로 성장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초기 힙합의 발생 배경에 대한 감상이긴 하다.

 불행하고 억압받는 흑인의 삶, 늘 인종차별의 위험과 위협에 노출되어 있던 흑인의 삶, 과거에 흑인들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았는지 등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우고 들어왔지만 내 스스로 그들의 삶에 대해 정말 깊이 있게 생각했던 적은 많이 없었다. 그래서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울분을 표출해야 했던 흑인의 삶이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런 안타까움과 함께 한편으로는 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저러한 상황 속에 처해있었다면 포기와 좌절감으로 암울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데 흑인들은 오히려 노래 가사를 통해 인종차별과 억압,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며 문제를 고발하고 해결하고자 했다.

 이들의 이런 용기 있는 모습들이 사회적으로 만연했던 인종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열등하게 여겨지던 흑인들의 음악을 main stream의 장르로 바꾸고 백인들까지 즐기게 만든 것이 아닐까?
 
 용기 있는 흑인들의 삶에 박수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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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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