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울림 고전극장 소네트 [공연]

글 입력 2018.02.08 02: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80208_023951230.jpg

KakaoTalk_20180208_023951563.jpg
 

 <소네트>는 2018 산울림 고전극장의 유일한 음악극이다. 극은 수미상관의 구조로 마지막 장면을 첫 부분에 구성하여 다소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미숙은 동생을 챙기고 생계를 책임지느라 바쁜 소녀로, 다니는 성당에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미숙의 앞에 느닷없이 화살을 가진 요정이 나타나 사랑을 이루어 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화살은 미숙이 좋아하던 오빠가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향하고 미숙의 짝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실은 화살을 맞기 전에도 미숙을 좋아하던 ‘경직’은 시간이 흘러 미숙을 다시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부부가 된다.

 소네트는 누구에게나 곁에 요정이 있다는 동화적인 전제를 깔고 1부는 밝고 코믹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점차 무겁고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인간의 생을 사계절에 빗대어 시간적 흐름을 보여주는데, 전반부의 미숙의 어린시절은 봄과 여름, 후반부로 갈 수록 중,장년기의 미숙이 등장하며 가을과 겨울로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 소네트에서 눈에 띄는 연출은 요정이 단독으로 부르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토대로 했다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요정은 허구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극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디즈니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에 메시지를 전달할 요량으로 인물들이 노래를 부르듯이 이야기의 큰 덩어리가 끝날 때마다 노래로 그간의 이야기를 정리해주고, 미숙의 옆에서 감정이나 갈등을 정리하고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주인공 미숙은 이름처럼 어딘가 서투르고 미숙한 인물이다. 어린 미숙의 낮은 자존감, 사랑에 회의적인 태도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살아가면서 나타나는 여러 미숙함을 위로하는 것 같기도 했다. 미숙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릴 때와 다름없이 바쁜 삶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남편이 된 경직과 갈등하고, 결국엔 갈라서게 되어 아들 재근과 단 둘이 남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아들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본 미숙은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진다. 이를 크게 질책하고, 아들과 갈등하는 장면은 보는 내내 마음 어딘가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함을 안겨준다. 미숙의 태도는 굳게 잠긴 문처럼 상대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태다. ‘성경에 나온 말씀대로가 아니라, 엄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는 아들 재근의 대사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

 후반부를 보며 많은 질문과 생각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미숙은 왜 종교에 기대게 된 것일까? 결국 이해로 나아갈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자 가족이길 포기하게 되는데, 가족이라는 관계는 무엇일까? 미숙이 아들을 이해하게 되는 건 시간의 흐름과 사랑 때문인 걸까? <소네트>에서 다루고있는 사랑은 흔하게 떠오르는 이성애적 로맨스가 아닌 미숙을 향한 요정의 사랑, 아들의 사랑, 가족의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등장한다. 사랑 이야기라는 사전 정보만으로 예측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던 만큼 많은 생각과 메시지를 던져준 극이었다.

 외부에서 만들어낸 기준에 생각을 맡기는 건 쉽지만 이는 위험하다. 누군가의 고유성은 일방적으로 훼손할 수 없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한사람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삶을 핸들 꺾듯이 틀어버릴 수는 없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의 본질을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KakaoTalk_20180208_023951869.jpg





산울림 고전극장 - 소네트
- 셰익스피어를 만나다 -


원작 : 셰익스피어 <소네트>

일자 : 2018.01.31(수) ~ 02.11(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3시
화요일 휴무
지연 관객 입장은 불가합니다.

장소 : 소극장 산울림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산울림

관람연령
만 12세이상

공연시간 : 90분

문의
극단 산울림
02-334-5915



웹전단.jpg
 

[최은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