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도, 아이들의 것들이 좋다 - '쓰레기 꽃'을 보고

어린이 연극이 던지는 철학 돌멩이
글 입력 2018.02.03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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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어린이들의 것이 좋다.


 어린이 연극은 참 신기하다. 다 큰 어른들이 작고, 어리고 그리고 조금은 산만한 아이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연극을 꾸민다. 어른들을 위한 연극만을 향유하던 내게 이것은 큰 신선함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도, 이것은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가득 채우던 부모님들에게도 같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희곡의 구조>

발단
전재
절정
하강
대단원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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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꼬마와 함께 연극을 음미하고 왔다. 바로 필자의 11살 먹은 동생과 함께. 오랜만에, 그와 함께 먼 곳으로 떠나왔다. 혜화역에서 조금 떨어진, 어린이극장으로 였다. 안타까운 사실은, 보고 온 연극 ‘쓰레기 꽃’이 보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연극이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눈앞에서 사람이 연기하고 숨 쉬고 움직이는 연극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것이다.

 앞으로의 글에는, 동심의 세계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두명이 보고온 '아시테지 겨울 축제'의 연극 '쓰레기 꽃'에 관한 감상이 적혀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필자가 느끼고 보고온 동심의 무언가와 묵직한 감동과 철학 돌멩이가 닿길 바란다.



전개 ; '쓰레기 꽃'의 대략적인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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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쓰레기 꽃'은 주인공 철수가 망태할아버지를 만나 '쓰레기'에 관한 생각이 변화하게 되는 내용이다. 엄마가 자신이 좋아하는 로봇을 쓰레기장에 버렸다는 말에, 쓰레기장으로 로봇을 찾으러간 철수는 그 무서운 '망태할아버지'를 만난다.

 쓰레기가 모두 더럽고 쓸모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철수는, 망태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쓰레기의 쓸모와 모든 것의 소중함에 대해 배운다. 쓰레기가 다음의 재탄생을 위해 잠깐 거쳐가는 곳이라는 의미의 '다음 정류장'이라는 쓰레기장에서 다양한 가치와 그 속의 '쓰레기 꽃'을 발견하며 연극은 끝을 맺는다.



절정 : 아이들을 향한 그들의 두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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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이들에게, 연극은 그리 반가운 장르는 아니다. 그들이 평소 향유하던 유투브의 동영상들처럼 키고 마음대로 돌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귀엽게 산만한 어린이들의 공감을 위해 어른들이 준비했다. 아이들을 향한 그들의, '두 걸음'이다.


- 망태할아버지

 그, 아득하고 큼큼한 우리의 옛 어린시절 기억 속의 그 무서운 존재가 맞다. “말 안 들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먹으러 온다!”라는 어른들의 협박 속의 그 ‘망태 할아버지’ 말이다. 6살 그리고 7살의 동심세계 속 가상 인물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사실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그 어른들의 유치한 협박과는 조금 떨어져 존재하는 나의 동생의 삶에서 ‘망태 할아버지’는 벌써 없는 인물이긴 했다. "누나, 망태할아버지가 누구야?"라는 동생의 질문에 필자는 어린이의 짧은 기억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아이들의 세계 속의 인물을 연극에 데려다 놓은 연출자의 기분 좋은 감성에 놀라고 있었다.


- 헬로 카봇

 아이들을 향한 그들의 걸음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헬로 카봇’이라는 TV 프로그램의 주제곡 영상을 빔 프로젝터로 벽에 띄우고, 주인공이 헬로 카봇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돋보였다고나 할까. 앞자리에서 방방 뛰며 즐겁게 흥을 내는 아이를 보고, 이 연극의 노력이 얼마나 빛을 발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을 향한 그들의 걸음에, 아이들은 춤으로 화답했다. 얼마나 확실하고 분명한 긍정적 반응인가. 콜라에 멘토스를 떨어뜨린 후의 반응과 비슷했다.



하강 : 철학 돌멩이


 아이들을 위한 무언가는, 종종 어른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곤 한다.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이 그렇다. 이번의 영화 ‘코코’를 보며, 우리 어른들은 ‘꿈을 향해 달리며 놓쳐 온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 등을 느끼지 않았던가. 이토록 아이들의 무언가에는 어른들에게 던져지는 철학 돌멩이가 하나씩 들어있다.


- 반성

“사람은 쓰레기가 될 수 없어”.  ‘쓰레기 꽃’이 던진 철학은, 사람에 관련했다. ‘인간쓰레기’라는 말을 ‘인쓰’로 줄여쓰며, 친구들과 장난치던 것이 괜히 부끄러워지고,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었다.


- 마냥 착한 것

 아이들의 연극이 기분 좋은 점은, 마냥 착한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도덕책에 나올 만큼이나 긍정적이고 착하다. 착하기만 하고 선하기만 한 무언가를 보는 것은 ‘쾌’의 범주의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연극 '쓰레기 꽃'도 그랬다. 연극의 아주 처음에, 빨간 옷을 입은 아저씨가 뜬금없이 등장해서는 쓰레기를 버린다. 던지고 발로 차고 무자비하게 버리는 것이었다. 연극이 진행되고, 망태할아버지와 등장 인물이 나와서 '쓰레기의 쓸모'와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한 후, 다시 그 처음의 빨간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나와 쓰레기를 버리려고 한다. 그러자 아이들이 '안돼' '분리수거해야지' '쓰레기 버리지마요'하고 외치는 것이다.

 묵직한 감동이었다. 부정적인 무언가가 쉽사리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 상황들을 아주 많은 시간 마주하다가, 짧은 연극에 아이들의 말과 생각이 바뀌는 순간은 그 어떤 연극보다도 연극같았다. 또 그 장면은. 옆의 어른들에게 울림이 있었다. “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렇게 착하고 선한 것들도 있었지. 꽤 살기 좋은 세상이었지.”하는 오랜만의 신선한 기분 좋음이었다.


 
대단원 ; 어른들도 어린이의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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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테지 겨울 축제’의 ‘쓰레기 꽃’은, 꽤 좋았던 것 같다. 아니 아주 좋았다. 동심의 세계에서 조금 벗어난 세계에서 지켜본 그곳의 세계는 더 감동 있고 철학이 있는 것이었다. 또 이 연극이, ‘제 14회 아시테지 겨울 축제’에서 대상과 희곡상, 그리고 남자 연기상을 수상했다니 필자의 감동과 생각이 개인적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의 아시테지의 축제들이 기대된다. 그리고 염치 불구하게, 어른인 필자는 다음의 축제에도 참여할 의향이 아주 많이 있다.

 마지막으로 동생의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그는 왜 이 연극의 제목이 '쓰레기 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단다. 연극의 아주 마지막에나 잠깐 등장하는 쓰레기꽃이라는 존재를, 제목으로 세워도 되냐는 비판이다. 꽤 날카로운 그의 지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11살 먹은 동생을 데리고 겨울 축제에 누구보다 만족하며 다녀온 필자는 이렇게 글을 마친다.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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