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련과 체념, 그 사이 속 어딘가 : 프랭크 [영화]

글 입력 2018.02.0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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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흔히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앓는다는 병이 있는데, 바로 '대2 병'이다. '대2 병'이란 본격적으로 전공 공부가 심화되는 대학교 2학년 시기 즈음 자신의 전공이나 미래에 회의감을 가지고, 허무감과 우울감에 빠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스물한 살의 나는 '대2 병'을 참 크게 앓았던 것 같다. 이 병을 앓으면서 진로에 대한 꾸준한 질문을 던졌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 속 딜레마에 갇혀있었다. 그러던 중 '프랭크'라는 영화를 만났다. 영화 프랭크는 나에게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쫓는 것이 옳은가?'라고 질문했고 나는 이 영화가 끝날 때쯤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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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의 끝에서


 누구나 꿈꾸는 일이 있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늘 좌절한다. 세상은 우리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축복이라고 말하고, 그걸 찾을 수 없으면 잘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찾았을 때 이게 내 인생의 열쇠라고 생각하여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이 영화 속 존도 어쩌면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음악을 하고 싶어 하지만 재능이 없는 평범한 청년. 영화 속 초반부터 우리가 알 수 있듯, 그는 딱히 재능이 없다. 꽤 괜찮은 곡처럼 들려도 어디선가 따온 가락일 뿐이다. 하지만 미련 때문일까, 본인은 자신이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서일까, 그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꾸준히 음악을 한다.

 하지만 정말 우연한 기회로, 그에게도 음악의 길이 열린다. 좋아하는 밴드에 합류하게 된 것. 그마저도 팀원 간의 불화로 짧은 꿈처럼 지나가지만 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랭크의 눈에 들게 되어 팀에 계속 남게 된다. 운 좋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다니, 누구나 존처럼 흥분하고 설렐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즐겁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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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성공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 그래서 그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동경한다. 프랭크가 그런 인물이다. 그는 음악적 재능이 흘러넘치는 천재로, 모든 것을 음악적 영감으로 바라본다. 재능 있는 자 앞에서 그 일을 그저 좋아해서 하는 사람들은 작아진다.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미련을 두고 계속 끌고 가지만 내가 넘을 수 없는 산이 앞에 있을 때의 좌절감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돈'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그는 밴드에 합류한 뒤 예술혼을 불태우고자 하는 존에게 어차피 우리는 프랭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존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지만 합숙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밴드의 일원이 되어서 행복하지만 정말 그저 행복할 뿐이다."라고. 어쩌면 시작부터 그는 애써 외면했지만 그런 한계를 이미 느끼지 않았을까. 재능 없는 무언가에 끌린다는 것은 저주일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천재를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존은 계속 미련을 붙잡지만, 그보다는 결국 그런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 돈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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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의 아름다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음악적 재능이 넘치지만 조금은 건방진 모차르트와 재능이 부족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살리에리가 등장한다. 존이 밴드를 유명하게 만들기로 마음먹으며 그들만의 음악적 정신을 깰 때 그에게서 살리에리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빛나는 재능에 질투하여 모차르트를 죽음까지 몰고 간 살리에리처럼 존도 자신의 목적을 밀어붙이며 프랭크를 극한으로 몰아낸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영화 속에서 존은 천재를 망치는 과정을 통해 그들을 파멸로 이끈다. 현실과 타협하며 망가지는 천재의 세계를 보며 밴드 멤버 중 한 명이 존이 프랭크의 재능을 빨아먹는 사람이라고 외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존은 자신의 미련때문에 다른 사람을 갉아먹는, 굉장히 민폐고 미련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체념을 선택하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자신의 꿈을 체념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존을 계속 미워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재능에 희망을 품고, 어쩌면 미련을 갖고 재능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했지만 결국 그가 가져온 것은 파멸 뿐이었다. 그걸 깨닫고 그는 체념을 선택한다. 자신이 망쳐놓은 프랭크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그가 다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갈 때 존은 그들을 남겨둔채 떠난다. 이형기의 '낙화'라는 시 구절 속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문장이 있다. 존의 체념은 어쩌면 이런 모습을 상징화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음악에 대한 그의 미련은 정말 '미련'했다. 하지만 꿈을 놓아주며 체념하는 모습은 슬프지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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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쫓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에 나는 이 영화가 끝날 때쯤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었다고 했다. 이 영화를 통해 더 이상 체념하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미련과 체념, 그 사이 속 어딘가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한 걸음 다가가볼 수는 있지 않을까. '대2 병'을 앓고 있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당신도 이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균형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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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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